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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트루먼 氏의 一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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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氏의 一日



감시카메라에 갇혀 사는 어느 회사원의 일상


30년간
사생활이 몰래카메라에 찍혀 생중계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트루먼 쇼’가 현실화되고 있다. 수많은 감시카메라에 둘러 쌓여 살아가는
현대인은 누구나 ‘트루먼’인 셈. 회사원 김씨의 하루 일과를 보자. 그는 32세의 평범한 회사원이다. 4살 짜리 딸과 동갑내기 아내도 있다.
그는 오늘 결혼5주년을 맞아 모처럼 아내와 대학시절 자주 가던 단골 술집에 가기로 했다.


#1 엘리베이터

김씨의 가족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집을 나왔다. 아내는 엘리베이터에서 옷매무새를 다듬다가 김씨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다.

“자기야, 오늘 특별한 날인데 뭐 잊은 거 없어?”

“이따가 차에서 해줄게. 경비가 다 본단 말야.”

김씨가 살짝 토라진 아내를 달래는 동안 어느새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그는 오후에 보모가 올 것을 대비해 경비실에 열쇠를 맡겼다.
경비실 한편에 설치된 모니터 화면에 얼마 전 옆집에 이사 온 아가씨가 보였다.

‘머리를 잘랐네.’


#2 도로

자가용에 시동을 걸고 아내와 아이를 태운 김씨는 유아원으로 향했다. 평소 습관대로 그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흥겨운
기분에 심취한 나머지 김씨는 그만 제한속도를 초과해 버리고 말았다.

“찍힌 거 같은데.”

“자기는! 조심하지 그랬어? 벌금이 얼만데….”

조금 찜찜했지만 특별한 날이라 김씨는 다시 노래를 따라 부르며 기분을 떨쳐버렸다. 다음 곡이 시작될 즈음, 차는 유아원 앞에 도착했다.
아이를 맡길 때마다 불안하지만 CCTV로 아이 한 명 한 명을 세심하게 관찰한다는 유아원 원장의 말을 떠올리며 김씨는 스스로를 안심시키곤
한다.


#3 사무실

아내를 직장에 데려다주고 회사에 도착한 김씨는 지하 주차장에 주차한 후 사무실로 향했다.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은 그는 결제가
급히 필요한 서류를 마무리 짓고 과장실로 들어갔다. 이 과장이 꽤나 깐깐한 성격이라 그는 늘 긴장이 된다. 결제가 끝나고 김씨가 돌아 나오려는
찰나, 역시나 이 과장이 어퍼컷 한방을 날렸다.

“김 대리, 여직원들이랑 히히덕 거리고 다니지 좀 말어. 다른 사무실 사람들도 다 보는 복도에서 키득거리고 다니면 쓰나. 체통을 지켜야지
원."

자리로 돌아온 김씨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기 위해 휴게실로 향하면서 그는 복도에 달린 감시카메라를 노려보았다.

오후가 되자 긴장이 풀리면서 졸음이 쏟아졌다. 정 안되겠다 싶어 그는 거래처에 간다는 핑계를 대고 퇴근시간보다 1시간 일찍 나와 사우나로
향했다. 저녁엔 술을 마실 거라 차는 두고 나왔다.


#4 사우나

사우나를 끝내고 탈의실에서 몸을 닦으며 김씨는 무심코 탕 입구에 설치된 모니터를 보다 깜짝 놀랐다. 옷을 벗어 옷장에 넣는 배불뚝이는 정
부장이 분명했다. 김씨는 서둘러 옷을 입고 고개를 숙인 채 사우나를 빠져 나왔다. 아내에게 선물을 사기 위해 은행으로 가면서 김씨는 정
부장을 생각하니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은행 CD기 버튼을 누르고 기계가 돈을 세는 동안 그는 무심코 거울을 들여다봤다. 머리를 덜 말리고 나와 몇 가닥이 흘러내려 있었다. 손으로
머리를 빗어 넘기며 돈을 뽑아 든 그는 백화점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5 백화점


김씨는 백화점의 육중한 유리문을 힘껏 밀고 귀금속 매장으로 향했다. 아내에게 선물할 목걸이를 고르던 김씨는 자신의 등뒤로 나지막한,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조급한 듯한 구둣발 소리가 지나감을 느꼈다. 김씨는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무전기 리시버를 귀에 꽂은 ‘검은 양복'들이 젊은
여자 한 명을 데리고 사라졌다.

“멀쩡하게 생겨서 왜 그런 짓을 해?”

“이렇게 한산한 날 간도 크다.”

점원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김씨는 백화점 CCTV에 절도 현장이 목격돼 잡혔다는 헐리우드 배우 위노라 라이더를 떠올렸다. 그리고 위노라
라이더처럼 깜찍한 목걸이를 하나 사서 백화점을 나왔다.


#6 지하철

‘띠리리리리…’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일제히 노란선 쪽으로 다가섰다. 선로 끝에 설치된 모니터 화면에 분주한 움직임들이
보였다. 모니터 속 군중의 움직임은 우르르 몰려오는 밀물 같다.

김씨 맞은편 좌석에는 인형 같이 예쁜 여자애가 엄마와 함께 앉아있다. 김씨는 핸드폰을 꺼내 폴더를 열고 저장된 사진을 불러왔다. 사랑스러운
딸아이의 사진들이다. 그는 혼자 미소를 짓다가 겸연쩍은 생각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맞은편 꼬마애는 엄마 팔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김씨는 핸드폰의 카메라를 아이의 얼굴에 맞췄다. 달력 사진에나 나올 듯한 앙증맞은 모습이다. 그는 카메라 그림이 새겨져 있는 핸드폰 버튼을
살짝 눌렀다.


#7 화장실

단골 술집은 예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목걸이는 아내에게 근사하게 어울렸다. 아내는 김씨에게 셔츠와 넥타이를 선물했다. 이날 아내와의
술자리는 이 과장의 잔소리가 남긴 일상의 작은 앙금마저도 말끔히 청소할 만큼 개운했다. 김씨는 계산을 끝내고 술집 출입문 앞에서 아내를
기다렸다. 화장실을 들렀다 온 아내는 발그레한 얼굴로 그의 팔에 매달렸다.

“자기야 근데. 화장실 천장에 카메라가 있더라.”

“그거. 요즘 술집에 많이 설치하잖아. 여자들 치안을 위해서래. 화장실에 숨어있다 여자 덮치는 놈들 많잖아 왜.”

아내는 졸린 눈으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8 집

지하철에서 내린 김씨와 아내는 한적한 골목을 다정하게 걸었다. CCTV가 그들 부부를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집에 도착하자 딸아이는
잠든 채 보모의 손에서 아내의 손으로 건네졌다. 보모를 보낸 김씨는 거실에 설치된 몰래카메라의 비디오 테입을 돌려봤다. 언젠가 김씨는 뉴스에서
보모가 아이를 학대하는 장면을 보고 두통을 느꼈다. 그리고 며칠을 이유 없이 불안감에 떨다가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 몰래카메라를 빠르게
돌려보는 일은 김씨에게 빼놓을 수 없는 일과가 됐다.

비디오 테입을 다 본 김씨는 거래처에서 보내기로 한 자료를 확인하기 위해 메일에 접속했다. ‘요청하신 자료입니다’라는 제목의 메일을 클릭한
순간 김씨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여자들의 등, 손, 목, 어깨, 다리를 비롯해 목욕하는 장면의 나체, 은밀한 부위까지 클로우즈업 한
사진들이 ‘카메라폰 몰카’ ‘화끈합니다’ 등의 문구와 함께 떠올랐기 때문이다. 삭제 버튼에 마우스를 갖다대던 김씨는 지하철에서 찍은 듯한
여자의 다리 사진에 눈길을 멈췄다.

허벅지를 살짝 덮은 스커트 끝자락이 눈에 익었다고 김씨는 생각했다. 김씨는 아내를 불렀다. 핑크색 꽃무늬가 수 놓여진 흰 스커트. 아내에게
똑같은 무늬의 스커트가 있다. 김씨는 두통을 느끼며 의자에서 일어났다.



정춘옥 기자, 안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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