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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부채는 과학이자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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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는 과학이자 예술”



실용성과 아름다움의 조화, 전통부채 재현하는 청곡 금복현 선생











금복현 선생은 "부채는 단순한 냉방기가 아닌 조상의 얼과 지혜가 담긴 예술품" 이라고
설명했다.


즘에는 냉방기하면
선풍기와 에어컨을 떠올리지만 어디 옛날에는 그런 것이 있었는가? 대나무부채 하나면 여름한철을 났고, 어머니가 부쳐주는 바람과 시원한 수박
한 통이면 더위에 꼼짝도 안 했던 그때. 그 당시 부채는 단순한 냉방기가 아니라 사람냄새나는 ‘정’이었다. 부채를 선물하며 건강을 기원하고,
때로는 그림이나 글씨를 넣어 마음을 전달하기도 했던 소중한 기억들, 서로 부쳐주던 부채질은 또 얼마나 정겨웠던지….

그러나 인공바람이 부채를 대신하면서 사람들은 그때의 정감어린 추억들을 잊어버리게 됐다. 하지만 부채에 담긴 향수를 반추하면서 30여 년을
오로지 부채제작에만 전념해 온 이가 있다. 푸른 계곡에서 부는 바람처럼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는 부채를 만들겠다는 청곡 금복현(56) 선생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세계에서도 단연 으뜸

“우리나라 부채는 세계에서도 으뜸이에요. 예부터 좋은 닥나무한지와 결이 잘 쪼개지고 질긴 대나무가 있었기 때문이죠. 뿐만 아니라 과학적
토대 하에 대나무살을 붙이고 역학적 구조를 구상했죠. 이 조그만 부채에 조상들의 지혜가 총 망라돼 있는 거에요.”

부채살은 여름에 자른 나무는 습기가 많아 힘이 없고 좀이 많이 먹기 때문에 겨울에 자른 나무를 이용한다. 겨울에 잘라 완전히 건조시킨 대나무는
조름통을 이용해 일정한 굵기로 자르는데, 근래에는 넓적하게 자르지만 원래는 동그랗게 잘라야 튼튼하고 유연성이 좋아 오래간다. 자른 대나무살은
닥종이나 비단, 명주, 모시 등에 붙이는데 주로 닥종이를 애용한다. 종이가 가벼워 바람도 시원하고 오래가도 삭지 않기 때문이다. 대나무를
붙일 때는 강한살과 연한살을 일정한 간격으로 교대로 배치해 강약을 조절해야 한다. 너무 강하면 부러지기 쉽고, 약하면 휘청대기 쉽기 때문이다.
살을 다 붙이면 문양이나 그림이 그려진 한지를 붙이고, 자루 박을 부분에 색한지로 만든 꽃지를 덧붙인다. 꽃지는 문양지라고도 하며, 우리나라
부채에만 있는 독특한 특징이다.

“대나무살의 길이가 제각각이라 모아지는 부분이 지저분할 수밖에 없죠. 꽃지는 그 부분을 가려주고, 자루 박을 부분에 힘을 보태 줘 부채질을
할 때 끄덕대지 않게 해요. 실용성과 예술성을 모두 생각한 거죠.”


뭉치고 화합하라는 의미, 통영미선

모든 과정이 끝나면 자루를 박는데, 자루는 대추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은행나무 등을 이용해 만든다. 특히 대추나무는 정교한 조각을 할
때 주로 사용하고, 만질수록 광택이 나고, 붉게 변하기 때문에 가장 고급스럽다.

“조상들은 자루의 문양에도 의미를 부여했죠. 용이나 봉황은 부귀와 영화를, 학은 장수를 의미했죠. 그 중에서도 임금에게 진상됐던 통영부채는
그 모양이 매우 특이한데, 꽈배기처럼 꼬아지기도 했고, 매듭처럼 엮어지기도 했어요. 그것은 당파를 걱정하여 뭉치고 화합하라는 의미를 담았기
때문이죠. 백성들의 소망이자 임금의 소망이 조각된 겁니다.”

부채가 다 만들어지면 자루에 고리를 연결해 선추라는 장식을 다는데 이것은 나무로 조각해 안에 향수나 도장, 바늘집 등을 넣을 수 있는 통이다.
문관의 부채에만 매달 수 있었는데 그것은 여유를 찾으라는 의미에서다.

“선추가 무거워서 부채질을 빨리 할 수 없죠. 이것은 나라일을 하는 관리들에게 ‘일을 서두르게 되면 그르치니 천천히 심사숙고해서 하시오’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담은 겁니다. 조상들의 지혜죠.”

선추와 자루 외에도 부채를 구성하는 모든 것에는 의미가 담겨있다. 꽃지의 문양만 봐도 굵은 선과 얇은 선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 이것은
섬세함과 투박함의 조화, 즉 음양의 조화를 나타내는 것이다.


전과정 통달한 유일한 장인

금 선생이 부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로 거슬러간다. 우연히 6학년 형들을 따라간 도장파는 가게에서 선생은 난생
처음 선추를 보았고 호기심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나 당시엔 그것이 전혀 어떤 용도인지 몰라 단지 호기심만을 품고 있다 후에 골동품 가게에서
다시 선추를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됐다. 선추 조각에 몰두한 금 선생은 워낙 손재주가 있던 터라 제6회 전승공예전에서 입상하는
영예도 안았다. 그러다 1973년, 잘 만들어진 옛 부채를 보면서 선추에 대한 관심은 부채 전반으로 옮아갔다.

하지만 부채 제작을 배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일이 분업화 돼 전과정을 아는 기술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금 선생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한 분야씩 배워야 했다.

“하던 표구일도 젖혀두고 부채제작에만 매달렸죠. 살 다듬는 기술과 구부리는 기술, 다시 펴지지 않도록 하는 기술은 나주의 김홍식 옹에게,
자루는 통영부채를 만드는 송두찬 선생에게 배웠어요. 그리고 혼자 문헌도 뒤져보고, 전통부채를 수집해 분해하면서 계속 연구했죠.”

결국 그는 부채제작 전과정을 통달한 유일한 장인이 됐고, 세계에서 인정받는 작가가 됐다. 국내외에서 다수의 전시회를 열면서 금 선생은 점점
유명해졌고, 1986년 아시안게임 홍보 전시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란,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13개국에서 순회 전시회를 가졌어요. 130개의 작품이 선보였는데 각 국에서 큰 호응을 얻었죠. 후에
그 나라 전부가 아시안게임에 참가해 더욱 뜻 깊었습니다.”












닥나무한지로 만든 금 선생의 작품들. 대나무살은 강한살과 연한살을 교대로 붙여
강약을 조절하고, 자루 박는 부분에 문양지를 덧 대 내구성을 강화했다. 문양지는 꽃지라고도 하며 우리나라 부채에만 있는 특징이다.


전통적 기반 위에 현대성 가미

그러나 IMF이후에 소비가 급격히 줄어 금 선생은 작업하기도 힘들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제천에 추진중이던 부채박물관도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포기할 순 없다. 처음부터 돈을 벌고자 시작했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힘들다고 여기서 그만 뒀으면 애초에 시작도 안 했죠. 그냥 전 부채가 좋아 만들뿐입니다.”

생활이 어렵지만 대충 만들 순 없다는 것이 선생의 지론이다. 만드는 재미와 만든 후의 보람이 돈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선생은 현대인의 구미에 맞도록 모양과 문양을 좀더 깔끔하게 변형하고 색감도 다양하게 입혀 전통적 기반 위에 현대성을 가미하고 있다.
배용준, 전도연 주연의 영화 ‘남녀상열지사’에 소품을 협찬해 대중적 인지도를 얻으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부채는 단순한 냉방기구가 아닙니다. 우리 조상의 얼과 지혜가 담긴 예술품입니다. 점점 전통부채가 사라지고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부채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도록 많은 시도를 할겁니다.”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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