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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장인을 찾아서(30) - 니트의 상식을 파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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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의 상식을 파괴한다



국내 유일 편물분야 전과정 마스터, 명장 김기선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옷은 일단 입을 수 있어야 합니다. 실용성과 현실성을 도외시한 채 삶과 괴리된 의상은 예술이라는 이름 하에 눈속임하는
것이죠.”

지난해 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편물 명장으로 선정된 김기선(53 여) 씨. 니트 분야 최고의 명예를 부여받은 그녀는 “옷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지론을 폈다. 예술작품 이전에 실생활에 활용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입을 수 있어야 진정한 옷

“소품이 아기자기해 보는 재미는 있지만 옷을 만들 때가 훨씬 보람돼요. 제가 만든 옷을 누가 입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정말 뿌듯한 일이죠.
또, 스웨터는 유행을 안타 대물림해 입는 경우가 많잖아요? 오랫동안 누군가에게 사랑받는다는 것, 그리고 애용된다는 것, 그것이 옷의 진정한
기능이죠.”

김씨는 편물분야 세 번째 명장이다. 하지만 그 전 명장들과 그리고 보통 편물분야 종사자들과 크게 다른 점이 있다. 수편물 제작은 물론이고,
기계로 만들어내는 공정관리 전 분야에 능통하다는 점이다. 이처럼 이론과 기술이 모두 갖춰져 있기 때문에 쓰일 데도 많고 부르는 데도 많다.
현재는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도 문화센터에서 핸드니트를 강의했고, 한양여자대학 컴퓨터니트섬유과 겸임교수직을 맡았다. 또한
한국과 일본, 중국 등지 의류회사에서 생산공정 관리와 현지인 교육을 담당하기도 했다.

“샘플 없이 수업하는 선생이었죠. 작품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하는 거라고 피상적으로 가르치는 게 아닌 처음 구상단계부터 마무리까지 전과정을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나갔어요.”

보통, 니트하면 모나 울로 뜨개질한 것을 떠올린다. 그러나 무엇으로 어떻게 만들었건 구불구불한 짜임, 즉 루프로 조직된 것은 모두 니트다.
신축성과 보온성이 좋아 특히 가을, 겨울에 애용되지만 근래에는 소재 다양화로 스포츠웨어나 여름옷에도 이용된다.

작품을 탄생시키려면 우선 테마를 정해 어떤 작품을 만들 것인지 구상한다. 디자인이 끝나면 그것을 모눈종이에 옮기는데 한칸한칸마다 어떤 색으로,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 것인지 꼼꼼히 색칠하고 메모한다. “설계도에 해당하는 이 과정이 끝나면 작업의 반이 끝난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가장
수고스런 단계다. 그런 후 설계도에 따라 실을 짜면 작품이 완성된다.


일본
보그사 수료, 최우수상 수상


김씨가 편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순전히 어머니 때문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가내에서 손뜨개로 소품을 제작해 물건을 팔기도 하고, 동네 아낙네들에게
가르치기도 했다. 자연스레 김씨도 어린 시절부터 보고배운 것이 손뜨개였다.

“특별히 어머니에게 교육받진 않았지만 보다보면 는다고 자연스레 익히게 됐죠. 중고등학생 때 벌써 뜨개질로 돈을 벌 정도였어요.”

숙명여자대학교 가정관리학과에 입학했으나 집안형편이 어려워 2학년 때 중퇴를 한 김씨는 그 후 본격적으로 편물에 입문했다. 워낙 재능이 있었던
터라 맘먹고 덤벼드니 얼마 안 있어 한국기능올림픽대회 수편물 부문에서 금메달을 수상하고, 국가기술자격 편물기능사 1급을 취득할 수 있었다.
26세 때는 동부 이촌동에 ‘고려편물’이라는 매장도 열었다.

“어느 날 저녁, 마감을 하고 돈을 세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과연 내가 이 돈을 받을 만큼 능력이 되는가하는…. 그래서 일을
그만두고 더 배우기 위해 떠났죠.”

김씨의 적극적 후원자였던 그녀의 어머니가 일본 보그사 교장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입학허가를 받았고, 김씨는 1982년 일본으로 건너가 한국유학생으로는
유일하게 편물지도자 양성과정을 수료했다. 졸업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보그사에서 “진탕 고생했던 기억뿐이 안 날 정도”로 아침8시에서 오후5시까지
수업받고, 이후 시간에는 과제에 허덕였다. 주말엔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유행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백화점과 시장을 다리 아플 정도로 돌아다녔다.
“힘든 만큼 니트의 기본을 정말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는 그녀는 마침내 자신의 재능을 알릴 기회를 잡았다. 바로 졸업작품전. 김씨는 3cm너비의
색색이 끈을 만들어 그것을 엮어 옷을 만들었다. 옷 만드는 일반적 방법에서 벗어난, 고정관념을 파괴한 작품이었다. “아무도 생각지 못한
발상이라고 극찬 받았다”며 당시를 회상한 그녀는 “칭찬에 매우 인색하다는 보그출판사장도 참 좋다며 격려해줬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녀는
졸업과 동시에 일본 보그사 편물지도자 양성교 최우수상 및 기계편물학과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독특한 색채배합 특징

국내로 돌아온 김씨는 패션쇼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감히 시도하지 않았던 색과 무늬를 니트에 활용, 색상이 매우 특이하다는 평을 받았는데
제일모직 패션쇼에서 선보인 농악대 춤사위 무늬는 그 중 특히 주목받았다. 홍대 미대생에게 농악대 춤사위 그림을 부탁해 그것을 바탕으로 12벌의
옷을 제작했다. 그림을 무늬로 옮긴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의심했던 관중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단연 그녀의 의상은 화제가 됐다.

이후, 김씨는 일본 오사카 소재 소에이와 주식회사 킴스, 야시마 등의 회사에 근무하면서 대량생산공정을 배웠고, 2000년에는 중국 상하이에
진출한 우리나라 우창복식 공장장을 맡아 현지인을 지도하기도 했다. “기획, 관리가 더 적성에 맞는 듯 하다”는 김씨는 “니트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해야할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의복에 대한 관심은 증대되고 있지만 아직 한국의 니트 산업은
경쟁력이 부족하고, 소재와 디자인에 있어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그녀가 후배양성에 관심 쏟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산업현장에 필요한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에요. 교육시스템도 정착되지 않았고요. 그나마 니트 커리큘럼이 있는 학교는 우리나라가
유일하기 때문에 발전 잠재력이 크다고 할 수 있죠.”

니트는 다른 의상에 비해 분업화가 쉽지 않아 전과정을 꿰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디자이너는 현재 김씨가 국내 유일하다. 한 분야만
마스터한다는 것도 어려운데 전부를 안다는 것은 시간과 노력을 몇 배로 요구해 중간에 포기하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그동안 숨가쁘게 살아온 것 같아 이젠 좀 쉴까했는데 그러지 못하게 생겼네요. 명장으로 선정됐다는 거 처음엔 기쁘기만 했는데 점점 책임감이
밀려와요. 제 지식과 기술을 후학양성에 힘쓰고 사회에 환원해야 진정한 명장이겠죠?”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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