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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국의 망국병 불법다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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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상품 알고보니 ‘쪽박상품’
주택가에서 여의도까지 잠식

[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금융다단계방식을 채택한 불법유사수신행위가 우리 사회 깊숙이 침투했다. 서민을 등쳐먹던 단계에서 정치권 등 대한민국 콘트롤 타워까지 잠식해 들어가는 ‘망국바이러스’로 발전하고 있다. 불법유사수신행위 때문에 드러나는 문제점을 짚어봤다.

불법다단계, 유명 정치인ㆍ검찰 등 인맥 자랑

“처참하죠. 불법다단계에 속지만 않았으면 남부럽지 않았을 처지인데…” 조모씨는 3년 전만 해도 전형적인 중산층 주부였다. 일류대를 졸업하고 이름난 학교의 교사였던 그의 인생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2014년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이웃으로부터 한 불법다단계 업체를 소개받고 나서부터였다.
월 2~3% 수익과 1년 뒤 100% 원금 보장을 약속한다는 이웃의 말에 솔깃해 IDS홀딩스를 찾은 것이 잘못이었다. 이 다단계업체의 관계자는 TV에서 자주 봤던 변웅전 경대수 등 유명 정치인의 축사, 법을 집행하는 검찰들의 축하화환이 선명한 사진을 보여주며 조씨의 혼을 속 빼놓았다.
매달 수천만원씩 통장에 들어오는 배당금, 석유 시추사업까지. 조씨는 평소 꿈꿔오던 장밋빛 미래가 열리는 듯 했다. 그러나 은행예금과 아파트 담보대출로 수십억원을 쏟아부은 조씨는 불과 1년만에 알거지 신세가 됐다. 조씨에게 남은 것은 방 한 가득 쌓여있는 싸구려 생필품들과 절망뿐이었다. 그저 가족들이 나간 어두컴컴한 방에서 언제 삶의 끈을 놓아버릴 것인지를 되뇌일 뿐이다.

‘돈벌이’ ‘성공비결’ 강좌가 어느새 다단계로

1만여명의 피해자로부터 1조원을 받아 챙긴 IDS홀딩스 사건은 제2의 조희팔 사건이란 별칭답게 불법유사수신행위의 교과서와도 같다. 이 회사의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는 2011년부터 해외 법인들을 통해 FX마진거래를 중개했다. FX마진거래는 여러 외국 통화를 동시에 사고팔아 환차익을 얻는 상품이다. IDS홀딩스 측이 FX마진론을 위해 홍콩으로 보낸 돈은 없었다. 김성훈 대표는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애초 IDS홀딩스 역시 여느 불법다단계 조직처럼 스피치 등 교육강좌로부터 시작했다. 김성훈 대표는 지난 2008년 국내외 선물거래를 교육하는 IDS홀딩스의 전신 IDS아카데미를 차렸다.
불법다단계 추적자들에 따르면, 이 조직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IMF) 당시 학생운동권이 변질되면서 탄생했다. 사회주의학을 연구하는 모임이 일명 네트워크 사업의 기원인 셈이다. 이것이 2000년 초반 기획부동산 조직과 연결된다. 그런데 이 부동산에서 소위 대박이 터지면서 불법다단계조직의 사기품목은 2008년 이후 실체없는 금융상품을 거쳐 최근에는 가상코인으로 진화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스며든 조직이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호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A’ 종파이다.

“IDS홀딩스 포교사 모집책은 사기꾼 아냐”

A 종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13년을 이후에 더욱 세력을 키웠다. A종파 핵심인사의 모친이 기치료아줌마로 청와대에 출입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안마를 해줬다.
A종파는 1985년 단학에서 출발한다. 호흡, 명상, 기체조, 정신건강, 뇌 교육을 강조한다. 세계관은 1970년대 갑자기 세상에 등장해 위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환단고기’에서 출발한다. ‘인간이 신이며 신과 인간은 하나다(신인합일)’를 주창하고 마고할멈을 우주창조의 여신으로 숭상하며 환인, 환웅, 단군을 숭배한다.

문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심복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 2012년 11월7일 한 출판 기념회에서 자신도 단학 가족이며 박 대통령도 단학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인천소식통에 따르면 인천경찰청 등을 비롯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이 종파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뇌교육 강좌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막말 파동’ 권기선 부산경찰청장도 이 종파의 일원으로 알려졌다. A종파가 IDS홀딩스와 관계를 맺은 것은 이 회사의 정모 이사로부터였다. 정 이사는 A종파의 Y모 포교사를 모집책으로 삼아 돈을 걷었다. 포교사는 같은 A종파의 K모씨에게 1억9000만원을 모금했고 통일교 신도 K모씨로부터 5억4000만원을 걷었다.

A종파의 내부 제보자는 당시 이 일을 갖고 A종파의 간부에게 항의를 했더니 “돈공부를 하고 있는 과정이다. IDS가 사기라도 그 해당 포교사와 연결된 사람들은 사기를 당할 일이 없다”라는 황당한 답변을 늘어놓았다고. ‘환단고기’를 연구하는 일부 모임도 불법다단계조직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들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과 동시에 편승, 역사지킴이로 위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단체도 잠식, 철거민에 투자권유도

충격적인 사실은 따로 있다. 가장 깨끗해야할 시민단체에까지 불법다단계의 마수는 뻗어 있었다. 철거민으로부터 걷은 회비를 빼돌린 혐의를 받았다 최근 무죄로 밝혀진 이호승 전국철거민협의회 중앙회 대표의 말이다.

이 대표는 1980년대 후반부터 강제 철거민들을 위해 정부와 맞서 싸운 국내 대표적인 사회활동가이다. 이런 그에게 시련이 닥친 건 IDS홀딩스 모집책 정모씨가 단체의 공동대표가 되면서부터였다. 그는 2006년 의도치 않았던 분당경찰서앞 사건, 대통합민주신당 창당시 발생한 금품 사기사건 의혹 등 일련의 모든 조작 사건에 정모씨가 개입했을 것으로 의심한다.

당시는 판교개발이 붐이었다. 이 와중에서 숱한 철거민이 발생했고 이들을 내몬 대가로 막대한 이득이 발생하던 때였다. 일부 철거민들은 “정모씨는 IDS홀딩스에 투자하라고 권유까지 했다”고 증언했다. 반면 정씨는 IDS홀딩스 조직원이었던 것은 인정하고 있지만,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원금 보장 대박상품 투자권유 경계해야

그렇다면 불법유사수신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이길무 서울 송파경찰서 지능팀장(51·경감)은 “불법유사수신행위는 원금을 보장한다고 하면서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는 것이다”라며 “아무리 신뢰하는 지인이더라도 원금을 보장하는 금융상품이나 사업에 투자하라는 권유는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금을 보장하는 금융상품은 은행이나 저축은행의 예적금,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 변액보험 최저보장보증금(원금), 종합금융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이다. 일반 투자상품과는 거리가 멀다.
이 팀장은 “보통 원금 보장으로 투자자를 안심시킨 뒤 ‘연 15% 수익’ 지급을 내세운다”며 “투자자 유치 숫자에 따라 직급을 부여하고 수당을 지급하거나 항공권이나 자동차 등 프로모션을 내세울수록 사기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이 팀장의 지론이다.

어려운 첨단 금융상품으로 포장하는 사례도 많다. FX마진거래(외환차액거래)나 파생상품, 가상화폐 그리고 부동산이나 광산개발도 인기 재료로 활용한다.
이 팀장은 “잘 모르는 투자회사에 대해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사이트에서 공시된 감사보고서 등이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하라”고 강조했다. 만약 외감 법인이 아니어서 관련 공시를 찾을 수 없다면 한 번 더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금융 다단계 유사수신에 투자하면 나중에 범인이 재판을 받더라도 투자금을 돌려받기 힘들다”며 “적어도 금감원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1332)에 문의하면 어이없이 목돈을 날리는 피해는 당하지 않을 것이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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