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8.05 (화)

  • 흐림동두천 29.3℃
  • 흐림강릉 30.6℃
  • 흐림서울 32.3℃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고창 32.7℃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강화 30.0℃
  • 흐림보은 29.2℃
  • 구름많음금산 31.4℃
  • 구름조금강진군 31.5℃
  • 맑음경주시 32.0℃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문화

장인을 찾아서(28) - 나이도 빗겨간 무대위의 ‘여왕’

URL복사
<%@LANGUAGE="JAVASCRIPT" CODEPAGE="949"%>


무제 문서





 


나이도 빗겨간 무대위의 ‘여왕’



반세기 한국 여성국극 역사의 중심, 김진진





중구 약수동의 어느 상가건물 2층. 덩더덩쿵 하는 북 장단 소리와 함께 두 남녀의 목소리가 문틈으로 들린다. “처자의 이름이 무엇이오?”
“남녀가 유별한데 어찌 처음 본 남자가 처자의 이름을 물으시오?” 첫눈에 반했음을 알 수 있는 설레는 대화가 오고간다. 가만히 문을 열고
상황을 보니 어라, 남자는 온데간데없고 순전히 여자들만 모여있다. 그리고 그들 사이를 오가며 자꾸만 못마땅한지 지적을 하고, 대사를 수정해주는
한 여인이 눈에 뛴다. 곱다란 매무새며 열정적인 행동이 퍽 인상적이다.


1950년대 ‘뮤지컬 스타’

빛을 내뿜던 여인은 김진진(69 여) 씨다. 고희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음을 소유한 그녀는 1950년대, 지금으로 말하면 전지현
같은 대스타다. 아니 뮤지컬 배우 최정원이라 해야 옳을 것이다. 창을 기본으로 하되 대사와 연기, 춤이 어우러지는 전통 오페라 혹은 뮤지컬인
‘국극’ 배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방 후 10년 간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여성국극 모든 배우 중에서도 ‘여왕’이었다.

“요즘 세대는 국극을 잘 모르지만 1950년대를 지나온 세대들은 아마 잘 알 거야. 국극은 당시 최고의 볼거리였지. 인기도 정말 대단해서
특히 여자 역을 맡은 나 같은 경우엔 남자팬이 참 많았어. 남자 역을 맡은 동생 김경수 같은 경우엔 여성팬이 많았지. 실제 남자인줄 알고
쫓아다니는 여고생도 허다했다니까.”

절정기를 지나 이제는 ‘과거’가 돼버린 어느 노배우의 독백처럼 김씨의 말속에는 애환이 담겨져 있었다. 그러면서도 “아직 기억해주는 팬들이
있어 무대에 오른다”며 자부심도 드러냈다.

“9월4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콩쥐팥쥐’ 공연을 해. 30분 짜리 짤막한 무대지만 그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돼지. 지금 맹렬히 연습중인데
자주 이런 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어. 그래야 후배들도 더 열심히 할 마음이 생기거든. 이럴 때일수록 나 같은 원로들이 나서고 자리를 잡아줘야
국극이 다시 부활할 수 있겠지.”


정부의 관심 촉구

흔치 않은 무대이기 때문에 김씨는 이번 공연에 모든 기력을 소진하고 있는 듯 했다. 후학들에게 주연 자리를 양보하고 조역, 콩쥐 엄마 역할을
맡았지만 그녀는 연습 전과정에 한시도 빠지지 않는다. 연기지도는 물론, 북장단까지 손수 나서서 1인다역을 소화한다.

“어릴 적부터 국악을 배운 터라 학생들이 노래는 되는데 연기는 조금 부족해. 그런데 국극은 노래만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 내가 여력이
있을 때 최대한 완벽하게 가르쳐줘야지.”

국극에 남다른 애정을 피력한 김씨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일본에도 우리나라 여성국극과 같은 다카라츠카가 있어. 중국에는 여자가 아닌 전부 남자가 등장하는 경극이 있지. 아무튼 두 나라는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보존하고 권장해서 지금도 맥이 잘 유지되고 있어. 유지뿐인가 세계무대에 내놓을 만한 문화산업으로까지 부흥시켰지. 그런데 우리나라는
관심을 갖지 않아.”


국극쇠퇴
원인 제공자?


작년까지도 김씨는 혜화동 ‘학전’에서 한달간 혼자 ‘춘향전’을 공연하는 등 꾸준히 국극 살리기 운동을 펼쳐왔다. 그녀가 그토록 열심인 것은
국극 역사의 산증인이라는 사명도 있지만, 국극쇠퇴의 원인 제공자 중에 한 명이라는 죄책감도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모의 권유로 국극에 처음 발을 들였지. 너무나 가난했던 시절이라 배우가 되면 배는 곯지 않겠더라고. 얼마 안 있자
6·25전쟁이 터졌는데 인민군에게 끌려다니며 노래도 했어. 그러다 1952년 ‘공주궁의 비밀’로 데뷔했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엄청났지. 어린
여자애였으니까 얼마나 예뻐 보였겠어. 그러면서 동생 경수와 같이 연기를 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는데 1960년대 초반 결혼하면서 그만 뒀지.
아마 경수와 내가 계속 했더라면 이렇게 까지는 안됐을 텐데….”

이모이자 국극 1세대인 고 임춘앵 씨의 끼가 그들에게도 흐르고 있었는지 김진진 씨와 김경수 씨는 1950년대 최고 인기스타였다. 그러나
한창 잘 나가던 그들이 갑자기 은퇴하자 뒤를 이을만한 스타가 없었고, 자연 관객들은 하나둘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게 됐다. 때마침 영화가
점점대중화되면서 국극은 더욱 관심 밖으로 사라졌다.

“1960년대가 지나면서 점점 잊혀져 가는 게 가슴 아팠지만 그 당시엔 다시 무대에 서야겠다는 엄두가 나지 않았어. 여자는 결혼하면 가정을
절대 우선시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러다 자식들을 다 키우고 나서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지. 전보다 더
열심히 노력했어.”


50년
한결같은 ‘지독한 팬’


1987년 국립극장에서 임춘앵 추모공연 ‘무영탑’을 올리면서 김씨는 재기했다. 그리고 사비를 들여가며 매년 공연을 벌였다.

“4막7장의 2시간30분짜리 공연을 올리려면 5억 정도가 들어. 그런데 후원해주는 데가 있어야 말이지. 그나마 가장 많이 받았을 때가 1억5,000만원
받았고, 나머지는 사비로 했어. 이제는 사실 그럴 여력이 없네. 아직까지 공연 때마다 꾸준히 찾아주는 팬들이 있어 용기를 잃지 않지만 혼자
힘으로는 부족해. 문화관광부에 청원서를 낼 계획도 갖고있어.”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지만 그래도 김씨가 이 험난한 길을 갈 수 있는 건 팬들 덕분이다.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팬클럽
회원이 20명이나 있기 때문이다. 고작 20명이 아니라 ‘20명씩이나’다. 반세기를 끊임없이 한 배우를 좋아한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인가.

“팬들 중에 정말로 ‘지독한 팬‘이 있어. 내가 했던 모든 공연 제목과 그때 입었던 의상까지 줄줄 외우고 있지. 탤런트 이정섭 알지? 그이야.
1998년에 그가 연출해 ‘진진의 사랑’이라는 국극도 했어. 지금은 아예 남동생 같은 느낌으로 가족처럼 지내.”

‘진진의 사랑’은 김씨의 자전적 이야기다. 그녀의 인생을 그리고 있지만 그것은 한 여인의 일대기이자 한국 여성국극의 역사다. 그리고 그것은
과거를 총망라함으로써 새 시대를 여는 ‘세대교체’의 의미도 담고 있다.

“배우려고 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 감사해. 이제 내가 마지막 할 일은 그들을 가르치고 후원해주는 일일 거야.”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양곡관리법·농안법, 국회 본회의 통과...농안법도 국회 본회의서 가결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윤석열 前대통령 1호 거부권'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과잉 생산된 쌀을 매입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시장 가격이 기준 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차액을 지원하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이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찬성 199표, 반대 15표, 기권 22표로 가결했다. 쌀값이 급락한 경우 초과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규정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됐다가 윤석열 정부 당시 거부권이 처음 행사돼 폐기된 바 있다. 민주당이 재추진한 이번 개정안의 수정안에서 여야는 사전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통한 수급 조절, 당해년도 생산 쌀에 대한 선제적 수급조절 및 수요공급 일치, 쌀 초과 생산 및 가격 폭락 시 수급조절위원회가 매입 관련 심사 등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수산물 시장가격이 기준 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차액을 지원하는 내용의 농안법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표결 결과 찬성 205표, 반대 13표, 기권 19표가 나왔다. 농안법 개정안은 국내 수요보다 농수산물이 초과 생산되지

경제

더보기
IBK기업은행, 창립 64주년 기념식 개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IBK기업은행은 1일 창립 64주년을 맞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임직원 약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64주년 기념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날 김성태 은행장은 중소기업을 향한 사명감과 진심을 원동력으로 성장해 온 기업은행의 역사를 돌아보며 글로벌 초일류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도전과제를 밝혔다. 김 행장은 “특히 올해 전례 없는 각종 위기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면서, 미국 발 관세위기 등 대내외 위기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중기대출 지원으로 중기금융 역대 최대 점유비를 달성하는 한편, 소상공인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상생금융을 적극 실천한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아울러 ‘하남데이터센터 이전’과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 유치’ 등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사업자등록 원스톱 서비스’, ‘AI 기술을 활용한 보이스피싱 탐지기술 도입’ 등을 통해 고객가치를 최우선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한 것도 그간의 주요 성과로 꼽았다. 이어 “불확실성의 위기가 심화할수록 변하지 않는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고객을 향한 진실 되고 선한 마음으로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혁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대생 전공의 복귀하려면 무조건 사과부터 해야
지난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 이탈했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지난 14일 전격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17개월 만에 의정 갈등이 마침표를 찍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복귀자들에 대한 학사일정조정, 병역특례, 전공의 시험 추가 응시기회 부여 등 특혜 시비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의정갈등의 불씨는 계속 남아있게 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1년5개월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의정 갈등의 해법은 의대생, 전공의들이 무조건 국민과 환자들에게 의정 갈등으로 인한 진료 공백 사태에 대해 사과부터 하고 그 다음 복귀 조건을 제시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지난해 2월부터 발생한 의정 갈등은 정부가 고령화 시대 의료 수요 증가와 지역·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지역의료 강화, 필수 의료 수가 인상 등을 묶어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강행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인력 배치’의 불균형 문제이며, 의료개혁이 충분한 협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었다고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의료계는 의사 수 증가가 오히려 과잉 진료와 의료비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