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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장인을 찾아서(21) 영혼을 새겨넣은 꽃보다 아름다운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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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을 찾아서(21)

영혼을 새겨넣은 꽃보다 아름다운 신



5대를 이어온 국내 유일 화장이수자 황해봉 씨


발의
목적은 당연히 발을 보호하는 일이지만 ‘패션의 완성은 신발’이라는 말도 있듯 미적요소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아무리 옷을 잘 입었다
하더라도 신발이 의상과 어울리지 않으면 기껏 노력한 수고가 헛수고가 되고 마는 것이 사실이다. 날씨와 상황에 맞게 신어야 함은 더 말하면
잔소리. 이러한 것은 비단 요즘에만 그런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에도 연령에 따라, 행사에 따라 각기 상황에 맞는 신발이 있었고, 아름다움을
위해 문양과 자수를 곁들이기도 했다. 이 당시 신발을 만들던 장인을 ‘화장’이라 불렀는데 현재 화장 이수자는 황해봉(52) 씨가 국내 유일하다.



“누가 신든 정성은 똑같다”




빨강과 파랑이 두드러진 화려한 빛깔의 신발들이 눈에 들어왔다. 전통문양과 기하학적문양이 돋보였고, 십장생이 자수로 곱게 수놓아져 있기도
했다. 너무 얇고 가벼워 요즘에도 과연 신고 다닐 수 있을까 의문이 생겼다.

“예전 양반들이야 얼마나 걸어다녔겠어요. 주로 가마 타고 다녔죠. 땅도 지금보다 부드러웠고.”

실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황씨가 만든 꽃신은 주로 전통혼례나 폐백 때 애용된다. 운현궁 가례행사 때 사용되고 있는 왕과 왕비의 신도 황씨
작품이다.

“왕과 왕비가 신는 신을 적석과 청석이라 부르는데 20가지가 넘는 꽃신 중에서 가장 만들기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다홍공단에 백공단을 안에 대고 남색 명주실을 꼬아서 신 둘레에 용강계 방법으로 장식을 낸 후 딸기매듭으로 신등과 양옆을 마무리하는 적석과
청석은 보통 10일이 소요된다. 평균 3일 걸리는 다른 작품에 비해 더 많은 시간과 세심한 손길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남자 신발에는 신코에 문양이 있는 가장 화려한 태사혜, 관원용 목화와 수혜자, 제사용 제혜, 국상 중에 신는 백혜 등이 있고,
여자 신발에는 십장생이나 매화, 연꽃을 수놓은 수혜, 구름문양 운혜, 당초문양 당혜와 기생이 신는 기혜, 흑혜 등이 있다. 또 비오는 날에
신는 들기름을 먹여 만든 유혜도 있다.

“누가 신든, 어떤 용도이든 정성이 똑같이 들어가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전통방식 고수, 100% 수작업




황씨는 지금도 전통방식 그대로 전과정을 손으로 작업한다. 기계를 사용한다면야 다량생산 할 수 있겠지만 전통을 지키고 맥을 이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꽃신 제작은 황씨 집안의 5대를 이어온 가업이다.

“할아버지(황한갑)께서 우리나라 유일의 화장 기능보유자셨는데 아버지(황등용)가 할아버지보다 일찍 돌아가시자 대를 이을 사람이 저밖에 없었어요.
저도 어렸을 때부터 봐온 것이 이 일이라 당연히 전수받아야겠다 마음먹었고요.”

하지만 황씨의 대잇기 작업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가난’과 ‘인내심’을 상대로 처절한 전쟁을 치러야 했다. 1920년대 고무신이 등장하면서
전통신이 외면당하던 사회적 분위기가 1970~1980년대 들어서면서 더욱 절정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생활고로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도 수없이
했지만 그때마다 ‘나 아니면 안된다’는 마음에 차마 놓을 수 없었다.

그러나 ‘기다린 자에게 복이 온다’고 1990년대가 되면서 전통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황씨의 노력도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1999년 제24회 전승공예대전 대통령상 수상은 그 노력에 대한 대가였다.

“유물재현 요청도 들어오고, 박물관에 전시하고 싶다는 부탁도 받았죠. 어떻게 아셨는지 여기저기서 작품을 사고 싶다는 제안도 들어왔고요.
기쁨이야 이루 말 할 수 없었죠. 지금도 국립민속박물관을 비롯한 여러 민속박물관에 제 작품이 전시된 것을 보면 가슴이 벅차올라요.”



꽃신 박물관 건립 소망




그간 황씨에게 제자가 되겠다고 찾아온 이들은 여럿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단기간의 성과를 바랬다.

“평생 업으로 삼고 해나가야 하는 일이라 그들을 제자로 받아들일 순 없었다”며 “고독하고 힘든 일이라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고 황씨는
설명했다. 때문에 아직 정식 제자가 없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황씨의 두 아들이 가업을 잇겠다고 나섰다는 점이다.

“강요하지 않았는데 먼저 하겠다고 하니 기쁘지만 한편에선 걱정되는 마음도 생깁니다.”

황씨의 얼굴에 기쁨과 우려의 감정이 동시에 떠올랐다. 그러나 이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제가 결혼할 때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저, 이렇게 3대가 정성스럽게 꽃신을 만들어 아내에게 선물했죠. 그때 ‘잘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시던
모습들이 아직도 선해요. 미래에 제 며느리가 될 아이에게, 또 손주며느리가 될 아이에게 똑같이 아들들과 함께 꽃신을 만들어 선물할 모습을
상상하면 벌써 기분이 들뜹니다.”

꽃신을 어루만지며 웃음짓는 황씨의 모습이 님을 기다리는 봄처녀 마냥 설레어 보였다.

“나중에 작은 공간이라도 전통신 박물관을 설립하고 싶어요. 조상들의 독창성과 예술성이 돋보이는 꽃신을 오래도록 남기고 싶거든요. 저 혼자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 할 겁니다.”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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