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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李-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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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이후 '이명박-박근혜의 전쟁' 은 끝난 줄 알았다. 이명박은 대권을 잡았고, 박근혜 는 그저 그런 당내 소수 계파의 수장으로 명맥만 유지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게 승자와 패자의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극심한 공천 내홍을 겪으면서 박 전 대표는 다시 한번 전쟁을 선택했다.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박 전 대표가 내뱉은 말은 사실상 당내 친이명박계와의 전면전 선포와 다름없었다."대선후보 경선에서 지면 끝이란 점을 일깨워줬다",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항변 속엔 '이명박-박근혜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이제부터 다시 시작' 이라는 것이다. 지난 대선이 '李-朴 전쟁'의 제1라운드였다면, 공천 내홍 속에서 치러지는 4.9 총선 이 제2라운드다. 총선 다음은 7월 전당대회가 친이-친박의 전장(戰場)이고, 그 후 무수히 벌어질 소소한 국지전과 함께 5년 후 대권이 마지막 전쟁터가 될 전망이다.
‘형님공천’ 논란으로 사퇴압박을 받은 이상득 국회 부의장과 친이계내 권력투쟁을 촉발시킨 이재오 의원이 지난 25일 총선출마를 결정하면서 이제는 총선 후 짜여질 권력구도 재편이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공천파동 이후 펼쳐진 이상득-이재오 두 실세간의 권력충돌과 봉합은 여권의 권력지형에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연 이 전쟁터에서 누가 살아남을 것이냐, 한나라당이 과연 과반의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냐에 따라 권력구도 밑그림이 크게 달라진다.
친박계 생환시 ‘총선실패 책임론’ 대두
‘영남권 대학살’로 인해 대거 숙청당한 친박계가 외도를 택한 마당에 공천파동 이후 한나라당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표심이 조금씩 싸늘해지면서 현재 영남권과 수도권에서 이들의 약진이 눈에 띄는 상황이다.
당 지도부의 ‘복당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서청원 전 대표와 이규택 의원이 이끄는 친박성향의 ‘친박연대’가 수도권에서 교두보를 마련하고 친박계 좌장 김무성 의원이 이끄는 무소속 연대가 영남에서 승전할 경우 한나라당으로 귀환할 것이 분명한 사실.
강재섭 대표 지역구에 출마를 선언한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이 자신의 생환과 더불어 수도권에서만 15~20명선의 당선을 자신하고 있는데다 이렇게 될 경우 엄호성 의원의 언급처럼 “한나라당과의 당대당 통합”도 친박연대 측에서는 기대해 볼만한 카드다.
박 전 대표가 ‘총선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마당에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에 실패하고 친박계가 대거 생환한다면 후유증을 감수하면서까지 대학살을 단행한 친이계 실세들의 입지는 응당 축소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사기를 잃은 상황에서 직면할 ‘총선실패 책임론’과 ‘대학살 참극 반성론’은 7월 당권경쟁에서 친이계를 궁지로 몰아넣을 것이 분명하다. 친이계는 향후 5년간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자신들의 전리품을 지금보다 많이 박 전 대표를 비롯한 그 친위부대에게 양보해야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이같은 시나리오는 친박계의 약진이 기대에 못 미치고 친이계가 자력으로 마지노선인 160석 이상을 획득할 경우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친이계 단독으로 과반 확보할땐 구주류 몰락
전문가들은 “친이계가 자력으로 과반의석을 확보한다면 박 전 대표를 비롯한 구주류와의 단절이 완결된다는 의미를 갖는다”며 “이같은 총선결과는 신주류와 구주류간 길고 길었던 권력투쟁을 정리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공천파동에 따른 후유증을 감수하면서까지 친박계를 숙청한 친이계의 대학살극이 자력으로 과반의석을 확보할 경우 명분을 얻을 것이라는 것.
포스커뮤니케이션 이경헌 대표는 이같이 말한 뒤 “자력으로 과반의석을 확보한다는 것은 이후 친박계의 소멸 및 약화와 더불어 권력의 파이가 급격하게 친이계 쪽으로 옮겨가면서 대대적 지분나누기의 서막이 시작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관전 포인트를 집었다.
즉 이상득 부의장의 사퇴압박으로 돌출된 친이계내 권력투쟁 양상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과반의석을 자력으로 이룬 이후에 있을 친이계 내 실세들의 암투는 향후 5년간 살아있는 권력과의 동반자 자리를 놓고 사즉생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것.
총선 불출마라는 악수를 자초하며 총선을 이끈 강재섭 대표는 신흥 주류로 부각될 것이 뻔하고, 지역구를 떠나 당의 요청에 따라 수도권에서 통합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정동영 후보와 붙은 정몽준 최고위원도 승리할 경우 일약 당내 핵심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형님공천 논란에도 불구하고 출마한 이상득 부의장과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에게 밀리는 악조건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재오 의원도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각각 논란 종식과 수도권 득표전략에 공헌했다는 명분을 얻게 된다.
여기다 이 의원과 손잡고 노장파 숙청을 시도한 정두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 그룹이 세력재편을 꾀하고 있는 것도 예의주시 대상이다.
이재오-정몽준, 지역구 생환이 당면과제
이처럼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당내 세력다툼은 결국은 총선 3개월 뒤 치러질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누가 차지할 것이냐를 놓고 벌어지는 전초전에 불과하다.
친이계와 친박계로 단순하게 나눠졌던 한나라당 내 권력지도가 다시 그려지는 과정에서 여러 갈등 요소들이 표출되고 있고 앞으로 7월 당권다툼을 전개해나가는 가운데 새로운 연대와 대립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이 대통령에게 도전한 측근 그룹들이 향후 어떤 스탠스를 취할 것이냐에 있다. 현재 상황은 ‘3.23’ 거사로까지 불리는 ‘이 부의장 불출마 촉구 55인 기자회견’에 연루된 실세들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먼저 이재오 의원은 25일 오전 서울 구산동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청와대로 이 대통령을 찾아가 이 부의장과 동반불출마를 제의했다는 보도는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하며 총선 출마 입장을 밝혔지만 지난 24일을 기해 55인의 기자회견이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나면서 이를 주도한 그의 당내 위상은 급격히 흔들리고 있는 것.
이 의원은 앞서 지난 23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를 하며 민심수습과 이 부의장과 자신의 ‘동반불출마’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 과정에서 측근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흘려 청와대를 압박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기자회견을 이끈 축이 이재오계로 나타나면서 자신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난’을 일으켰다는 책임소재를 벗어던지지 못하는 상황. 더욱이 청와대와 이 부의장이 이 의원의 도전을 용납치 않음으로써 여권내 이 의원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정두언 "이재오, 함께 가자더니…출마해 황당"
이 의원과 함께 당내 또 다른 ‘신실세’로 불리는 정두언 의원 역시 이번 ‘55인 기자회견’의 중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입장이 난처해졌다.
그토록 이 대통령이 각별한 신임을 쏟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과 손잡고 노장파(이 부의장 등) 숙청을 시도했다는 점은 이 대통령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실제 정 의원은 지난 25일 이 부의장이 총선 불출마 촉구 요청을 뿌리치고 총선 후보 등록을 강행한 것과 관련,"우리의 충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은 총선 후에 평가받을 것"이라고 총선 이후에 다시 들고나올 것임을 시사했다.
정 의원은 이날 "이 부의장 불출마를 요구한 55인은 오직 당과 대통령을 위해 나선만큼 '생육신' 으로 불러줬으면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소장파들의 이 부의장 불출마 요구에 합세한 배경에 대해 "그 길만이 진정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손해를 보는 것은 참아도 이치에 안맞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내 미래가 불투명해져도 후배들을 외면할 수 없었고 그들이 하는 일에 명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이 부의장 불출마 등을 촉구한 공천후보 55인의 '거사' 가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명분을 갖고 있었다는 점과 이 부의장의 출마가 '잘못된 선택' 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는 한편, 총선이 끝난 뒤에도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정 의원은 이번 '거사' 의 주동자로 지목된 데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전후 사정도 설명했다."수도권을 위주로 사정이 어려운 의원들이 남경필의원을 뒷받침하자고 해서 나섰으나 잘 안됐다. 이후 이재오 의원이 불출마하겠다고 나서자 이 의원 혼자 희생물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소장파들이 뜻을 모으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재오 의원이 불출마 카드를 꺼냈다가 출마로 선회한 것과 관련해서도"(회견파 55인) 모두 황당해하고 있다."며"자신이 나서서 '바른 길이니까 함께 갑시다' 해놓고, 그런데 갑자기 출마하겠다고 하니 너무 황당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 의원은 새 정부의 국정운영과 인사 등에 대해 "지금 너무나 할 말이 많지만 총선 승리가 중요한 이 시점에서 참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여운을 남겼다. 이 부의장 측이 인사 문제에 깊이 관여해 인사 파동을 일으켰다는 지적과 맞물려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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