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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약은 경제적 능력에 따라 살 수 있는 사치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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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은 경제적 능력에 따라 살 수 있는 사치품이 아니다”



먹을 수 있다면 명약 그렇지 않다면 독약







“나

살고 싶다. 1년 6개월 전 인터페론(항암치료제) 주사약으로 치료하면서 생업을 포기하고 재산을 탕진한 채, 생명을 연장해 왔으나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했다. 기적의 신약이라는 글리벡을 복용하려해도 월 삼백만원 돈이 필요하다. 집까지 처분한 처지에 무슨 돈으로 사먹으란 말인가?”
(환자 김기주)

“어언 7년. 내가 백혈병과 투병한 세월이다. 눈물과 고통 속의 지루한 나날. 그 누구보다 건강을 자부하던 내가 아니었던가! 자살도 여러 번
생각했었다. 글리벡을 먹으면 살 수 있으련만 한 달 약값 750만원. 그림의 떡” (환자 김영인)

“이제 막 세 돌을 맞은 딸아이의 웃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으로 오열하구 입으로 웃고 있다. 과연? 딸아이를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나의 바람은
딸 결혼식 때 손잡고 들어가는 것이다. 난 살고 싶다. 아니 꼭 살아야겠다” (환자 손제윤)

글리벡 농성단이 18일 동안 점거농성한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실은 환자들과 시민단체들의 글로 도배돼 있었다. 사방 모든 벽들을 가득 채운 대자보들을
읽어 보면 ‘글리벡’이 환자들에게 얼마나 필요한 약이며, 환자들의 사정이 얼마나 절박한지 알 수 있다.



죽기로 한 싸움




글리벡 문제는 복지부가 지난달 21일 글리벡 약가를 2만 3,045원으로 결정하면서 다시금 사회문제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복지부의 발표는 글리벡을
복용하는 환자들에게 사형선고와도 같았다. 보험적용에서 배제된 초기 만성기 환자들이 하루에 먹어야할 알약 수는 4~8알. 살기 위해서는 한 달에
300~600만원을 감당해야 한다.

약가가 결정되지 않아 지난 2년 동안 환자들은 약값으로 재산을 탕진했고, 돈이 없는 환자들은 유명을 달리 했다. 백혈병 만성기의 한 환자는
“약값으로 이미 집도 날렸고, 빚만 자꾸 늘어간다”며 “딸자식 하나 있는데, 더 이상 빚을 지우고 싶지 않다”며 자살을 생각중이라고 말했다.


환자들은 글리벡이 시판되기 시작한 2001년부터 ‘약가인하’와 ‘보험적용확대’, ‘본인부담금인하’, ‘글리벡 특허에 대한 강제실시 허여’를
요구하며 정부와 노바티스사를 상대로 사투를 벌여왔다.

그러나 1월 21일 복지부는 노바티스사의 요구대로 글리벡 약가를 결정을 하고, 본인부담금만 10%인하 했다. 복지부의 조치에 분노한 환자들은
‘약가인하’와 ‘보험적용확대’를 요구하며 1월 23일부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또 지난 6일에는 노바티스사에 찾아가 기습시위를
벌여, 협상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차가운 시멘트바닥에 돗자리를 펴고 농성에 들어간 환자들의 투쟁은 살고자하는 싸움이 아니라 죽기를 작정한 것이었다. 백혈병환우회 김상덕 간사는
“돈 없어 약 못 먹고 죽으나, 싸우다 죽으나 죽기는 매한가지”라고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조속한 심사·결정을…




죽기로 한 환자들의 투쟁에 노바티스사가 결국 손을 들었다. 한국노바티스는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을 모든 환자들이 건강보험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요청했다. 식약청이 이 약에 대해 보험적용 확대를 결정하면 보험혜택을 받지 못한 초기백혈병
환자의 약값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노바티스사는 “보험이 적용되는 환자의 본인부담금(약값의 20%) 절반을 제약사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보험적용이 확대될 경우 하루 4알을 먹는
초기 환자의 한 달 약값이 현재의 276만원에서 27만원으로 대폭 줄어든다”고 밝혔다. 식약청 관계자는 “조만간 심사에 착수해 보험적용 확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정부의 결단만이 남았다. 초기만성기 환자에 대한 보험적용은 식약청의 적응증 허가가 나야 가능하다. ‘적응증’이라는 것은 글리벡이 초기만성기
환자에게 약효가 잘 듣는지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FDA(미국 식품의약국)가 만성기환자에게도 적합하다고 승인한 바 있으며, 또 국내
많은 환자들이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한 달에 수백만 원씩 지불하고 약효를 체험한 바 있다.

또 과거 2001년 6월 20일 약이 시판될 당시에는 초기만성기 환자들에게도 보험이 적용되기도 했었다.

환우회 강주성 간사는 “과거에도 적용된 사례가 있으니 만큼 심사(최장 65일까지 가능)를 빨리해 조속히 허가를 내려주기 바랄 뿐”이라며 “환자에게
있어서 하루하루는 생명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싸움의 시작




한편, 18일간의 농성을 마친 글리벡 농성단은 “‘강제실시 허여’를 통해 합법적 인도약 수입이 가능해질 때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청 고시 제 2001-56호에
따라 ‘자가치료용’ 목적으로 인도약 직구매를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리벡 농성단은 복지부가 노바티스에게 건강보험재정과 환자의 본인부담으로 1인당 한 달 평균 300~600만원을 내도록 하고, 특허로 인한 제약사의
폭리를 인정한 것이 가장 큰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환우회 강 사무국장은 “A7개국의 평균가를 기준으로 하는 약가산정기준이 여전히 유효한 이상, 앞으로 어떤 혁신적 신약이 들어와도 약값이 비싸서
못 먹는 문제가 다시 발생할 것이므로 지속적인 운동을 통해 이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필라델피아 염색체 양성반응을 보이는 급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와 같은 희귀 백혈병환자에게는 글리벡은 여전히 ‘절망의
약’이기 때문에 이들의 목숨을 위해 인도약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게 농성단의 입장이다.

환우회 김 간사는 “환자 개인의 노력이 넘어서 국가차원에서 글리벡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싼 가격으로 치료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글리벡 특허에 대한 강제실시를 허여하는 것뿐”이라며 “국민의 생명이 먼저고, 국민이 살아 있을 때, 국가가 존재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고병현 기자 sama1000@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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