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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0대 노리는 ‘꽃뱀’ 연예기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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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멤버 되려면 3천만원 내!”




[시사뉴스 이동훈 기자] 아동에서 여고생까지, TV 출연을 미끼로 연예인 지망생과 부모에게 돈을 가로채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한 체계적인 법과 제도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 SBS방송국(*이번 사건과 전혀 관계없음) 인근 카페. 취재진과 만난 학부모 김모 씨(37세·여)의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중학생 딸을 걸그룹 멤버로 데뷔시켜 준다며 받아간 돈이 3천(만원)이에요. 그런데 시원찮은 행사에 1회 출연하고 그게 끝이에요. 돈만 갈취한 거죠.”

김 씨는 어린 딸의 연예계 데뷔를 돕기 위해 매니지먼트 및 프로그램ㆍ콘텐츠 제작 사업 등을 영위하는 A사를 찾았다. A사는 김 씨의 딸과 비슷한 또래 아이들이 춤과 노래를 연습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김 씨의 믿음을 샀다. A사의 대표는 자사 소속 연습생 출신들의 화려한 사진들을 내밀며 데뷔를 했거나 앞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김 씨는 어린 딸의 미래를 위해 A사에 돈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도 교습비 등 여러 명목으로 금전적 지출을 해야만 했다. 다른 연습생들의 부모도 비슷한 금액을 줬다고 한다. 심지어 한눈에 봐도 촌스러운 무대복을 일본에서 공수해왔다며 무려 백만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A사의 약속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지방의 이름 없는 행사 끝머리에 잠깐 무대에 오르고는 딸이 속했던 걸그룹은 해체되야 했다. A사 대표는 ‘경영여건이 어렵다’고만 설명했다.

훗날 제보자가 알게 된 것이지만, A사는 신인 걸그룹을 만들고 없애주기를 반복하며 돈을 버는 회사였다. 

김 씨는 이 일을 다른 언론에 제보도 했지만, A사가 민·형사상 소송을 걸어와 오히려 심적 고통을 당했다고 하소연했다. 

방송국도 모르는 드라마 출연 제의 

어린 연습생들을 대상으로한 갈취는 가요계뿐만이 아니다. 드라마 출연을 미끼로 한 금품 뜯어내기는 이미 고질적인 병폐수준이었다.

다수의 제보자들이 지목한 B사는 “부모들에게 곧 공중파에서 제작할 드라마에 소속 아역배우들이 출연하도록 할 계획이다”며 김씨 경우와 비슷한 수준의 거액을 요구했다. 소속사는 그 증거로 드라마 제작 소식이 게재된 모 언론의 기사내용을 보여줬다.
피해자들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차일피일 미뤄지는 드라마 제작 일정 소식에 의심이 들어 방송국에 직접 문의 했더니 그런 드라마를 만들지 않는다지 뭐에요.”

피해자도 6세에서 18세까지 다양했다. 일부 연예기획사의 경우 데뷔를 미끼로 소속 연습생들에게 수억원의 신용대출을 받게 해 이 돈을 가로채기도해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한다. 지난 2011년 7월 D기획사 대표는 회사 소속 연예인 지망생 50명을 대상으로 여러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등에서 7억8천 만원의 대출을 받도록 강요해 처벌받기도 했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 관계자는 “일반적인 연예기획사 경우 연습생들에게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미래를 위한 투자로 생각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국회도 연예인 지망생 보호에 노력하지만 

국회 입법조사처의 조사에 따르면 연예인 지망생에 대한 착취 유형에는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범주에 성적 착취, 성희롱, 스폰서 제안 등이 있고, 신체의 자기결정권 침해 범주에 성형수술이나 다이어트 권유ㆍ강요, 신체조건에 대한 비판 등이 있다. 

또한 노동권 침해 범주에 과도한 기회 비용 지불, 불공정계약, 캐스팅 관련 사기 등이 있고, 재산권 침해 범주에 보증금 사기, 고이자 대출상품 소개, 사생활 침해 범주에 사생활 구속이나 간섭, 사생활 폭로, 개인적 정보 유포 등 피해유형은 다양하다.

상황이 이렇지만 이들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한 법제도는 미흡한 실정이다. 국회 관계자는 “연예인 지망생은 이미지 손상을 우려해 자신의 문제를 드러내는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인권침해 문제는 법의 영역에서 보호하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국회도 연예인이나 연예기획사와 관련한 입법을 위해 노력했으나 여전히 성과는 미미한 상태이다. 지난 제18대 국회에서는 ‘연예매니지먼트 사업법안’과 ‘아동 연예인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대중문화예술산업 발전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각각 발의되었으나 회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미국ㆍ영국 관련법 통해 연예인 지망생 보호

우리 보다 앞서 이와 같은 문제를 겪은 미국은 연예산업에 종사하는 미성년자를 적용범위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에 각 주의 주법을 통해서 미성년 연예인을 보호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연예인에게 고용과 관련해 허위정보를 제공할 수 없고, 연예인의 건강 안전 복지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장소에 연예인을 파견할 수 없으며, 미성년자에 대한 주점이나 살롱에 파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연예기획사와 연예인 간의 수익을 계약된 퍼센티지로 나누는 구조가 아닌 월급제로 확립돼 분쟁발생의 위험이 적다. 일본에서 연예인 지망생을 직접 보호하기 위한 입법은 없지만, 연예매니지먼트사는 ‘유료직업소개사업’으로 분류돼 후생노동성(厚生勞動省)의 허가를 받도록 규제하고 있다.

영국은 정부의 지침에 따라 에이전트사 직원·모델·연예인 등이 불합리한 계약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일은 연예인에 대한 짧은 고용기간과 간헐적 실업 문제, 성접대 문제 등을 개선하기 위해 2006년 4월 ‘독일연방 영화와 텔레비전 연기자 협회’를 설립했다. 이 협회의 목적은 독일의 영화와 텔레비전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에게 경제적, 사회적, 직업적 그리고 문화적 이익을 제공하는 등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콘덴츠진흥원은 국내 등록된 기획사는 1700여개, 잠재적 연예인 지망생은 100만명이 넘을 것으로 파악한다. 전문가들은 연예인 지망생에 대한 법적 보호를 위해서는 연예산업에 대한 합리적 규제 및 진흥 방안과 함께 이들에 대한 직접적인 보호방안이 마련되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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