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18 (목)

  • 맑음동두천 -0.2℃
  • 맑음강릉 4.1℃
  • 맑음서울 2.8℃
  • 맑음대전 2.8℃
  • 맑음대구 3.4℃
  • 맑음울산 6.9℃
  • 맑음광주 5.9℃
  • 맑음부산 8.0℃
  • 맑음고창 1.4℃
  • 맑음제주 7.9℃
  • 맑음강화 0.7℃
  • 맑음보은 0.5℃
  • 맑음금산 0.2℃
  • 맑음강진군 2.7℃
  • 맑음경주시 2.1℃
  • 맑음거제 4.7℃
기상청 제공

문화

강간당한 시대, 부조리의 80년대

URL복사


Untitled Document




 


강간당한 시대, 부조리의 80년대



새로운 한국적 스릴러, 연쇄살인실화극 ‘살인의 추억’



86아시안게임을
며칠 앞두고 일어난 첫 사건을 시작으로 무려 6년간 10명의 희생자를 내며 전국을 공포에 휩싸이게 했던 화성연쇄살인사건. ‘살인의 추억’은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하고 악몽으로 남은 이 뼈아픈 사건의 기억을 조목조목 고통스럽게 되새기는 영화다.

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영화는 범인을 추적하기 보다 당대의 사회상과 인물 심리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스릴러나 형사 버디무비의
형식을 취하면서도, 다큐멘터리 같은 사실성을 견지하며 장르적 관습을 무너뜨린다.

물과 기름처럼 서로 다른 두 형사는 의기투합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헐리우드와는 다르게, 절망과 광기에 빠지며 서로를 닮아간다. 멋진 액션이나
고도의 두뇌게임, 퍼즐 맞추기의 재미가 사라진 자리에는 너무 빨리 잊혀진 ‘추억’이 살아나 아프게 생채기를 파고든다.




서로 동화되는 상처투성이의 인물들




영화의 주축은 한국 최초의 연쇄살인사건 최전선에 있던 형사들의 희로애락이다. “얼굴 보면 딱! 삘이 온다”는 박두만(송강호)은 소문과 느낌으로
용의자를 지목하는 육감파 시골형사다. 반면 “서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서태윤(김상경)은 데이터를 분석해 범인을 추리하는 두뇌파 서울형사다.


두 형사는 사사건건 부딪치며 티격태격하지만, 미치도록 범인을 잡고 싶다는 공통된 열망과 잡히지 않는 범인과의 고달픈 싸움은 그들의 경계를
흐린다. 계속되는 처절한 범행과 일선 형사의 무능을 지적하는 언론의 비난 등에 지치면서 그들은 점차 혼돈에 빠진다. 살인이라는 행위 자체가
거대한 먹구름이 되어 마을 전체를 뒤덮고 인물들의 목을 조르는 것이다.

과학수사가 사건을 해결할 것이라고 믿던 서태윤은 결정적 용의자에게서 마땅한 증거를 찾을 수 없자 “증거가 무슨 필요 있어. 잡아 족치면
되지”라고 외치고, 고문에 의한 자백으로 사건을 해결하려던 박두만은 오히려 폭력을 포기한다. 근대와 전근대의 사고가 뒤섞인 과도기. 불합리한
사회적 시스템 속에서 그 어떤 개인의 사고나 의지도 무력하기 짝이 없다.

거침없이 용의자를 발길질하던 조용구(김뢰하) 형사는 용의자였던 백광호(박노식)가 내리친 강목에 박힌 못에 찔려 파상풍으로 다리를 절단한다.
가해의 ‘도구’가 피해자의 가해에 의해 잘려나가는, 이 상처투성이로 범벅된 아이러니한 상황은 80년대가 폭력과 광기, 부조리로 썩어 가는
절름발이 시대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봉준호 특유의 디테일한 표현, 송광호의 완벽한 연기




과학적 수사 시스템이나 기술은 드라마 ‘수사반장’에서나 존재했고, 시시때때로 민방위 훈련을 시행하면서도 한 명의 시골 부녀자 목숨에는 정작
무관심했던 허상과 거짓의 시대. 경찰조직과 공권력은 시위 진압과 반정부세력 타도에 투입되어 민생치안은 돌볼 겨를이 없었던 불행한 사회상은
탄탄한 드라마 속에서 세밀하게 묘사된다.

그동안 복고로 달콤하게 포장돼왔던 80년대에 대한 판타지를 걷어치우고, ‘살인의 추억’은 개도국이라고 굳게 믿었지만, 사실은 후진국이었던
이 땅의 서글픈 과거를 직시한다. 봉준호 특유의 디테일한 표현에 빛을 더한 송광호의 시골형사 연기는 ‘완벽’이라는 극찬이 아깝지 않을 만큼
뛰어나다. 김상경, 박해일, 변희봉, 송재호, 김뢰하, 박노식 등의 노련한 연기 또한 영화에 상당한 에너지를 공급한다.

‘살인의 추억’은 무섭고도 슬프며, 초조하면서 허탈하고, 웃기면서 씁쓸하다. 감독은 80년대 자체를 부조리하고 아픈, 동시에 몰상식과 조악함이
쓴웃음을 자아내는 코미디로 회고한다. 시대적 공기를 독특한 정서와 날카로운 눈으로 포착한 정치적 스릴러, 또는 새로운 한국적 스릴러인 ‘살인의
추억’은 ‘지구를 지켜라!’ ‘질투는 나의 힘’과 함께 올해 최고의 한국영화로 손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New Movie

진화
그 이후 = 엑스맨 2


감독
: 브라이언 싱어 / 주연 : 패트릭 스튜어트, 휴 잭맨, 이안 맥켈렌


근접한 미래, 유전자 기술의 거듭된 발전으로 돌연변이들이 생겨난다. 몇몇의 극단적인 인간들은 돌연변이의 초능력이 인간을 위협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을 격리 수용하는 등록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을 세운다. 이 법안에 대한 지지 여론이 높아지면서 인간과 돌연변이의
관계는 점차 악화된다. 한편, 안티 돌연변이 집단의 우두머리인 스트라이커 장군은 엑스맨의 정신적 지주인 사비에 박사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감옥에서 탈출한 매그니토는 사비에 박사를 구출하고 인간과의 전면전을 함께 할 것을 엑스맨에게 제안한다.


시대가
사랑을 방해할지라도= 나비


감독
: 김현성 / 주연 : 김민종, 김정은


80년대 초. 산골 마을 허름한 기차역. 민재는 서울행 기차 문에 매달려 둘이 함께 새긴 가슴팍의 나비문신을 보여주며 1년 후
다시 돌아오겠다고 혜미에게 약속한다. 시간이 지나 민재는 룸싸롱 제비가 되고, 혜미는 군고위간부 허대령의 여인이 된다. 하지만,
운명은 둘을 다시 만나게 하고 민재가 음모에 휘말려 삼청교육대에 끌려가면서 힘든 사랑이 이어진다. 한국영화사상 거의 다루어진
적이 없던 삼청교육대라는 소재와 김정은의 연기변신이 주목되는 액션 멜로물이다.


한국적
색채에 담긴 동심= 오세암


감독
: 성백엽 / 목소리 : 김서영, 박선영


눈을 감은 소녀 감이와 다섯 살 길손이에겐 서로가 세상의 전부다. 엄마의 기억이 없는 길손이의 평생 소원은 한번이라도 엄마를
가져 보는 것. 둘은 어디 있는지 모를 엄마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막 추운 겨울이 시작되려는 즈음 한 마을에서
머리에 머리카락씨만 뿌려진 설정 스님을 만난다. 고(故) 정채봉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으로 다섯 살 꼬마 길손이가
누나 감이, 삽살개 바람이와 함께 엄마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한국적 정서로 따뜻하게 담았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비만학회·한국릴리 미디어 세션...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견이 나왔다. 17일 대한비만학회와 한국릴리가 17일 비만과 2형 당뇨병을 사회적 건강 과제로 규정하고, 치료 중심의 관리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릴리와 대한비만학회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사회적 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을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국내 비만·당뇨병 치료 환경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인크레틴 기반 주사 치료제를 포함한 최신 치료 옵션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논의하고 미충족 수요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등 여러 비만치료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인 이재혁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왜 비만 치료가 중요한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대한비만학회의 노력'을 주제로 학회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비만은 단순한 체중증가 상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지만, 여전히 법정비급여 질환

정치

더보기
내란특검 수사 결과에 與“헌정 회복 이정표”vs野“태산명동서일필로 끝난 정치보복”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15일 발표된 내란 특검 최종 수사 결과에 대해 여야는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헌정 회복에 많은 기여를 했음을 강조한 반면 국민의힘은 성과 없는 ‘내란몰이’로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개최된 원내대책회의에서 “'12·3 내란사태는 권력 유지를 위한 불법 계엄이었다‘ 어제 내란 특검은 12·3 내란 사태 수사의 결론을 공식 발표했다”며 “활동을 마무리한 내란 특검은 헌정을 회복하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였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려 한 시도에 국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분명히 보여준 과정이었다. 관련자 기소와 사실 규명, 책임 구조의 윤곽까지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누구든 헌정을 흔들면 철저하게 책임을 묻는다는 원칙도 분명히 세웠다”며 “아직 남은 과제도 분명하다. 내란의 기획과 지휘 구조, 윗선 개입 여부 등 핵심 쟁점 가운데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재판은 신속하고 단호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준엄한 단죄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내란 세력을 결코 용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민주주의의 역사에 분명히 새겨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현대 문명을 관통하는 ‘유비쿼터스행복학’의 비전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좋은땅출판사가 ‘유비쿼터스행복학 비전을 공유하다’를 펴냈다. 교육자이자 다수의 인문·경영·자기계발서를 집필해 온 이정완 저자는 이번 책에서 현대 문명의 핵심 영역(경제, 사회, 정치, 기술, 교육)을 ‘행복’이라는 공통된 언어로 재해석하며, 개인의 감정을 넘어 사회·문명 전체를 관통하는 행복의 구조적 의미를 탐구한다. 저자는 인류가 기술 발전과 경제 성장으로 거대한 편의를 확보했음에도 오히려 불안·소외·갈등이 심화된 현실을 지적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성장 전략이 아니라 ‘행복을 중심에 둔 문명적 전환’이라고 강조한다. 책은 이를 위해 다섯 개의 주요 부문과 국제적 시각까지 폭넓게 다루며, 미래 사회가 어떤 ‘행복 문명’을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방향을 제시한다. 제1부 ‘경제와 행복’에서는 GDP 중심 지표가 삶의 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짚고, 포용적 성장·공감 자본주의·윤리적 혁신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제2부 ‘사회와 행복’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단절, 정신건강 문제 등 사회적 불안을 분석하며, 신뢰와 공감의 회복을 핵심 가치로 제시한다. 정치 영역을 다루는 제3부는 투명성,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