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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장인을 찾아서(28) - 나이도 빗겨간 무대위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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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도 빗겨간 무대위의 ‘여왕’



반세기 한국 여성국극 역사의 중심, 김진진





중구 약수동의 어느 상가건물 2층. 덩더덩쿵 하는 북 장단 소리와 함께 두 남녀의 목소리가 문틈으로 들린다. “처자의 이름이 무엇이오?”
“남녀가 유별한데 어찌 처음 본 남자가 처자의 이름을 물으시오?” 첫눈에 반했음을 알 수 있는 설레는 대화가 오고간다. 가만히 문을 열고
상황을 보니 어라, 남자는 온데간데없고 순전히 여자들만 모여있다. 그리고 그들 사이를 오가며 자꾸만 못마땅한지 지적을 하고, 대사를 수정해주는
한 여인이 눈에 뛴다. 곱다란 매무새며 열정적인 행동이 퍽 인상적이다.


1950년대 ‘뮤지컬 스타’

빛을 내뿜던 여인은 김진진(69 여) 씨다. 고희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음을 소유한 그녀는 1950년대, 지금으로 말하면 전지현
같은 대스타다. 아니 뮤지컬 배우 최정원이라 해야 옳을 것이다. 창을 기본으로 하되 대사와 연기, 춤이 어우러지는 전통 오페라 혹은 뮤지컬인
‘국극’ 배우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방 후 10년 간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여성국극 모든 배우 중에서도 ‘여왕’이었다.

“요즘 세대는 국극을 잘 모르지만 1950년대를 지나온 세대들은 아마 잘 알 거야. 국극은 당시 최고의 볼거리였지. 인기도 정말 대단해서
특히 여자 역을 맡은 나 같은 경우엔 남자팬이 참 많았어. 남자 역을 맡은 동생 김경수 같은 경우엔 여성팬이 많았지. 실제 남자인줄 알고
쫓아다니는 여고생도 허다했다니까.”

절정기를 지나 이제는 ‘과거’가 돼버린 어느 노배우의 독백처럼 김씨의 말속에는 애환이 담겨져 있었다. 그러면서도 “아직 기억해주는 팬들이
있어 무대에 오른다”며 자부심도 드러냈다.

“9월4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콩쥐팥쥐’ 공연을 해. 30분 짜리 짤막한 무대지만 그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돼지. 지금 맹렬히 연습중인데
자주 이런 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어. 그래야 후배들도 더 열심히 할 마음이 생기거든. 이럴 때일수록 나 같은 원로들이 나서고 자리를 잡아줘야
국극이 다시 부활할 수 있겠지.”


정부의 관심 촉구

흔치 않은 무대이기 때문에 김씨는 이번 공연에 모든 기력을 소진하고 있는 듯 했다. 후학들에게 주연 자리를 양보하고 조역, 콩쥐 엄마 역할을
맡았지만 그녀는 연습 전과정에 한시도 빠지지 않는다. 연기지도는 물론, 북장단까지 손수 나서서 1인다역을 소화한다.

“어릴 적부터 국악을 배운 터라 학생들이 노래는 되는데 연기는 조금 부족해. 그런데 국극은 노래만 잘 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 내가 여력이
있을 때 최대한 완벽하게 가르쳐줘야지.”

국극에 남다른 애정을 피력한 김씨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일본에도 우리나라 여성국극과 같은 다카라츠카가 있어. 중국에는 여자가 아닌 전부 남자가 등장하는 경극이 있지. 아무튼 두 나라는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보존하고 권장해서 지금도 맥이 잘 유지되고 있어. 유지뿐인가 세계무대에 내놓을 만한 문화산업으로까지 부흥시켰지. 그런데 우리나라는
관심을 갖지 않아.”


국극쇠퇴
원인 제공자?


작년까지도 김씨는 혜화동 ‘학전’에서 한달간 혼자 ‘춘향전’을 공연하는 등 꾸준히 국극 살리기 운동을 펼쳐왔다. 그녀가 그토록 열심인 것은
국극 역사의 산증인이라는 사명도 있지만, 국극쇠퇴의 원인 제공자 중에 한 명이라는 죄책감도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모의 권유로 국극에 처음 발을 들였지. 너무나 가난했던 시절이라 배우가 되면 배는 곯지 않겠더라고. 얼마 안 있자
6·25전쟁이 터졌는데 인민군에게 끌려다니며 노래도 했어. 그러다 1952년 ‘공주궁의 비밀’로 데뷔했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엄청났지. 어린
여자애였으니까 얼마나 예뻐 보였겠어. 그러면서 동생 경수와 같이 연기를 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는데 1960년대 초반 결혼하면서 그만 뒀지.
아마 경수와 내가 계속 했더라면 이렇게 까지는 안됐을 텐데….”

이모이자 국극 1세대인 고 임춘앵 씨의 끼가 그들에게도 흐르고 있었는지 김진진 씨와 김경수 씨는 1950년대 최고 인기스타였다. 그러나
한창 잘 나가던 그들이 갑자기 은퇴하자 뒤를 이을만한 스타가 없었고, 자연 관객들은 하나둘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게 됐다. 때마침 영화가
점점대중화되면서 국극은 더욱 관심 밖으로 사라졌다.

“1960년대가 지나면서 점점 잊혀져 가는 게 가슴 아팠지만 그 당시엔 다시 무대에 서야겠다는 엄두가 나지 않았어. 여자는 결혼하면 가정을
절대 우선시해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러다 자식들을 다 키우고 나서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살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지. 전보다 더
열심히 노력했어.”


50년
한결같은 ‘지독한 팬’


1987년 국립극장에서 임춘앵 추모공연 ‘무영탑’을 올리면서 김씨는 재기했다. 그리고 사비를 들여가며 매년 공연을 벌였다.

“4막7장의 2시간30분짜리 공연을 올리려면 5억 정도가 들어. 그런데 후원해주는 데가 있어야 말이지. 그나마 가장 많이 받았을 때가 1억5,000만원
받았고, 나머지는 사비로 했어. 이제는 사실 그럴 여력이 없네. 아직까지 공연 때마다 꾸준히 찾아주는 팬들이 있어 용기를 잃지 않지만 혼자
힘으로는 부족해. 문화관광부에 청원서를 낼 계획도 갖고있어.”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지만 그래도 김씨가 이 험난한 길을 갈 수 있는 건 팬들 덕분이다. 1950년대부터 지금까지 열성적으로 응원하는 팬클럽
회원이 20명이나 있기 때문이다. 고작 20명이 아니라 ‘20명씩이나’다. 반세기를 끊임없이 한 배우를 좋아한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인가.

“팬들 중에 정말로 ‘지독한 팬‘이 있어. 내가 했던 모든 공연 제목과 그때 입었던 의상까지 줄줄 외우고 있지. 탤런트 이정섭 알지? 그이야.
1998년에 그가 연출해 ‘진진의 사랑’이라는 국극도 했어. 지금은 아예 남동생 같은 느낌으로 가족처럼 지내.”

‘진진의 사랑’은 김씨의 자전적 이야기다. 그녀의 인생을 그리고 있지만 그것은 한 여인의 일대기이자 한국 여성국극의 역사다. 그리고 그것은
과거를 총망라함으로써 새 시대를 여는 ‘세대교체’의 의미도 담고 있다.

“배우려고 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 감사해. 이제 내가 마지막 할 일은 그들을 가르치고 후원해주는 일일 거야.”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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