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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하는 청소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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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계절이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그들의 인권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국가 청소년 위원회가 보건복지가족부로 흡수 통합해 출범 3년 만에 폐지된 것 또한 청소년에 대한 관심의 축소를 드러낸다. 그나마 청소년의 관심은 거의 교육이나 보호 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다. 공부하는 청소년은 있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일하는 청소년은 없는 존재처럼 취급한다.
사업장 68.3%가 노동법 위반
각종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노동경험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논문에서도 청소년 2,910명 중 34.1%가 중2~고2 기간에 적어도 한 번 이상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아르바이트 직종으로는 중학생의 경우 ‘전단지 돌리기’, 고등학생의 경우 ‘음식점 카운터 서빙 배달’이 가장 많았다.
이외에도 청소년 아르바이트 직종의 대부분은 주유소,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대형 할인마트, 치킨 배달, 택배 등 서비스 유통 판매직에 집중돼 있다.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의 이수정 노무사는 “서비스 유통 판매직은 2007년 비정규관련법 시행 이후 가장 빠르게 비정규직화가 진행되고 있는 직종이다”며, “이와 같은 직종에 청소년 아르바이트가 집중되었다는 것은 청소년 노동자의 대부분이 비정규직보다 더 열악한 노동환경과 노동조건에 처할 수밖에 없는 현실임을 반증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소년 아르바이트 부당대우의 심각성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노동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아르바이트를 고용한 사업장의 68.3%가 근로시간, 임금 등 근로조건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는 등 노동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 대부분이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것을 이용해 임금을 적게 주는 등 사업주 횡포가 여전한 것이다.
현행법상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으로 3,770원, 일급(8시간)으로는 2만7,840원을 받아야하지만 청소년들은 이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고 알게 되더라도 불이익을 염려해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노동법적 권리 침해와 노동재해 심각
노동안전 또한 취약하다. 작년 8월부터 11월까지 노동건강연대가 실시한 수도권 지역 일부 중고등학생의 노동안전보건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지금까지 일한 일자리에서 한 번이라도 사고를 당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16.7%가 ‘한 번 이상 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아르바이트 종류별 사고 경험률을 보면 각종 배달 업무에 종사했던 이들의 사고 경험률이 36.1%로 가장 높았고, 패스트푸드 업종 24.4%, 음식점 19.3%, 주유소 8.0%로 나타났다. 사고의 종류도 교통사고, 화상, 찔림 및 베임 등 다양했는데 배달 업종의 경우 교통사고의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그러나 ‘사고 이후 치료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사고 경험자의 30.3%가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치료를 한 경우에도 자비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업주가 부담한 경우는 29.0%였다. 이 중 산재보상보험으로 치료한 경우는 8.1%에 불과 했다.
이 노무사는 이 외에도 “청소년 노동자는 각종 노동법적 권리 침해와 노동재해 외에도 언어폭력과 성폭력 등 위계 관계에 의한 폭력에도 상당수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소년 근로가 만연한 현실이고, 부당대우 또한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성세대는 노동에서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만 청소년을 인식하고, 노동의 권리를 누려야할 주체자로 청소년을 의식하는 사고가 부족한 것이 문제다.
군산 YMCA 청소년부의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아르바이트에 대해 80%가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반면, 기성세대들은 45%가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대답해 의식의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군산 YMCA 청소년문화의집 정건희 관장은 “초기 일하는 청소년지원사업을 시작하면서 교사들과 기성세대들을 만나보면 그들은 청소년아르바이트가 토론회의 주제가 되는 것도 이해하지 않고 부정적 반응을 보이는 교사도 있었다”며, “사회에서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는 대중화 되어 있는 게 현실이다. 현실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에서 괴리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알바를 직업체험 공간으로”
보호의 시각을 넘어서 아르바이트의 긍정적 면을 부각하고 체험할 수 있게하는 장치들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청소년정책 김기헌 연구원은 “먼저 일이나 직업의 의미를 이해하고 청소년 아르바이트를 직업체험의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외국의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청소년 아르바이트는 학생들로 하여금 직업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미래에 본인이 희망하는 직업을 얻는데 있어서 요구되는 가치나 지식, 태도 등을 습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심지어 아르바이트 경험이 학업성적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이는 좋은 성적이 좋은 직업을 얻는데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일을 통해 직접적으로 확인하게 되면서 본인 스스로 학업 성적을 높이려는 동기부여가 이루어지기 때문으로 풀이한다”고 설명했다.
영미권 국가들의 부모들은 학생들이 스스로 자립하는 과정으로 자발적 경제 참여를 권장하는 문화가 있으며 영미권 국가에서 사회계층간의 차이 없이 광범위하게 아르바이트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부모들의 허용 혹은 묵인을 전제로 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시간제 취업이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가정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김 연구원은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중요한 사회경험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고 아르바이트 업체는 학생들을 경제적 대상이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 건전한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을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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