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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후세인 축출 후, 터키 침공할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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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거주 쿠르드인 심코가 바라보는 이라크 전쟁


그다드가
함락되는 등 이라크전 분위기는 완전히 합동군 쪽으로 넘어갔다. 이 상황을 지켜보며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하고 있는 민족이 있다. 바로 이라크
북부에 삶의 터전을 마련한 쿠르드족. 이들은 중동 지역인 이라크-이란-터키-시리아와 옛소련 지역인 아제르바이잔-그루지 등에 넓게 분포해
있다. 인구는 대략 3,5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은 수천 년 동안 나라를 갖지 못 한 채 더부살이를 하면서, 거주하는 각국으로부터
인종청소의 대상이 돼 왔다. 특히 이라크의 쿠르드족 탄압은 그 중 가장 심각했다. 전쟁이 합동군의 승리로 끝난다면 이라크 내 쿠르드족은
독립될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쿠르드의 독립을 반대하는 주변국들의 견제가 심상치 않다. 벌써부터 전쟁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과연 쿠르드인들은
이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한국에 7년째 거주하는 쿠르드인 심코(41)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강대국들은 학살 방조자




‘전쟁’과 ‘쿠르드족의 평화’ 사이에서 심코 씨는 혼란에 빠졌다. 전쟁이 계속되는 이상 수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전장이나 다름없는 쿠르드 자치구역에서 생활해온 그는 ‘전쟁’이라는 말에 치가 떨린다. 가족과 친구와 마을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간 전쟁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쿠르드족의 평화’를 위해 그가 그토록 혐오했던 전쟁을 묵인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후세인이 축출된다면 이라크 내 쿠르드족은 독립이라는 큰 선물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생각하면 미-영 합동군이 쿠르드족에게는 더 없이
고마운 존재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는 그들을 전혀 신뢰하지도, 지지하지도 않는다. 후세인이 집권한 1968년 이후로 쿠르드족이 엄청난
박해를 견디다 못 해 독립투쟁을 벌일 때도 그들은 후세인을 지원했다. 그는 그들을 “철저히 자기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가장 이기적인 집단”이라고
말했다.

심코 씨는 이번 전쟁이 사실상 일어나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점에서 그는 전쟁을 수행중인 미국과 영국뿐만 아니라 다른
열강들을 규탄한다.

“세계가 진정으로 이라크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걱정했다면 걸프전 이후에 후세인 정권을 몰아낼 방도를 세웠을 것이고 지금의 전쟁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모두가 이라크에서 후세인 정권을 유지시키는 데 한 몫을 담당했고, 학살을 방조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전쟁을 수행하거나 또는 그 전쟁을 반대하면서 서로 다른 편으로 나뉘었지만, 후세인과 그들은 친구였습니다. 이라크의 석유를 탐내면서
무기와 돈을 후세인에게 갖다 바치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나 몰라라 했어요.”

지금의 전쟁도 그는 석유를 획득하기 위해 일으킨 야만적인 전쟁으로 규정했다. “이라크 국민과 쿠르드인들이 얼마가 죽건 그들은 관심이 없습니다.
오로지 석유만 보고 있죠.”



참혹한 쿠르드족 학살의 기억




“전쟁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어요. 하지만 말입니다. 전쟁이 일어난 이상, 나는 미우나 고우나 후세인을 몰아내겠다는 미국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 쿠르드인들에게는 후세인의 폭압을 견딜 아무런 힘도 남아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라크-이란 전쟁 동안 심코 씨는 형을 잃었다. 그 전쟁에 쿠르드인들이 수없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후세인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던 친구
두 명도 사살됐다. 그는 후세인이 타국과의 전쟁 중에 세계의 이목을 피해 공공연히 쿠르드족을 말살하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동원했다고 증언했다.


“며칠 전(4월1일)에도 쿠르드 자치구역의 키프리가 이라크의 공격을 받아 민간인 3명이 사망하고 1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참차말과
살라하딘에도 폭격이 있었습니다.”

키프리는 그의 고향 카나퀸에서 겨우 50km 정도 떨어진 곳. 그는 가족들의 머리 위로 포탄이 날아들까 걱정이다. 고향에는 그의 가족 50여
명이 살고 있다. 1991년 걸프전 당시에도 이라크의 헬기 공격으로 그의 집은 산산이 부서졌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정도는 약과다. 이라크 내 쿠르드 자치구역에서는 어마어마한 학살극이 자행됐었다.

가장 끔찍했던 기억은 1988년 3월18일의 일이다. 이라크는 화학(청산칼리 가스) 집속 폭탄을 쿠르드 자치구역인 할라비야에 떨궈 무려
5,000여 명을 죽음으로 몰아 넣었다. 7,000여 명은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사망자의 75%는 여성과 어린아이였다.

이 사건이 있기 1년 전인 1987년 4월에도 쿠르드 자치구역 24개 마을에 대한 화학 폭격이 있었다. 당시 130여 명이 사망하고 500여
명이 부상당했다. 이라크-이란 전쟁이 한창이던 1984년과 1986년에도 이라크는 독가스를 사용해 쿠르드인을 학살한 전적이 있다.

그는 1988년 안팔 작전에 의해 18만2,000여 명의 쿠르드 젊은이들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사건도 있다고 말했다. 4,000여 개
마을에서 젊은이들을 잡아들여 강제이주를 시켰는데 그 후로 그들의 소식을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쿠르드 민병대 전쟁
직접 참여




쿠르드 민병대는 이번 전쟁에 직접 뛰어들어 이라크 군에 대항해 싸우고 있다. 그들로서는 독립전쟁인 셈이다. 이 전쟁은 사실 미국에게 확실한
독립을 약속 받기 위한 하나의 액션이라는 분석이다. 1991년 걸프전 때, 미국은 이라크 내 쿠르드인들에게 후세인과 맞서 싸우면 독립을
시켜주겠다고 약속을 해놓고 지키지 않았다.

그는 “미국이 이번에도 또 다시 독립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며 걱정했다. 한편, 지켜진다고 해도 쿠르드족이 외세로부터
얼마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을까는 더 큰 걱정이다.

터키와 이란, 시리아 등은 쿠르드의 독립을 원치 않는다. 그들은 쿠르드가 독립한 후 막대한 석유자원을 바탕으로 경제, 군사적 성장을 이룩해
자신들을 위협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들 나라는 이라크 못지 않게 자국에 거주하는 쿠르드인들에게 온갖 만행을 저질러 왔다. 터키와
시리아에 거주하는 쿠르드인들은 쿠르드어를 사용할 수가 없다. 이란에 있는 수니파 쿠르드인들은 시아파 이란인들에게 모진 탄압을 받았다.

터키는 쿠르드의 독립에 특히 민감하다. 터키는 개전 직후부터 자국병력을 이라크 북부로 진입시켜 쿠르드족을 통제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4월7일에는 앙카라 주재 미국대사에게 쿠르드 민병대가 이라크 북부의 요충지 키르쿡과 모슬에 진격할 경우, 터키도 군을 동원해 이라크 북부로
들어가겠다고 통고했다. 심코 씨는 “후세인이 축출된 후, 터키 등의 침공으로 이라크 내 쿠르드 자치구역에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또 다시
발발하지나 않을까”하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김동옥 기자 aeiou@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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