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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부조리한 행성, 지구에 대한 블랙유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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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한 행성, 지구에 대한 블랙유머



고정관념 사정없이 무너뜨리는 범우주적 납치극



당하기
힘든 불행의 무게에 허덕이던 한 남자는 자신에게 닥친 고통이 외계인에 의한 것이라고 믿는다. 게다가 그는 지구인으로 위장한 외계인들이 서울에
득실거린다는 과대망상에 시달리고 있다. 다가오는 개기월식까지 안드로메다 행성의 왕자를 만나지 못하면, 지구의 운명이 위태롭다고 생각하는
그는 굳건한 사명감으로 외계인을 납치해 고문과 살인을 일삼는다. 그의 무기는 물파스와 때밀이 수건, 조잡한 텔레파시 차단모자가 고작이다.
하지만 개인적 확신은 진지하고 비장하다.

이 엉뚱한 과대망상에 빠진 남자는 장준환 감독의 장편데뷔작 ‘지구를 지켜라!’의 주인공 병구다. 외계인의 희생물이라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병구는 존 레논의 환생이라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감독의 단편영화 ‘2001 이매진’의 주인공과 꼭 닮았다.

병구는 여기에 ‘미저리’의 캐시 베이츠를 섞은 캐릭터다. “캐시 베이츠한테 한번도 동정의 시선 없는 ‘미저리’의 결말이 안타까웠다”는 감독은
‘납치한 자’와 ‘납치당한 자’의 대결구도 속에서 ‘납치한 자’에게 포커스를 맞추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를 흐린다.

영화의 구성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병구를 쫓는 두 명의 형사가 등장하면서 ‘양들의 침묵’식의 스릴러가 더해지고,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식의 인류와 신에 대한 원초적 고찰에까지 이른다. ‘지구를 지켜라!’는 이처럼 잡탕에다 한 마디로 설명하기 힘든 복잡하고 새로운
영화다.



영화광이 만든 영화




포스터와 스틸컷의 우스꽝스러움과는 달리 이 영화는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다. 웃음은 전반에 깔려있지만 결코 유쾌하지 않다. 병구의 개인사는
부조리한 사회 구조, 혹은 억압적인 시스템에 대한 불편한 비판을 동반한다. 상상력은 너무 발칙해 당혹스럽고, 코믹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가학적이고 처참한 장면들은 상업적 코드와 거리가 멀다. 그러면서도 이 영화의 키 포인트는 황당함과 발랄함이다.

조폭이나 섹스, 또는 신파적 정서를 소재로 한 코미디를 집중 제작해 온 최근의 한국영화 흐름에서 확실히 벗어나 있다. 코미디 액션 멜로
스릴러 미스터리 SF 등 온갖 장르를 넘나들며 리얼리티와 허구를 오가는 영화의 형식은 따라가기 어려울 만큼 독특하다.

각종 장르를 다루고 소화시키는 감독의 솜씨는 ‘지구를 지켜라!’가 영화광이 만든 영화라는 인상을 준다. 한국 영화사상 드물게 의도적인 패러디와
오마쥬가 넘쳐나는 점에서도 그렇다. 판타지를 극대화하면서도 아날로그적 감각이 묻어나는 미술적 효과와 컴퓨터 그래픽 또한 영상적 매력이 강하다.


익숙하면서 낯선 영화적 형식은 현란하지만, 표현기법이 철저히 드라마에 종속돼 있는 것이 이 작품의 결정적 미덕. 패러디로 뒤덮인 영화광의
영화가 장르의 법칙에 함몰되지 않고 감독의 색깔을 구축하고 있는 점도 돋보인다.



한국 영화계를 지켜라




캐스팅은 영화의 눈에 띄는 강점이자 성공요소다. 순진무구하면서도 폭력적이고, 명랑하면서도 비극적인 병구에 신하균은 적역이다. 가장 어려웠고,
가장 혼신을 기울인 영화라는 신하균의 말은 형식적 멘트는 아닌 것 같다. 신하균은 특별히 절제된 연기와 열정을 보여준다.

백윤식의 캐스팅은 기발하다. 오랜 방송 경력으로 다져진 그의 개성 강한 캐릭터는 영화의 코믹 코드를 읽어내는 중요한 단서다. 근엄한 무표정과
높낮이 없는 말투에 엉뚱한 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모습은 ‘코믹 카리스마’의 진수를 보여준다.

순이 역의 황정민 또한 백윤식과 마찬가지로 ‘지구를 지켜라!’가 첫 영화 출연작이다. 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순이 역은 연극배우 8년차인
황정민을 의식하고 쓰여졌다. 황정민은 ‘길’의 젤소미나에 대한 오마쥬라는 순이 캐릭터의 기묘하고 멍청하면서 순수한 이미지를 잘 살렸다.
울림이 있는 독특한 목소리가 특히 인상적이다.

장르의 전형성이 물신 묻어나는 캐릭터인 추형사를 연기한 이재용의 캐스팅도 절묘하다. 비중이 아주 크진 않지만, 이재용 보다 적합한 배우를
찾긴 어려울 듯하다.

이 영화는 한국 상업영화계의 천편일률성에 대한 반발 같은 작품이다. 판타지와 패러디, 장르 해체에 거부감을 드러내온 한국 관객에게 이 영화의
‘파격’이 얼마나 어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지구를 지켜라!’는 적어도 안일한 길을 걷지 않는다는 면에서 진정 신인감독의 영화답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New Movie
테러리스트의 슬픈 실화 =
레전드 오브 리타


감독 : 폴커 슐렌도르프 /주연 : 비비아나 베글라우, 알렉산더 베이어

1970년대
서독. 이상사회 실현을 꿈꾸는 리타는 애인인 앤디와 함께 테러운동에 참여한다. 각종 테러를 감행하던 리타 일행은 앤디의 탈옥을 돕던
중 변호사를 살해하면서 쫓기는 처지가 돼 파리로 피신한다. 조직의 방향에 대해 의견이 날카롭게 맞서는 가운데, 리타는 세상을 바꾸기엔
테러도 무력하다는 것을, 그리고 앤디의 사랑이 멀어진 것을 느낀다. ‘양철북’의 슐뢴도르프 감독 작품. 두 여배우가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공동수상한 화제작이다.




예정된 이별, 자라는 사랑 = 하늘정원

감독 : 이동현 /주연 : 안재욱, 이은주


주변을
늘 환하게 만드는 영주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당찬 성격 탓에 하루아침에 백수가 된다. 차가운 대지를 녹여주는
봄비 같은 그녀지만 그녀에게는 말못할 비밀이 한가지 있다. 그건 바로 스키루스(위암 말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
그녀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이라도 미련 없는 행복을 느끼고 싶다. 떠날 여자와 남겨질 남자의 사랑을 유머와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요즘 유행하는 아날로그적 멜로.




전진하는 시간의 비극성 = 돌이킬
수 없는


감독 : 가스파르 노에 / 주연 : 모니카 벨루치, 뱅상 카셀

음침한 골목길.
두 남자가 한 남자의 얼굴을 박살낸다. 이후 영화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지하보도에서 강간당하는 알렉스를 비춘다. 파티장에서 자신을
돌보지 않는 애인 마르쿠스와 다툰 후 혼자서 지하보도를 건너다 일을 당한 것. 시간의 역행으로 사건의 내막을 추적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해 칸영화제에 소개됐을 때, 일부 관객들이 상영 중 자리를 뜰만큼 강간과 폭력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카메라 워킹이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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