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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사랑을 품은 두 얼굴의 야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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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품은 두 얼굴의 야누스



‘날보러와요’의 배우 그리고 무대 밖 인간 권 해 효


배연기로
자욱한 성북동의 한 지하실. 세 명의 형사가 한 사내를 취조하고 있다. 용의자로 보이는 사내는 떨리는 목소리로 변명을 늘어놓고, 한 형사가
그에게 윽박을 지른다. 형사반장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가끔씩 질문을 던지고 말쑥한 차림의 또 다른 형사는 수첩에 무언가를 메모하고 있다.
그의 눈빛이 매섭다. 턱을 괴고 경청하는 모습이 진지하다 못해 살벌한 느낌마저 준다. 오랜만에 연극판으로 돌아온 배우 권해효. 오는 5월8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개막하는 연극 ‘날보러와요’의 연습실에서 그를 만났다.



진실은 없다 그러나 사랑은 있다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이것이 관객의 첫 경험으로서 가치가 있는가’하는 것입니다. 처음 본 연극이 관객에게 연극에 대한 평생 이미지를
각인시키니까요.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연극을 좋아하게 할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 연극에 다시 참여한
거고요.”

1996년 초연돼 2000년까지 장기공연됐고, 올해 3년만에 다시 부활하는 ‘날보러와요’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탄탄한 구성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이미 1996년 서울연극제 대상 인기상 연기상을 수상하는 등 호평 받았고, 권씨는 이 작품에 초연부터 지금까지 몇번을 제외하고는
엘리트형사 역할로 거의 모두 참여했다.

이번 공연은 특히 같은 소재의 영화 ‘살인의 추억’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해 더욱 관심을 모은다. 소극장에서 탈피해 대형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는
점도 특이할만한 점이다.

“극 자체가 실제미제사건을 소재로 하기 때문에 무대와 관객사이의 거리감을 두는 것이 관객이 받아들이기에 덜 불편할 거라 생각해요. 사실
열악한 소극장보다 편한 좌석이 관객에게 덜 미안하고요. 한켠에는 넓은 공간인데 관객이 없으면 어떡하나하는 고민도 들지만요.”

특유의 소탈한 웃음을 지으며 권씨는 기대와 우려의 심정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는 연극의 주제를 ‘사랑’이라 말했다.

“인간 감성의 다양성, 양면성을 드러내고 진실은 없다는 것이 주제지만 제가 생각하는 주제는 ‘사랑’입니다. 잡히지 않는 범인을 좇으면서
지쳐가는 김 형사를 감싸 안아주는 다방 아가씨의 순수한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상식적인 세상을 바란다




‘시골코믹드릴러’를 표방한 ‘날보러와요’에서 ‘사랑’을 집어낸 권씨는 휴머니스트적 감성이 풍부하다. 어찌보면 그가 시민사회운동에 적극적인
것도 그러한 연유에 기인한 것이다. 호주제 폐지 운동, 양심수 석방 운동, 북한 어린이들에게 의약품을 지원하는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홍보활동
등 그가 참여하는 시민운동의 근원은 소외받는 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 더 나아가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정치적 성향이 강하다고들 하는데 사실 관심갖는 수준밖에 안됩니다. 다만 ‘상식적인 세상’을 꿈 꿀뿐이죠. 예를 들어 파키스탄 노동자가
버스를 타면 많은 어머니들이 자기 아이들을 끌어안습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그러한 시선과 태도들이 도대체 언제, 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신이 맑은 세상 즉 상식적인 세상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권씨가 세상에 대한 비판의식을 갖고 참여활동을 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여섯 살 난 아들과 이제 막 돌이 되는 작은딸 때문이다. 학창시절에도
싸움 한번 안해봤을 정도로 순진하고 소극적인 그였지만 사랑하는 자녀가 생기면서 세상의 부정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아이가 컸을 때 아름다운 세상을 선물하고 싶어요. 그리고 당당히 ‘아버지도 이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라고 말해주고 싶고요. 세상에
대해 앉아서 불평하고 짜증만 낼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일상성 뛰어넘기 위한 노력




소위 ‘운동권이 선호하는 연예인’이 됐지만 권씨는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로서 인정받는 것이라고 한다. 연기는 그의 삶이고, 자신의
이름 석자 때문에 일반인의 관심을 촉구시키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연기에 열심히, 몰입할 생각이다.

“배우 권해효와 일반인 권해효 사이의 괴리감으로 보는 분들이 혼동스러워하지 않을까하는 것이 요즘 최대 고민입니다. 제가 코믹연기를 했을
때 ‘저 사람이 웃긴 척해도 사실은 얼마나 진지한 사람인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이제껏 그랬던 것처럼 무대 위에서는 제가
하는 배역에 대해서만 바라보고 인정해 주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그는 주로 코믹하면서 실수도 많이 하는 평균적 인간상을 연기했고 감칠 맛나는 조연으로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해왔다. 그러면서도 한편에는
그 일상성을 뛰어넘는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실제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하지만 매력적인 배역을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것이 연기자로서의 소망이다. 그리고 그는 삶 자체의 일상에서도 또 다른 점프를 시도하고 있다. 그가 바라는 세상, 아름다운 세상을 향한
노력이다. 연습실에서 보여준 예리한 눈빛과 진지한 표정은 단지 연기가 아니었다. 무대 밖에서도 그의 눈은 살아있었다.

“연기자 권해효와 인간 권해효, 두 개의 모습은 별개이자 하나입니다.”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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