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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 절규 “WTO가 농민 다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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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 절규 “WTO가 농민 다 죽인다”



故 이경해 씨 노무현 대통령에게 3분 분량 육성 테잎 남겨






“하
느님
아버지, 하느님 아버지를 위해서 저의 목숨을 필요하시면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가져가시면서 조그마한 우리 한국의 농업과 농민과 농촌을 위해서
저의 몸 하나 바칠 수 있다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당신의 뜻대로 하여주옵소서…”


멕시코 칸쿤에서 故 이경해 씨가 남긴 육성 유언의 일부분이다. 그의 기도문처럼 그는 개방물결에 쓰러져가는
한국농업과 시름에 잠긴 농민과 피폐해만가는 농촌을 위해 몸을 바쳤다.

육신을 던져 밀려오는 개방물결을 막아선 고인의 비보는 한국은 물론 전세계인의 가슴에 경종을 울렸다. 또한 이번 사건에 대해 우발적 사고로
바라보던 국민들은 그가 죽음을 준비해 왔음을 증명해주는 육성 테이프와 수첩 등이 전해지자 더욱 안타까워 했다.


농업사랑의 시작과 시련, 농민운동가로의 변신

이경해 씨는 전주농고와 서울농업대(현 서울시립대)를 졸업한 뒤 1974년 부인과 함께 고향인 장수로 내려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농사
짓기를 반대했던 그의 부모도 흙에 희망을 건 아들의 의지를 꺽지 못했다.

그는 농사를 시작하며, 부인에게 15년 계획을 들려줬다고 한다. 그것은 “15년만 땅에 몸을 바치면 서울의 중산층처럼은 살 수 있다”는
농부의 꿈이자 희망이었다.

우루과이라운드(UR)의 실체가 차츰 농민들에게 알려지게 된 1980년대 후반, 소 값과 우유값 파동으로 시련을 겪은 이경해 씨는 비로소
농업문제에 눈을 뜬다. 1980년대 초 전국농어민후계자로 선정된 이후 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의 전신인 전국농어민후계자회를 발족시킨 주역이며,
1989년과 1990년 대표에 연거푸 당선됐다.

이후 그는 장수지역에서 1,2,3대 도의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1993년 교통사고로 숨진 부인과 사별한 뒤 세 딸과 함께 살아왔다.


이 회장, 노 대통령에게 육성 편지 남겨

한편, 이 회장은 자결하기 전날 밤 칸쿤의 숙소에서 나와 인근 바닷가에서 4시간동안 이미 공개된 육성 기도 외에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고언(苦言), 세 딸 등 가족들에게 남긴 유언을 소형 녹음기에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고 이 회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남긴 육성 편지는 약 3분 정도의 것으로 한국 농업을 회생시킬 방안과 대통령이 농업 회생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당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관계자는 전했다.

전농연 서정의 회장은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테잎에 담겨져 있는 내용을 들었지만 지금 알려줄 수는 없고, 유가족이 대통령을 만나 테잎을
전달한 이후에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개방
무대책 정부와 언론이 이씨 죽음으로 내몰았다”


딸의 결혼식을 눈앞에 둔 이경해 씨는 딸의 결혼식보다도 한국 농업의 몰락을 더욱 마음 아파했다. 9월9일 멕시코 칸쿤에서 농민 대표들의
요구로 정부측 협상단 대표인 허상만 농림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이씨는 협상단의 전략을 물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전략은 없다”였다.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기환 정책위원장은 “일본의 경우 자국의 입장을 관철시킬 방안으로 많은 자료들을 준비해 외신기자들에게
알리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우리 협상단의 경우 A4용지 2장이 전부였다”고 지적했다.

이씨 사건직후 인터넷 기자협회는 논평을 통해 “농민운동가 이경해씨의 죽음은 단순한 ‘농민자살’이 아니라 WTO체제를 자본과 권력의 입장에서
불가피성만을 강변해온 한국 정부와 언론이 그 주범이라며 정부의 농정실패와 함께 한국 언론의 보도태도를 비판했다.

인터넷기자협회는 논평에서 이경해씨가 지난 1990년 GATT체제에 항거해 할복을 시도한 바 있고 지난 2월에도 스위스에서 한 달간이나 항의농성을
했으나 언론이 크게 주목하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그가 WTO 세계화 체제에 죽음으로 항거하기 전까지 행동을 보면, 그의 이번 WTO 반대
할복 항거가 우발적이거나 충동적인 행위가 아니라, 목숨을 바치면서라도 한국농업과 세계의 영세농민과 노동자, 민중을 지키기 위한 의로운 항거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여년 간의 30여 차례 단식투쟁과 할복 기도 등을 통해 그가 주장해 왔던 것은 단 하나 ‘농업 개방에 대한 정부의 실질적 대책
마련’이었다.













한농연 김대욱 부회장 인터뷰



“자결 전날 새벽 소형 녹음기에 육성유언 남겨”



이경해 씨와 함께 멕시코 칸쿤에서 WTO 반대 투쟁을 벌였던 김대욱 한농연 대외협력 부회장으로부터 이씨의 할복 자결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는 이경해 씨를 “농업과 농촌을 사랑하는 가슴이 큰 사람이었고,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그는 또 이씨가 자결하기 전인 9일 새벽 소형녹음기에 육성 유언을 남겼다고 전했다. 이 육성 유언은 영결식장에서 공개된
기도문 이외에도 노무현 대통령에게 남긴 고언과 가족들에게 남긴 유언 등이 담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이씨의 자결을 예상하지 못했나?

전혀 그럴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막상 일이 터지고 보니 몇 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 전날 저녁 선배님하고 대화를 하면서
내가 이제 손주도 생기고, 곧 딸 결혼식도 있으니까 가족들에게 신경 좀 쓰시라고 했다. 그랬더니 ‘나는 못했으니까 너라도 잘해라’라고
말씀하셨다. 또 그날 밤 말 없이 11시에 나가서 새벽 3시에 들어왔다. 당시에는 몰랐고 다음날 알았는데, 인근 바닷가에서 유언을
녹음하고 들어온 것 같다. 돌아가시고 난 이후에 유품을 챙기는 과정에서 유언이 담긴 소형 녹음기와 수첩을 발견했다.


육성으로 남긴 유언내용은 무엇인가?

영결식 과정에서 공개됐던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가 꽤 길었고, 다음으로 대통령에게 보내는 진언, 딸들에게 우애하며 살라는 당부,
동생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씀 그리고 평소 친분이 있었던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에게 9월 28일로 예정됐던 결혼식의 주례와 앞으로
딸들을 부탁한다는 말씀 등 총 6가지에 걸쳐 녹음 된 것으로 안다.


노대통령에게 남긴 내용은 무엇인가?

20여 년 동안 농민운동을 하면서 느꼈던 한국농업의 현실과 문제점, 해결 방안, 당부 등에 대해 진언을 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것은 유족들이 대통령께 직접 전달할 것이다.


성격은 어떤 분이셨나?

성격은 온화하지만 고집이 센 분이셨다. 한번 하려고 맘먹은 일은 무슨 일이 있어서 해내는 성격이었다. 일 할 때는 항상 후배들에게
모범이었다. 존경도 많이 받았다.


이씨 자결 직후 그곳에 모인 다른 나라 농민들의 반응은
어땠는가?


미국이나 EU쪽만 빼고, 농민단체가 구성된 73개국이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농민들이
모두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모였다. 선배님의 죽음에 대해 모두들 안타까워하고, 침통해했다.


추모사업 등 향후 계획은?

선배님의 죽음은 한국농업과 농민뿐만 아니라 세계 농업과 농민들을 일깨워준 계기가 된 것이기 때문에 그 정신을 받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빠르면 11월1일 추모사업회가 결성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11월19일로 예정된 농민대회를 대규모로 조직해 우리의
뜻이 관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






이범수 기자 skipio@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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