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19 (금)

  • 맑음동두천 5.2℃
  • 흐림강릉 13.8℃
  • 맑음서울 6.8℃
  • 맑음대전 7.3℃
  • 맑음대구 7.6℃
  • 구름많음울산 12.4℃
  • 맑음광주 13.0℃
  • 구름많음부산 14.4℃
  • 맑음고창 10.7℃
  • 맑음제주 15.2℃
  • 구름많음강화 7.0℃
  • 맑음보은 3.7℃
  • 맑음금산 5.9℃
  • 구름많음강진군 10.6℃
  • 맑음경주시 6.4℃
  • 흐림거제 10.6℃
기상청 제공

문화

우리시대 마지막 ‘간판쟁이’

URL복사



Untitled Document






우리시대 마지막 ‘간판쟁이’

40년간 영화간판 그려온 조종태 씨


제부턴가
가장 즐기는 문화생활로 영화감상이 자리잡기 시작했고, 그것을 증명이나 하듯 주말 극장가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더 많은 관객의 수용을 위해
영화관은 ‘역사’를 부수고 ‘쾌적’하고 ‘편리’한 멀티플렉스영화관으로 탈바꿈했다. 과거의 ‘향수’를 벗어던지고 번쩍거리는 ‘최첨단’ 무대의상으로
갈아입었다.

그러나 가끔 덜거덕덜거덕 영사기가 돌아가고, 화면에 비가 내리면서 영화의 감칠맛을 더했던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좋아하는 배우가 커다랗게
그려진 간판을 보면서 연모의 정을 품기도 하고, 전혀 닮지 않게 그려진 것을 보면 화를 내기도 했던 그때. 지금은 그 당시 걸렸던 영화들이
주말의 영화에서조차 자취를 감추고, ‘맨발의 청춘’과 같은 그림간판은 주점표지로만 애용된다.

그런데 여전히 영화간판을 자신의 붓끝으로 표현하기를 고집하는 이가 있다. 미아삼거리 대지극장에서 미술부장을 맡고있는 조종태(63) 씨가
그 주인공이다.


장르
따라 색채, 형태 변화


영화관에 실사간판이 그림간판의 자리를 차지한지는 1990년대 들어서면서 본격화됐다.
가격도 저렴하고 인력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씨는 “영화관에 따라 걸리는 위치가 다르므로 획일적으로 인쇄된 실사간판을 거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한다. 빛을 받는 각도와 관객의 시선 높이에 따라 색채나 형태에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림간판은 포스터를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맞게, 장르에 맞게 특징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멜로는 화사하고 화려한 색채를, 반면에 공포는 음침하고 어두운 색채를 더 강조해요. 붓터치도 공포는 거칠게 하죠. 액션은 주인공의 남성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인물자체나 근육을 좀더 크게 그리는 방법을 사용하고요.”

변형을 하더라도 전체적인 조화를 놓쳐서는 안된다. 작은 부분을 빠뜨리는 실수도 조심해야한다. 특히 조씨는 “귀를 그리지 않는 사람이 많다”면서
세심한 주의와 정성을 담아야 좋은 영화간판을 그릴 수 있음을 언급했다.

“간판에 그림 그리는 일을 하찮게 보는 경향이 있죠. 단순 기술직 아니냐고. 하지만 이것도 순수한 열정이 없으면 하기 힘든 작업이에요.
잘된 그림간판은 하나의 예술작품이죠.”

초기에는 생계를 위한 작업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림간판은 조씨에게 ‘작품’으로 다가왔다. 때문에 영화가 막을 내리면 간판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 아쉬워 몇 년 전부터 작품을 사진에 담아 간직하고 있다.

“한창 시절엔 너무 바빠 사진으로 보관해야겠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죠. 나이가 먹으니 사라지는 것이 아깝더라고요. 진작에 깨달았으면
지금쯤 수만 장의 사진을 가지고 있을 텐데요.”


최고의 작품 ‘대부’, 잘 그리는 배우 황 해


조씨가 처음 그림간판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23살 되던 해, 목포에서였다. 학창시절부터
그림에 남다른 소질이 있었고 당시 극장에서 일하는 것은 높은 보수가 보장됐기 때문에 선뜻 나설 수 있었다. 처음 얼마간은 선배들에게 페인트통이나
연탄집게로 맞아가며 배웠다. 그러나 배우는 속도가 남들보다 월등히 빨라 보통 10년 걸리는 것을 4년만에 책임자가 됐다.

1959년 박 암 주연의 ‘위정천리’를 첫시작으로 본격적인 간판화가의 길로 접어든 그는 서울로 상경해서는 피카디리, 서울극장 등 종로 일대
거의 모든 간판을 그렸다. 특히 광화문 국제극장에 전면을 감싼 ‘십계’ 대형간판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지금껏 그린 작품 중에서 가장 손꼽는 작품은 ‘대부’다. 알파치노의 실루엣 하나로 인물성격과 영화이미지를 표현해야했기에 완성했을 때 무엇보다
애착이 갔다.

“몇 번이고 다시 그렸어요. 단순한 구성에 영화의 모든 걸 담아야했으니까요. 그래도 제가 그린 최고의 작품이었죠.”

수많은 배우들 중에서 가장 자신있게 그릴 수 있는 배우는 ‘목포의 눈물’ ‘월하의 공동묘지’의 황 해다.

“황 해 씨는 선이 굵고 개성이 강해서 표현하기 쉬워요. 그래서 대체적으로 남자가 여자보다 그리기 수월하죠. 요즘 신세대 여배우들은 특징이
별로 없고 다들 비슷하게 생겨서 그리는 데 여간 애를 먹는 게 아녜요.”

1950년대부터 배우들의 얼굴을 그려온 터라 조씨는 근래 배우들의 몰개성을 꼬집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만큼 조씨의 손을 거치지 않은 배우가
없기 때문이다.


그림간판
소멸 가슴아파


조씨의 그림실력은 나라에서도 인정받아 행사에 필요한 대통령 사진을 그리기도 했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전대통령들의 초상화를 그렸다. 솜씨를 인정받은 것은 좋은 일이었으나 거부하면 안기부에 끌려갔기 때문에 강제성이
있었다.

종교계나 교수에게 청탁받는 일도 종종 있었다. 유명세를 타자 미대생이 배우겠다고 찾아오기도 했다. 그러나 다들 얼마 못 가 도망치기 일쑤였다.

“사실 저도 1년간 해외로 도망간 적이 있어요. 간판화가라는 직업이 알고보면 너무 힘든 직업이거든요. 대단한 열정과 인내가 아니면 버티기
힘들죠.”

그러나 간판화가는 조씨에게 운명이었는지 다시 돌아와 지금껏 40년간 이일을 하고 있다. 실사간판이 그림간판을 밀어내 일거리는 전보다 훨씬
줄었지만 그래도 아직 그의 실력을 원하는 곳이 있어 작품활동을 계속 하고있다.

“저는 이제 그릴만큼 그려봐서 여한은 없어요. 하지만 고생하다 막상 실력이 갖춰지니 떠나야하는 후배들은 다르죠. 그리고싶어도 그릴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조씨는 그림간판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을 씁쓸해하며, 후배들을 위해 자신이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고민했다.

“지금껏 간판화가로 살아온 제 인생은 어쩌면 하나님의 축복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림 그리는 재주를 주셨고 그것을 써먹으며 평생을 살아왔으니까요.
이제는 이 자리를 후배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 같아요. 그림간판이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뿐이에요.”

조씨는 “실사간판에는 없는 인간미와 생명력이 있다”며 그림간판이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역설했다. 평생 영화간판을 그려온
‘간판쟁이’의 아쉬움이 담긴 말이었다. 담배를 물고 간판을 응시하는 그의 눈빛에 세월의 영사기가 돌아갔다. 한숨섞인 담배연기에서는 애석함과
미련이 묻어나고 있었다.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비만학회·한국릴리 미디어 세션...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견이 나왔다. 17일 대한비만학회와 한국릴리가 17일 비만과 2형 당뇨병을 사회적 건강 과제로 규정하고, 치료 중심의 관리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릴리와 대한비만학회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사회적 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을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국내 비만·당뇨병 치료 환경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인크레틴 기반 주사 치료제를 포함한 최신 치료 옵션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논의하고 미충족 수요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등 여러 비만치료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인 이재혁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왜 비만 치료가 중요한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대한비만학회의 노력'을 주제로 학회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비만은 단순한 체중증가 상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지만, 여전히 법정비급여 질환

정치

더보기
내란특검 수사 결과에 與“헌정 회복 이정표”vs野“태산명동서일필로 끝난 정치보복”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15일 발표된 내란 특검 최종 수사 결과에 대해 여야는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헌정 회복에 많은 기여를 했음을 강조한 반면 국민의힘은 성과 없는 ‘내란몰이’로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개최된 원내대책회의에서 “'12·3 내란사태는 권력 유지를 위한 불법 계엄이었다‘ 어제 내란 특검은 12·3 내란 사태 수사의 결론을 공식 발표했다”며 “활동을 마무리한 내란 특검은 헌정을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였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 한 시도에 국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분명히 보여준 과정이었다. 관련자 기소와 사실 규명, 책임 구조의 윤곽까지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누구든 헌정을 흔들면 철저하게 책임을 묻는다는 원칙도 분명히 세웠다”며 “아직 남은 과제도 분명하다. 내란의 기획과 지휘 구조, 윗선 개입 여부 등 핵심 쟁점 가운데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재판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준엄한 단죄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내란 세력을 결코 용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민주주의의 역사에 분명히 새겨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대법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특별법 계획대로 추진”vs“위헌 법률 만들 이유 사라져”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예규를 제정한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임을 밝혔고 국민의힘은 내란전담재판부 특별법 제정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대법원은 18일 보도자료를 발표해 “2025년 12월 18일 개최된 대법관 행정회의에서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 제108조는 “대법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정할 예규의 주요 내용은 형법상 내란의 죄와 외환의 죄, 군형법상 반란의 죄에 대한 사건의 국가적 중요성, 신속 처리 필요성을 감안해 대상사건만을 전담해 집중적으로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이다. 현행 형법 제87조(내란)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 2.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

문화

더보기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 연극 ‘동물원 이야기’ 공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 ‘동물원 이야기(The Zoo Story)’가 12월 20일(토) 오후 2시 밀양아리나 꿈꾸는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번 공연은 밀양시가 주최하고 대경대학교 공연예술ICC가 주관하며, 극단 가변과 극단 예빛나래가 공동 제작했다. 작품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한 벤치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인물 제리와 페트라(원작의 피터를 여성으로 트랜스한 설정)의 대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고립과 소통의 부재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심리극이다. 사회의 주변인에 가까운 제리와 평범한 중산층 페트라의 만남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를 드러내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관객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번 무대는 ‘1960년대 초연 이후 지금 시대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을 새롭게 해석한 공연’을 표방하며, 도시의 소음 속에서 점점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작품은 단 두 명의 인물과 최소한의 공간만으로도 강렬한 긴장과 몰입을 만들어 내며, 관객에게 나와 타인 간의 거리와 소통의 의미를 되묻는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이자 연출을 맡은 배우진은 “‘동물원 이야기’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