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3.20 (금)

  • 맑음동두천 12.1℃
  • 맑음강릉 15.9℃
  • 맑음서울 11.7℃
  • 맑음대전 12.0℃
  • 맑음대구 15.1℃
  • 맑음울산 15.1℃
  • 맑음광주 13.7℃
  • 맑음부산 15.7℃
  • 맑음고창 12.0℃
  • 구름많음제주 13.3℃
  • 맑음강화 10.5℃
  • 맑음보은 12.2℃
  • 맑음금산 12.5℃
  • 맑음강진군 14.4℃
  • 맑음경주시 15.2℃
  • 맑음거제 15.0℃
기상청 제공

문화

책냄새 사람냄새 가득한, 그곳에 가고싶다

URL복사
<%@LANGUAGE="JAVASCRIPT" CODEPAGE="949"%>


무제 문서





 


책냄새 사람냄새 가득한, 그곳에 가고싶다



추억과 인정이 숨쉬는 용산역 헌책방 ‘뿌리서점’




산역
‘용사의 집’ 뒷골목. 사창가가 즐비한 역 앞이나 사람이 북적대는 전자상가와는 너무도 다른, 고독감마저 자아내는 한적한 길에 낡은 책들이
덩이째 묶여 거리에 나와있다. ‘책이 주인을 기다립니다!’라고 붓글씨체로 쓰여진 조그만 철제 간판이 입구임을 알리는, 그 밑으로 두 명이
지나가기엔 역부족인 좁다란 계단이 지하로 향해있다. 계단에늘어선 비디오테입이며 LP판, 헌책들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쾌쾌하지만 싫지 않은
책 곰팡내가 가장 먼저 맞이한다.


책과 함께 하는 좋은 친구들

손님이 오자 반갑게 인사하며 음료수를 따라주는, 인상 좋은 중년의 남성이 이곳 헌책방 ‘뿌리서점’의 주인인 듯 했다. 도수가 높아보이는
두꺼운 안경이 자꾸만 코끝으로 흘러내려 고개를 약간 뒤로 젖히며 시선을 두는 주인 김재욱(59) 씨. 분주하게 책정리를 하면서도 행여나
손님이 불편한 일은 없는지 자주 두리번댄다. 단골인 듯 친근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머리가 희끗한 남성이 김씨 옆으로 다가가 찾는 책이 있는지
물어본다. 김씨가 얼른 찾아서 전해주자 손님은 복권에 당첨된 양 유쾌한 웃음을 짓는다. “오늘은 운수가 좋네”하며 감격하는 손님은 손용해
씨다. 1주일에 두세 번 이곳에 들른다는 그는 방금 손에 전해진 책을 봉투에 담는다. 김씨가 가격을 책정하자 두말 없이 이내 돈을 치른다.
싸게 달라는 말도 없다. 어련히 알아서 해줬겠냐는 믿음 때문이다.

“처음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주인양반이 좋아 계속 와요. 다른 데보다 책도 많고요. 얼마 전에는 절판돼서 구하기 힘든 김영상의 ‘서울 600년’을
사는 재수도 있었죠. 그래도 뭐니뭐니 해도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이 집의 최고 매력이에요.”

자주 들르다보니 그때마다 보게되는 얼굴이 있고, 그러다 친분이 쌓여 이제는 ‘책사모’라는 모임을 결성해 한달에 한번 정기적으로 토론도 하고,
희로애락도 나눈다는 손씨는 다양한 군상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을 가장 큰 기쁨으로 꼽았다.

“정도 나누고 지식도 쌓고, 헌책방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이죠.”


인연이 꿈틀대는 곳

헌책방이
주는 즐거움 중 또 하나는 새책방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인연’의 소중함이다. 무엇을 살지 미리 정한 뒤 살 것만 사고 가는 것이 아니라
헌책방을 찾는 많은 손님들은 우선은 와서 쭉 둘러보다 맘에 드는 걸 구입한다. 찬찬히 어떤 책들이 있는지 훑어보다 보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책들이 눈에 띈다. 그간 소원했던 인연이 다시 연결되는 것이다. 때로는 바라던 책이 눈앞에 있는데도 그냥 지나쳐 인연이 빗겨가기도 하지만,
간혹 다른 손님이 찾아주기도 하고, 계산하는 것을 기다리다 우연히 발견하기도 한다.

“보고싶다고 생각했는데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책들을 여기서 다시 만날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어, 이 책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죠.
연락이 끊겼던 친구를 만난 기분같아요. 가격도 싸니까 부담도 적어 냉큼 구입하죠.”

소설책이 쌓여있는 책장을 가만히 둘러보던 한 중년 남자 손님의 말이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인연’은 다만 책과의 만남만 의미하지 않는다.

“몇 해 전 전자상가에 왔다 길을 잘 못 들어 우연히 이곳을 알게됐죠. 그 이후론 집이 수원인데도 다른 서점엔 안 가고 여기만 와요.”


배려와 이해를 배우다

저녁 무렵이 되자 손님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남학생이 주인을 찾았다. 안면이 있는 양 익숙한 인사를 주고받더니 그
학생이 가방을 열었다. 컴퓨터 관련 책을 팔러온 것이다. 전화번호부만큼 두꺼운 책 4권이 책상 위에 올려졌다. “이런 전문서적은 우리집보다
청계천 6가를 가야 제값을 받아. 우리는 많이 못 쳐줘”하면서 김씨가 미안한 듯 말을 꺼냈다. 그래도 괜찮다는 듯 학생이 책을 밀었고,
가격은 만원으로 정해졌다. 너무 헐값이 아닌가하는 의심도 들었지만 작년 것도 구닥다리 취급받는 컴퓨터 관련 서적이라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사실 그 책은 2000년에 출판된 거라 김씨는 못 팔 걸 예상하면서도 자주 오는 손님 것이니 사들인 거였다.

김씨가 방금 구입한 책을 가격매기는 동안 단골손님들간의 대화가 들려왔다. 천상병 시인의 부인 이름이 궁금해진 모양이었다. ‘목순옥’이라는
해답을 찾는 동안 또 다른 단골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하며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낭송했다. 그렇다고 어느 손님 하나 조용히 하라며 인상을 찌푸리는 이없다. 모두 웃으며 그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 듯 했다.


“모든 책에는 나름의 가치가 있다”

한 쪽 구석에는 6년 단골손님
이 열(63) 씨가 LP판을 고르고 있었다.

“요즘 노래는 통 느낌이 안 와. 젊었을 때 듣던 노래가 지금 들어도 좋지. 주로 올드 팝을 사가는데 가끔 사장이 공짜로 주기도 해. 꼭
그래서 그런 건 아니지만 주인양반, 사람 참 좋아.”

턴테이블로 듣는 음악이 좋다며 이씨가 앨범을 사가고 난 뒤 ‘선택’을 미처 받지 못한 LP판들 사이로 ‘잊혀진 계절’이 수록된 이 용의
1집 앨범이 눈에 들어왔다. 커다랗게 인쇄된 이 용의 젊은 시절 얼굴이 시간의 흐름을 말해주는 듯 했다.

책방 한가득 들어찬 책들도 세월을 상기시키긴 마찬가지였다. 누렇게 변색된 책들이며,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베스트 셀러들이 과거를 속삭였다.
또, 곳곳에 발견되는 낙서나 ‘20번 째 생일을 축하하며’ 등의 메모가잔잔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헌책방에는 정이 꿈틀댄다. 한때 사랑 받았던 책도 있고, 태어나 지금까지 사랑 받지 못한 책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 책들은 이곳으로 오는
순간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 ‘추억’이라는 표장지가 덧입혀진 채….

“누군가는 쉽게 책을 버리지만 나는 한권한권이 모두 아깝고 소중해요. 그래서 30년동안 이 일을 해오고 있는 지도 모르죠. 모든 책에는
그 나름의 가치가 충분히 담겨져 있어요.” (02-797-4459)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CJ프레시웨이 '푸드 솔루션 페어 2026' 개최..."O2O 기반 식자재 유통 혁신 모델 제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CJ프레시웨는 B2B(기업간거래) 식음산업 박람회인 '푸드 솔루션 페어 2026'을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성황리에 진행됐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O2O 기반 식자재 유통 모델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CJ프레시웨이는'푸드 솔루션 페어 2026'의 사전등록 관람객 수가 역대 최다 규모를 기록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솔루션 페어 2026'의 사전등록 관람객 수가 행사 일주일 전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약 120% 증가했고, 외식 프랜차이즈 관계자, 개인 사업자 등 산업 종사자 중심으로 신청이 크게 늘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번 푸드 솔루션 페어는 식자재 상품 전시와 플랫폼 서비스 체험, 푸드 비즈니스 솔루션 제안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외식·급식 사업자들은 현장에서 식자재 유통과 푸드서비스 산업의 최신 트렌드를 살펴보고,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 흐름을 체감했다. 특히 CJ프레시웨이가 지난달 지분 투자한 플랫폼 기업 ‘마켓보로’의 온라인 식자재 오픈마켓 ‘식봄’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식자재 유통 혁신 모델을 선보이며 큰 관심을 모았다. 식봄은 외식 사업

정치

더보기
김정철 개혁신당 최고위원, 서울특별시장 출마 선언...“기성 정치인들과 연계된 사업 전수조사”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개혁신당 김정철 최고위원이 서울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김정철 최고위원은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짧지 않은 고민 끝에 저는 서울특별시장 선거에 출마한다. 청산, 심판, 적폐, 종식. 화려한 말들로 장식된 서울의 정치 속에서 정작 시민의 삶은 단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며 “서울은 여전히 청년이 떠나고 삶을 지탱하기 힘들며 가난한 사람이 꿈꾸기 어려운 도시다. 정치는 요란했지만 시민의 삶은 바뀌지 않았다. 김정철이 바꿔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은 다시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낼 저력이 있는 도시다. 제가 그 기적을 다시 시작하겠다. 서울을 다시 성장의 도시로 만들겠다. 적극적인 규제 혁파를 통해 뉴딜 수준의 산업 유치와 개발을 시작하겠다”며 “그동안 산업 성장의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서울특별시)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은 각각 '바이오 연구 및 교육특구', 'K-Culture 관광특구', '시니어 헬스케어특구'로 탈바꿈시켜 서울 북동부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정철 최고위원은 “중랑천은 수변 감성의 거점으로 개발하겠다. 성수동에서 (경기도) 의정부(시) 경계까지 자전거와 러닝 전용 하이웨이

경제

더보기
이재명 대통령 “경제 전시 상황이라는 자세 가져라...단 한 방울의 석유라도 더 확보하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현재 중동 상황에 대해 ‘경제 전시 상황’이라는 자세를 갖고 단 한 방울의 석유라도 더 확보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개최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중동 전황의 불투명성이 확대되면서 원유와 일부 핵심 원자재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수급 관리 대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지금은 단 한 방울의 석유라도 더 확보하고, 안정적인 공급선을 개척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런 시기에 비서실장께서 UAE(United Arab Emirates,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해 원유 2400만 배럴을 확보하고 우리나라에 원유를 최우선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이끌어 낸 것은 매우 큰 성과다”라며 “전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청와대와 모든 정부 부처는 '경제 전시 상황'이라는 점을 엄중한 자세로 가져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대해선 “민생 전반에 대해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사실상 ‘전쟁 추경'이라고 할 이번 추경도 민생 경제의 충격을 덜고 경기 회복의 동력을 계속 살려 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편성해야 될 것이다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도한 듯한 제작 연출은 ‘과유불급’이었다
최근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방영된 트롯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4’가 큰 인기를 끌며 많은 화제를 낳았다. 매회 참가자들의 뛰어난 노래 실력과 화려한 무대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고, 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 속에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경연 프로그램의 연출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장면도 적지 않았다. 특히 한 여성 참가자의 이야기는 방송 내내 시청자들의 감정을 강하게 자극했다. 그는 결승 무대에서 탑5를 가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2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최종 국민투표에서 압도적인 득표를 얻어 순위를 뒤집고 결국 ‘진’의 자리에 올랐다. 실력 있는 가수가 정상에 오른 것은 분명 당연한 결과였고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을 지켜본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평가도 나왔다. 우승 자체보다 방송이 보여준 연출 방식이 과연 적절했느냐는 문제 제기였다. 이 참가자는 이미 예선전부터 뛰어난 가창력과 안정된 무대매너로 주목을 받아왔다. 예선 1회전에서 ‘진’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됐고, 무대마다 탄탄한 실력을 보여주며 심사위원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그는 10년 차 가수였지만 그동안 큰 기회를 얻지 못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