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9.10 (수)

  • 맑음동두천 25.8℃
  • 구름조금강릉 27.3℃
  • 맑음서울 26.6℃
  • 구름많음대전 25.0℃
  • 흐림대구 22.6℃
  • 흐림울산 23.8℃
  • 구름많음광주 24.8℃
  • 흐림부산 27.2℃
  • 구름조금고창 25.2℃
  • 제주 24.5℃
  • 맑음강화 25.7℃
  • 구름많음보은 24.4℃
  • 구름많음금산 25.9℃
  • 구름많음강진군 26.3℃
  • 흐림경주시 22.1℃
  • 구름많음거제 25.3℃
기상청 제공

문화

남성의 중년, 제2의 사춘기

URL복사


Untitled Document




남성의 중년, 제2의 사춘기



정신과의사 정혜신의 감성콘서트 ‘남자들’에서 읽는 40대 남성의 심리




20
세기
중반 이후 여성들이 정체성 찾기를 꾸준히 해온 반면, 사회적 성역할의 편견 속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희생돼 온 남성들은 자기 모습을 거울에
비춰볼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게 현실. 정신과의사 정혜신 씨가 마련한 중견 남성의 삶과 심리를 읽어내는 공연 ‘남자들’은 그런 의미에서 주목할만
하다.

특히, 이번 공연은 강의를 콘서트 형식으로 풀어 새로운 공연문화를 열었다는 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남성심리 전문가’로 유명한 정씨는 “딱딱한
강의보다는 열린 구조와 감성적인 환경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것은 중년 남성의 심리적 갈등을 해소하는 치유의 방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원의 집을 테마로 무대를 꾸몄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마루, 지리산에서 직접 가져왔다는 아름다운 대나무, 바람소리, 기차소리,
따뜻한 조명 등 섬세한 무대 연출은 월드컵 개막식 총연출을 맡았던 손진책의 작품이다.

정씨는 “중년 남자들의 10명중 7명이 숲속의 전원 주택을 꿈꾼다”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환경을 위해 만든 세트다. 실제 내 집이
전원주택이기 때문에 손님을 초대하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남자들’은 학술 강의이자 상담이면서 수필집을 낭독하는 듯한 자기고백적인 면도 있다. 그런가하면, 정씨가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영상자료를 보여주기도 한다. 풍부한 임상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심리학적 해부는 날카롭지만 공연 전체는 친구와 나누는 사담처럼 친근하다.




공수부대식 사고를 강요받는 삶




공연은 해병대의 훈련장면을 담은 미국 영상물을 상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남성의 특징을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군대를 빼 놓을 수 없다는 것이
정씨의 생각이다. “군대 조직은 남자들의 삶을 가장 잘 대변해 준다”고 정씨는 말한다. 군대는 ‘하고 싶은 것을 안 하는 것’과 ‘하기
싫은 것을 참는 것’을 가르친다. 군대는 인간적 모멸감과 고통을 견디도록 강요받는 특수 집단이다.

문제는 일상적 삶에서도 이런 잣대가 남성에게 유효하다는 사실이다. 정씨는 “대민봉사활동을 하는 평화유지군에게 공수훈련을 시키는 것이 남자들의
삶이 아닌가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한다. 군대는 한 순간의 위기상황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평화시 군대라는 조직은 불필요하지만 없애기에는
불안하다. 남성에게도 이런 딜레마가 있다.

맞벌이를 하던 한 남성은 실직 후 가사일을 전담하게 됐다. 집안일은 적성에 딱 맞았고 아무일 없이 잘 해냈다. 하지만, 갑자기 아내와의
잠자리를 가질 수 없게 됐다며 정씨를 찾아왔다. 정씨는 “공수부대식 사고에 익숙하던 남자가 한순간 상황이 바뀐다고 평화유지군 체제로 전환되진
않는다”며 남성의 심리적 압박이 얼마나 뿌리깊은 것인가를 강조했다.

정씨는 남성의 섹스에 대한 강박관념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남성의 섹스는 틀이 있다. 한 가지는 남자가 주도해야 한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남에게 폼나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환락가에서 매춘여성과 벌이는 성적 유희를 실제로 유쾌하게 즐기는 남성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런데 왜 남성들은 그런 유희를 즐기는 것처럼
보이나? “그래야 될 것 같아서. 그래야 노는 것 같아서”라는 것이 많은 남성의 대답이다. 성에 대한 남성의 고정관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남자의 성적 사고에서 가장 큰 문제는 상대를 만족시키는데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이다. 정씨는 “남성 10명 중 3∼4명이 조루라고 생각한다는
통계는 성에 대한 남성의 압박감을 잘 보여준다. 의학적으로는 조루는 결코 그렇게 많을 수가 없다”고 말한다.







감성 올라오면서 사고의 균열 시작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의 남성에게 이러한 삶의 딜레마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것이 바로 중년이다. 중년의
남성에게는 공수부대식 사고의 균열이 찾아온다.

이 시기의 남성들은 TV 드라마를 보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출근길 봄햇살에 이끌려 무작정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어떤 남성은 자신에게
무관심한 아내에게 살의를 느끼기도 한다. 정씨는 40대 남성의 감성을 김광석의 노래로 표현했다. 김광석 노래는 안쓰럽고 쓸쓸하며 애수에
젖었지만 무너지지는 않는 남성 감성의 원형을 보여준다.

이러한 심리적 변화는 여성호르몬이 증가하고 남성호르몬이 줄어드는 중년 남성의 생리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몸의 한계를 느끼며 마음의
흔들림을 겪는 것이 보다 결정적 원인이다.

중년 남성들이 외도에 쉽게 빠지는 것도 이런 심리적 배경에 기인한다. “막 태어나는 까마귀에게 진공청소기를 보여주면 까마귀는 청소기를 평생
사랑한다. 생명체는 가장 무기력한 순간에 눈앞에 놓인 대상을 무조건 사랑하게 된다”는 것이 정씨의 설명이다.

중년의 변화를 겪는 남성들의 또 다른 특징은 옛날 이야기를 많이 하고, 부모님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진다는 것이다. 부모님과의 옛 추억을
생각하며 눈물 흘리는 일이 잦아지는 시기인데, 정씨는 이것을 심리적 퇴행이라고 한다. “가장 미진한, 무엇인가 감정이 해소되지 못하고 남아있던
그때로 후퇴하게 된다.”

그 때문에 아내와의 갈등도 많아진다. 40대 남자는 자신의 부모와 자신의 개인적 코드를 아내가 알아주기를 간절히 원한다. 정씨는 하지만,
“이런 심리적 퇴행은 중년 남성의 감성이 발현되는 중요한 축이다”고 해석했다. 문제는 그 변화가 너무 급격한 것이다. “남자가 감성적이게
되는 과정은 일정부분 고통을 수행한다”고 정씨는 말한다.



고통과 혼란 뒤 성숙 올 것




감성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중년의 남성은 사춘기를 겪는 10대와 같다. 사춘기의 청소년처럼 주변에도 고통을 준다. 정씨는 “사춘기 아이의
비상식적 행동을 부모는 견뎌낸다. 이 시기가 지나면 아이가 훌쩍 클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중년 남성도 마찬가지다. 혼란의 시기가
지나면 성숙이 온다”고 일러준다.

제2의 사춘기를 혹독하게 겪은 소설가 최인호 씨는 “중년의 혼란을 겪기 전엔 전생이었던 것 같다”며 이후의 새로운 삶에 대해 높은 만족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중년은 억압적인 남성적 사고를 깨치고 자유에 눈뜰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정씨가 객석에 앉은(양복을 차려입은 희끗희끗한 반백의 중년 남성이
홀로 앉은 모습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남성들에게 보낸 마지막 멘트는 중년의 심리적 변화가 삶에서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를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지금 저 멀리서 100억 정도의 재산을 갖고 친척 한 분이 걸어오고 있습니다. 재산은 여러분에게 상속될 것입니다. 여러분은 축복 받았습니다.
축하합니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美 ICE 구금된 한국인들, 10일 오전 석방·오후 전세기 출발할 듯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미국 이민당국의 대규모 단속으로 구금돼 있는 한국인들이 10일(현지시간) 오후 현지에서 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 조지아주 포크스턴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에 구금된 한국인들은 현지시간으로 10일 오후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전세기로 오를 예정이다. 이륙시간은 현지시간 오후 2시반 전후가 검토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시각으로는 11일 오후 전세기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금 시설에서 공항까지는 약 428㎞로, 차로 약 4시간 30분을 이동해야 한다. 구금된 한국인들의 귀국을 위한 대한항공 전세기는 한국시간으로 10일 출국한다. 정부 신속대응팀 소속 조기중 주미대사관 총영사는 9일 미 조지아주 포크스턴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을 방문한 뒤 취재진에 "행정적, 기술적인 사안들을 계속 미국 협조를 받아 준비 중에 있다"며 "우리 국민들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귀국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국인들이 현지에서 사법처리되지 않는 조건 하에 석방 직후 자진출국하는 형식의 세부 협의를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앞서 ICE는 지난 4일 조지아주 엘러벨 현대차-LG에너지


사회

더보기
배우 이선균 수사정보 유출한 경찰 혐의 일부 부인
(사진=뉴시스 제공) [시사뉴스 박용근 기자]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숨진 배우 이선균씨의 수사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경찰관이 첫 재판에서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인천지법 형사11단독 김샛별 판사는 10일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인천경찰청 소속 A(30대 경위)씨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A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따른 사실관계는 인정한다"면서도 "공무상 비밀누설의 점은 판례에 의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판사는 "의견서를 봤는데 상상적 경합의 유죄를 인정하는 데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의 법정형이 더 높다"며 "일부 유죄가 (인정)되는 이상 (선고) 결과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은데 법리적으로 다투는 부분에 실질적 실익이 있느냐"고 물었다. 또 파지를 촬영했기 때문에 공무상 비밀이 아니라는 취지의 의견과 관련해 "수사자와 사건 내용이 적힌 용지를 촬영한 것으로 비밀문서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며 "(피고인의 행위가) 소문에 대한 사실을 명백히 확인시켜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A씨 측 변호인은 "차일 기일에 입장을 정리해서 밝히겠다"고 했다. A씨는 이날 "직업이

문화

더보기
이앤아이앙상블, 콘서트 ‘보이지 않는 것 - 내 안의 소리’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이앤아이앙상블이 오는 9월 27일(토) 오후 7시 30분 문아트그라운드 실버스크린홀에서 세 번째 정기콘서트 ‘보이지 않는 것 - 내 안의 소리’를 개최한다. 이앤아이앙상블은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 공연에서 500석 규모 객석을 전석 매진시키면서 주목받았으며, 올해는 한정된 50석 규모의 공간에서 더욱 밀도 높은 무대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소리’를 주제로 음악, 마임, 영상이 결합된 다층적 무대 형식으로 진행된다. 관객은 연주자들의 호흡과 움직임, 무언의 퍼포먼스, 대형 스크린의 영상미를 가까이에서 경험하며 공연의 완성에 직접 참여하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이앤아이앙상블은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동시에 자신들이 직접 작곡한 음악으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자작곡은 매 공연마다 높은 호응을 얻으며 ‘이앤아이앙상블만의 색깔’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전통과 현대를 잇는 창작 작업을 통해 모던 팝 클래식이라는 독창적 장르를 개척하며, 대중성과 예술성을 함께 아우르는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이앤아이앙상블 바이올린 박진희, 기타 김도윤, 첼로 김혜영, 건반 이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생성형 AI 활용…결국 사용자의 활용 능력과 방법에 달려 있다
지난 2022년 인공지능 전문 기업인 오픈AI에서 개발한 챗GPT를 비롯해 구글의 Gemini(제미나이), 중국의 AI기업에서 개발한 딥시크, 한국의 AI기업에서 개발한 뤼튼,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중국계 미국기업이 개발한 젠스파크 등 생성형 AI 활용시대가 열리면서 연령층에 상관없이 생성형 AI 활용 열기가 뜨겁다. 몇 시간에서 며칠이 걸려야 할 수 있는 글쓰기, 자료정리, 자료검색, 보고서, 제안서 작성 등이 내용에 따라 10초~1시간이면 뚝딱이니 한번 사용해 본 사람들은 완전 AI 마니아가 되어 모든 것을 AI로 해결하려 한다, 이미 65세를 넘어 70세를 바라보는 필자는 아직도 대학에서 3학점 학점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일 개강 첫날 학생들에게 한 학기 동안 글쓰기 과제물을 10회 정도 제출해야 하는데 생성형 AI를 활용해도 좋으나 그대로 퍼오는 것은 안 된다는 지침을 주었다. 그러면서 “교수님이 그대로 퍼오는지 여부를 체크 할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큰소리가 아니라 지난 학기에도 실제 그렇게 점검하고 체크해서 활용 정도에 따라 차등 평가를 실시했다. 이렇게 차등 평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필자가 생성형 AI 활용 경험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