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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3차 오일쇼크, 이미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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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멈출 줄 모르는 고유가 충격은 3차 오일쇼크와 버금가는 수준이고 ‘고물가-저성장’이라는 스태크플레이션을 맞닥뜨리게 했다. 항간에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1차 외환위기를 능가하는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우려 섞인 말들도 나온다. 과거 1, 2차 오일쇼크의 경험을 통해 3차 오일쇼크를 진단해 보고 대안책은 무엇인지 찾아본다.
고유가에 손 놓던 정부, 비상조치 돌입
치솟는 고유가에도 ‘설마 설마…’했던 정부가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목전에 두고, 태도가 달라졌다. 유가가 110달러에 안정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정부다. 하지만 유가가 140달러를 넘어서고 국제유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세계전망이 잇따르자 다급해진 정부는 비상대책을 마련했다. 지난 5월19일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 기자회견에서 “국제유가가 150달러를 넘어서면 비상체제로 가야 한다. 170달러를 넘어 200달러를 향해 가면 위기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
이에 정부는 한 국책연구소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200달러로 치솟는 최악의 상황을 시나리오로 가정해 경제변동을 산출해 달라는 보고서를 요구했다. 비상대책의 기준이 되는 150달러는 2차 오일쇼크 당시 최고 유가를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가격이다. 170달러는 대중교통 물류 유가환급금이 상한액(l당 476원)에 도달한 가격에 해당한다. 정부의 비상대책을 크게 짚어보면 국제유가가 150달러에 달할 경우 공공기관의 에너지 10% 절감 조치와 민간의 자율적인 에너지 절약, 170달러를 넘을 경우 유류세 추가 인하와 유가 환급금 지원 대상 확대 등이다. 비상대책이라고는 하나 근본적인 해결 없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유가가 오르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한국은 특히 수출과 수입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고유가 악재에 더 취약하다. 메릴린치는 “아시아에서 한국은 태국 대만 필리핀 등과 더불어 오일쇼크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나라”라고 분석했다. 국제유가가 130달러를 웃도는 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올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3%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올 초 대부분의 민간연구소와 한국은행 등이 전망했던 4.8%의 경제성장률은 유가가 81달러 선이었을 때 얘기다.
하나금융연구소 장보형 연구위원은 3차 오일쇼크와 스태그플레이션 세미나에서 “국제유가가 연 평균 140달러에 이르고 환율이 1050원에 달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3.7%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며 유가급등에 따른 세계경제의 동반침체가 수반될 경우 2.9%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불과 5개월여 만에 경제전망이 대폭 수정된 것은 그만큼 고유가 현상이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인 차 뚜렷… 과거 공급중단, 현재 수급불균형과 투기세력 가세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하반기 유가가 배럴당 평균 150달러 수준이면, 경제성장률은 2.0%, 물가상승률은 9%를 넘고 평균 200달러를 돌파할 경우 성장률은 -2.0%로 떨어지고 물가는 13.8%로 치솟을 것이라는 비극적인 전망을 내놨다. 즉 현재 국제유가가 140달러 정도니까 앞으로 10달러만 더 오르면 경제성장률은 당초 올해 연간 목표치의 3분의 1로 떨어지고 물가는 3배나 더 오르는 끔찍한 스태크플레이션을 맞게 된다는 분석이다. ‘제3차 오일쇼크+3%대 경제성장률=스태크플레이션’이라는 공식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스태크플레이션은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국제적으로도 기피되는 현상이다. 지난 1, 2차 오일쇼크 때를 보면 2~3년간 경제지표가 엉망이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스태그플레이션을 막는 극복하는 방법은 뼈를 깎는 구조개혁 뿐이라는 데 있다. 1970년대 1차 오일쇼크를 극복한 힘은 IT혁명과 신흥국의 글로벌 경제편입이라는 혁신이었다. 현대경제연구소가 분석한 1,2차 오일쇼크 시기와 최근의 여건들을 비교해 보고 3차 오일쇼크 가능성을 진단해 보자.
지금의 고유가 현상은 과거와 달리 많은 차이점을 보이고 있어 대안 마련이 더욱 어렵다. 지난 1970년대의 오일쇼크가 산유국의 공급중단이 원인이었다면 최근의 고유가는 고질적인 수급난과 투기세력의 가세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상승기간도 1,2차 오일쇼크가 1년 이내의 단기 급등으로 세계경제에 타격을 줬던 반면 이번 고유가 현상은 2002년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오다 최근 1~2년 새 초(超)급등했다. 이처럼 과거 오일쇼크가 정치적인 이유로 단기간 유가가 급등했던 것과 달리, 최근 수년간 지속된 고유가는 수급불균형과 투기세력이 가세해서 빚어진 복합적인 현상이어서 쉽게 진정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일쇼크, 세계 경제는 ‘패닉’ 경험
1차 오일쇼크는 1974~75년에 제 4차 중동 전쟁이 발발하면서 일어났다. 전쟁 등에 휘말린 산유국이 공급을 전격 중단했던 것. 중동전쟁이 발생하면서 아랍권은 석유의 무기화를 선언했다. 당시 OPEC은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 중단을 요구하며 생산량을 25% 감산했다. 이에 따라 원유 가격은 1973년 배럴당 3.1달러에서 10.7달러로 3배 이상 급등했다. 단기간의 유가 폭등으로 전세계는 ‘패닉’ 상태에 놓였고 경제적 충격도 상당했다.
세계 경제성장률(1973년)은 6.8%에서 오일쇼크 기간(1974~75년)동안 2.4%로 떨어졌고 물가 상승률은 9.6%에서 13.8%로 상승했다. 수출과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유가충격에서 비껴갈 순 없었다. 같은 기간 성장률은 12.0%에서 6.6%로 반토막 났고 물가 상승률은 3.2%에서 24.8%로 무려 8배 이상 급등했다.
2차 오일쇼크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회교혁명 성공 이후 원유의 주요 수출국인 이란은 1978년 석유 수출을 전면 중단했고 이 여파로 하루 560만 배럴의 공급 차질을 빚었다. 여기에 OPEC은 자원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 국제유가를 14.5%나 인상조치를 취했다. 이 시기 원유가격은 1979년 배럴당 17.3달러에서 1980년 28.6달러로 급등했다.
OPEC은 이 기간 9차례에 걸쳐 유가를 인상하고 800만 배럴이나 감산했다. 이란과 이라크의 전쟁은 상대방의 유전이 파괴시켜 260만 배럴의 공급차질도 빚었다. 이 여파는 고스란히 세계 경제로 스며들었다. 원유가격은 1979년 1월 13.34달러에서 1980년 11월 42.50달러로 3배나 급등했다. 이에 따라 전세계 물가 상승률은 같은 기간 12.5%에서 17.2%로 상승했고 경제 성장률은 3.8%에서 2.4%로 하락했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제성장률은 6.8%에서 -1.5%로 급락했고 물가 상승률은 18.3%에서 28.7%로 용솟음 쳤다.
고유가→물가상승→경기침체 등 3차 오일쇼크 현실화
3차 오일쇼크를 우려하고 있는 지금은 공급부족과 투기세력의 가세, 달러 가치 하락 등이 유가 급등을 부채질 하고 있는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OPEC의 잉여생산 능력이 하루 100만 배럴 안팎으로 줄면서 중국과 인도 등의 석유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또 달러 가치 하락이 지속되면서 투기세력이 원유 거래시장에 뛰어들어 유가를 상승시키고 있다.
원인은 달랐지만 고물가와 저성장 등을 알리는 여러 경제지표를 봤을 때 과거 오일쇼크 때와 비슷한 길을 밟고 있다는 점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현재 실질 유가 수준은 2차 오일쇼크의 1.5배에 달하고 유가 상승률은 2차 오일쇼크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2차 오일쇼크가 시작된 1980년 유가 상승률은 전년대비 66.0%를 기록했다. 그런데 올해 1/4분기 유가 상승률은 전년대비 79.2%에 달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과거 오일쇼크 때는 유가 급등 지속 기간이 1~2년 정도로 단기 수준이었지만 최근의 유가 상승세는 2002년부터 시작해 꾸준히 상승해 왔다는 점이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원유 의존도는 2차 오일쇼크 수준까지 높아져 있다. 세계 원유 의존도는 1980년 6.8%에서 1998년 1.1%로 낮아졌으나 이후 지속적인 증가를 보이면서 2008년 6.6%까지 상승해 2차 오일쇼크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8년 1/4분기 원유 의존도가 1981년 수준인 8.9%룰 기록하고 있다.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도 과거 오일쇼크 때 못지않다. 오일쇼크의 대표적인 현상이 인플레이션이다. 오일쇼크는 ‘물가 상승 → 구매력 저하 → 소비 위축 → 투자 및 생산 감소 → 무역량 감소’의 악순환을 발생시킨다.
지난해 2.5%였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올해 4%대에서 하반기 6%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과거에 비해 물가상승률이 적긴 하지만 연간 상승폭이 두 배 정도 될 수 있다는 점은 과거와 비슷한 양상이다. 특히 지난 4월 4.1%나 뛰어 3년8개월 만에 최고 기록을 세웠다. 원재료 물가도 전년대비 56%나 폭등, 10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득증가율보다 물가인상률이 높아지면 소비가 급격히 감소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서울·경기 등 7대 도시 8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소비행태 변화’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불황 극복을 위해 의류비(24.5%), 외식비(18.6%), 문화 레저비(12.4%)부터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 부문의 지출이 줄어들면서 경제 성장률 전망에 먹구름이 끼었다.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5.0%에서 올해 4.1%까지 내려가고 하반기 3%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은 3차 오일쇼크 전망을 더욱 실감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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