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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나무가 되고 싶었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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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옥같은 작품을 남기고 떠난 극작가 윤영선.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났다. 붉은 코, 반짝이는 눈, 독특한 헤어스타일의 윤 작가는 연극계의 괴짜로 불리며 극작가이자 연출가, 학자로서 인간의 고독과 존재의 외로움, 소통의 문제에 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자신만의 연극 세계를 추구해 온 연극계의 시인이었다.
가장 연극적인 연극 창조
“저는 자연스러운 것, 에로틱한 것, 근질근질한 것들, 음습한 것들을 같이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제가 텍스트를 연출할 때 자꾸 그런 것들을 죽이게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윤 작가는 이처럼 고민을 거듭하며 작가이자 연출가로서 사람들과의 소통을 이야기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연극에 관해 치밀한 구성과 특유의 화법으로 가장 연극적인 연극을 창조했다. 연출가로서의 아이러니를 뛰어넘은 유작인 ‘임차인’이 더 애틋한 이유가 바로 이런 데에 있을 것이다.
새로운 연극언어와 삶의 형태를 모색해 온 윤 작가는 인간에 관한 생각을 마치 한 편의 시처럼 압축적이고 간결하게 표현하려 했던 시인이기도 했다. 그리고 후기 작품으로 가면서 이러한 간결한 표현에 생생한 리얼리즘을 결합하여 우리의 일상적인 삶을 그리며 깊은 울림이 있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윤 작가의 희곡을 보면 인간 존재와 외로움, 고독 등이 느껴지는데 이는 사유하는 작가로서 그를 말해 주는 것이며 인간에 관해 노래하는 시인이자 철학자로서 작품세계를 이야기 해 준다.
윤 작가는 학자로서도 유명하다. 2000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로 재직하며 많은 후학을 양성했다. 단국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뉴욕 주립대 연극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윤 작가는 학창 시절 그가 배우고 느꼈던 것들과 연극을 처음 시작한 연우 무대 시절부터 직접 만든 극단 파티 시절까지 그간 보고 느낀 것들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했으며, 윤 작가의 수업을 거쳐 간 많은 학생들이 윤 작가의 연극에 대한 열정과 경험을 배우게 됐다. 또한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권위적이기 보다는 자유롭게 학생들과 밤새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으며 이러한 성격은 작품에서도 녹아져 탈권위적이고 자유분방한 작품으로 나오게 됐다.
윤 작가는 나무를 사랑해 죽기 며칠 전에 자신의 이름을 ‘나무윤영선꽃’으로 개명하기도 했다. 윤 작가를 추억하는 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는 유난히 술을 좋아하고 말하는 것을 즐겼으며 밤새 술을 마시며 학생들과 함께, 작업하는 연극인들과 함께 이야기꽃을 피워 나갔다. 그래서 지금도 그를 추억하는 사람들은 인간 윤 작가의 따뜻함을 기억하고 그들의 가슴 속에 나무로 기억하고 있다.
‘사팔뜨기 선문답’부터 ‘임차인’까지
윤영선은 극작가 겸 연출가로 연우무대 활동을 통해 연극을 시작했고 1980년대 후반 미국 유학 기간 중 뉴욕에서 ‘없는 극단’을 결성해 공연활동을 지속했다. 1990년대 중반 ‘사팔뜨기 선문답’이라는 작품으로 작가, 연출가로 정식 등단했으며 ‘떠벌이 우리 아버지 암에 걸리셨네’(1996), ‘맨하탄 일번지’(1997), ‘키스’(1997), ‘G코드의 탈출’(1998), ‘파티’(1998) 등 비교적 짧은 시기 동안 집중적으로 많은 작품들을 발표했다. 이후 윤 작가는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가 ‘미생자’(2003년), ‘여행’(2005년), ‘임차인’(2006년)을 공연했고 ‘여행’과 ‘임차인’으로 서울연극제희곡상과 김상열연극상을 수상했다.
연우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던 윤 작가는 1997년 연우를 떠나 연출가 박성현, 이성열과 함께 ‘작은 파티’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 후 작품 활동을 계속 하게 되고 이후 2003년 ‘극단 파티’로 개명하며 연출가 김동현이 합세했다. 2007년 윤 작가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극단 파티는 활발한 창작 활동을 지속해 왔으며 2008년 윤 작가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활동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
인간 존재와 외로움에 대한 고민
윤 작가는 인간의 존재와 외로움을 고민했던 작가로 작품 안에 그의 고민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 중에서도 삶의 오후에 와 있는 중년들이 죽음을 대면하는 모습을 그린 ‘여행’과 인간의 외로움을 ‘키스’라는 행위로 풀어 낸, 한 작품을 세 명의 연출가가 다른 시각으로 재해석한 ‘키스’, 몸은 있으나 마음은 여기에 없는 우리네 삶을 이야기하는 ‘임차인’ 등이 윤 작가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9월18일부터 두 달여간 정보소극장과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리는 윤 작가를 추억하는 페스티벌은 그래서 ‘여행’, ‘키스’, ‘임차인’ 세 가지 작품을 모았다. 더욱이 이번 페스티벌 기간에 맞춰 윤 작가의 미발표 희곡을 포함한 ‘윤영선 희곡집’을 동시에 발간 할 예정이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둘이 하는 키스, 혼자 하는 키스, 여럿이 하는 키스로 구성된 실험적인 작품 ‘키스’는 연출가 김동현, 남긍호, 채승훈이 맡아 다양한 키스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2005년 평론가 협회 Best3에 선정됐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참여한 바 있는 연극 ‘여행’은 극단 백수광부의 대표로 있는 연출가 이성열이 다시 맡아 공연을 더욱 업그레이드 시킬 예정이다. 또한 2006년에 배우 오달수가 연기하여 큰 관심을 얻은 ‘임차인’은 고 윤 작가 대신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로 있는 연출가 박상현이 연출을 맡아 또 다른 느낌의 공연을 선사 할 계획이다. 이번 페스티벌의 세 작품을 통해 극단 파티는 故 윤영선 선생이 펼치고자 했던 연극세계를 다양하게 보여 줄 것이다. 또한 이번 페스티벌에는 무대디자인 손호성, 조명디자인 김창기, 의상디자인 장혜숙 등 극단 파티 시절 함께 했던 스탭이 함께 해 먼저 세상을 떠난 윤영선 작가의 빈자리를 채워준다.
또한, 이번 페스티벌 기간에는 정보소극장 및 아르코예술극장 일대에서 윤 작가의 생전의 사진을 전시하는 사진전과 지인들의 회고담을 담은 영상을 상영하는 등 윤 작가를 기리기 위한 다양한 추모 행사가 계획돼 있다.
오랜만에 열리는 한국 작가 페스티벌인 ‘윤영선 페스티벌’은 윤 작가를 알고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축제로서, 그와 그의 작품을 잘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연극다운 연극을 알리는 통로로서의 역할을 하며 가을을 잔잔한 연극적 감동으로 물들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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