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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한국의 적대적 M&A,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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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적대적 M&A, ‘달라지고 있다’




지배구조펀드의 등장과 함께 관련법 개정의 물결도…


SK사태로
부각된 ‘적대적 M&A’. 한국에서 적대적 M&A 시장이 열린 것은 외환위기 이후 증권거래법 200조(일반인이 특정 상장기업의
주식을 10% 이상 소유할 수 없도록 한 규정)가 폐지되고 외국인에 의한 M&A가 전면 허용된 이후이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까지
우호적 M&A사업이 대부분이다. 적대적 M&A가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기업주의 경영권에 대한 집착 때문인데, 이
경우 온갖 수단을 동원해 M&A는 막아도 기업은 더욱 부실화 된다. 그러나 적대적 M&A 가능성이 제기되는 ‘SK’. 그리고
골드만삭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인한 ‘진로그룹’의 상황은 예전과 달리 적대적 M&A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SK 안도의 한숨?




“크레스트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위해 추가로 주식을 사들였다”는 루머가 퍼진 데 대해 크레스트 증권의 모회사 소버린 자산운용은
지난 4월18일 “현재 보유하고 있는 14.99% 외에 SK㈜ 주식을 추가로 사들일 계획이 없다”고 밝힘으로서 SK 측은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SK 그룹은 지난 1999년 주력계열사인 SK텔레콤 해외 최대주주 타이거펀드가 경영권에 심하게 간섭한 이유로 펀드가 보유한 SK텔레콤
주식을 SK글로벌 등 계열사들이 1조원 어치 가량 매입하면서 경영권 갈등을 풀었던 사례가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SK측 관계자는 소버린과의 면담에서 ‘SKT의 경영권에 대해 위협 받고 있다고 생각지 않으며 ‘그린메일’에도 결코 응할 생각이 없다’며
오히려 언론의 과장을 지적했다. 소버린측 인사가 참여연대 관계자 등을 만난 것에 대해서도 ‘정보수집’ 차원인 것으로 안다고 밝히며, 적대적
M&A에 대해 일축하고 있다.

한편, SK㈜의 1대 주주로 떠오른 페이퍼컴퍼니 크레스트 시큐러티즈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소버린자산 운용은 지난 1987년 유럽 지브롤터에서
문을 연 소버린 그룹의 일원으로 알려졌다. 소버린 그룹은 역외·역내에서 주로 개인 자산가들을 위한 서비스를 해 주는 회사이며 소버린자산
운용은 그룹의 핵심 계열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전해졌다.



진로, 의문의 법정관리




‘진로의 지급불능 사태를 막기 위해 법정관리를 개시해달라’며 서울지법 파산부에 회사정리절차 개시신청을 낸 골드만삭스와 진로의 공방이 거칠어지고
있다. 진로측은 최근 1조2,000억원의 외자를 유치하여 채무변제와 함께 화의를 종료할 계획 하에 있었고, 골드만삭스 또한 진로의 제안내용이
‘좋다’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채권에 관한 협상을 진행 중 일어난 일이어서 의혹을 사고 있다.

갑작스런 골드만삭스의 법정관리 신청은 ‘진로 채권 값을 유리하게 받기 위한 전술’ ‘적대적 M&A를 통해 헐값에 진로를 사들이기
위한 전략’ 등 온갖 루머가 나돌게 했다. 소문에 대한 골드만 삭스 측의 입장은 “경영권을 뺏으려는 의도가 전혀 없으며, 진로의 재무상태가
불확실해 법정관리를 통해 채권을 확보하겠다” 이다.

진로 관계자는 “골드만삭스가 서울지법에 제출한 회사정리절차 개시신청서 24쪽에 따르면 3자 인수를 요구했다”며 “경영권을 뺏으려는 의도가
없다는 골드만 삭스 측 주장은 허위”라고 주장한다. 현재로선 법원이 골드만삭스 측 의도를 어떻게 파악하느냐가 관건이다.



‘지배구조펀드’의 등장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여러 차례 M&A가 성사됐지만, 적대적 M&A는 없었다. 르노삼성, GM대우 등 자동차 업계의 M&A는
오히려 ‘민족자본’적 시각의 부정적인 반응에 반대되는, 우리 경제의 대외 신인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 우위를 차지한다.

대우증권 M&A 컨설팅부 박병찬 차장은 한 인터뷰에서 “적대적 M&A야말로 M&A의 꽃”이라고 말한다. 적대적 M&A는
각종 첨단 금융기법이 동원되고 치열한 기업간 생존경쟁의 장이라는 것이다.

이번 크레스트의 SK 투자는 아직까지 M&A 움직임을 드러내보이지 않지만, 투자목적으로 한정 짓기엔 아직 이르다. SK사태로 인한
외국계 회사들의 움직임은 이제 한국 기업이 국제적 지배구조펀드(CGF : Corporate governance fund)의 공략대상이 됐음을
의미한다. ‘지배구조펀드’란 개별회사로는 수익구조가 탄탄하고 자산이 많은데도 지배구조가 낙후돼 주가가 낮은 기업만 골라 공략하는 펀드로
크레스트의 모회사인 소버린 자산운용도 ‘지배구조개선과 주주가치 확립을 위해 SK㈜에 투자한다’고 밝혀, 단순 투자목적으로만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직 우리에게는 낯설지만 미국, 유럽에서는 지배구조펀드가 활발하게 활동 중이라고 한다.

김우찬 한국개발연구원(KDI)교수는 △낙후된 지배구조와 그로 인한 주가 저 평가 △취약한 총수 지분 △소액주주의 권리의식 확대 등의 조건이
결합되면서 한국이 CGF의 매우 좋은 투자대상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바로 ‘한국식 그룹 리스크’ 때문에 저평가돼 간단한 외과수술로 금방
제 가치를 되찾는다는 것.

그러나 경영권에 대한 집착이 강한 한국의 특성상 적대적 M&A가 결코 쉽지 만은 않을 전망이다. 1990년대 한화종합금융이나 미도파가
적대적 인수합병에 휘말렸을 때는 대기업 총수들이 벌떼 같이 들고 일어나 ‘백기사’역을 자청했을 정도다. SK의 경우에도 백기사로 ‘포스코’가
있다는 루머가 흘러나온 적이 있다.

문제는 최근 SK텔레콤 경영권 위기설과 관련, 외국인의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 방지와 이를 위한 전기통신사업법의 허점이다.
지난달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한나라당 김영춘 의원은 “SK텔레콤의 지배권이 외국인에 넘어갈 위기가 왔다”면서 “전기통신사업법은
외국인투자자가 국내기업 지분 15% 이상을 갖게 되면 외국인으로 간주하고 외국인지분한도를 초과할 경우 의결권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는데
그 외 수단은 없는가”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진 장관은 “전기통신사업법이 적대적 M&A에 대해 충분한 검토 없이 마련됐다”면서 “개정을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
또 외국인(크레스트 증권) 주식매입을 시정조치할 수 있는 수단에 대해 묻자, “그런 수단은 없다”면서 “SK사태와 관련해 긴급대응팀을 구성,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적대적 M&A 시작이 SK가 될지 진로가 될지 아직 미지수이지만, ‘지배구조펀드’의 등장을 비롯하여 적대적 M&A에 대응하는
각종 법제도화의 변화가 확산되는 가운데 당분간 외국 기업들의 초점은 한국 기업의 ‘한국식 그룹 리스크’에 맞춰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광규 기자 hasid@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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