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12.21 (일)

  • 맑음동두천 -2.5℃
  • 구름조금강릉 2.8℃
  • 구름조금서울 -2.2℃
  • 구름조금대전 1.1℃
  • 흐림대구 1.9℃
  • 흐림울산 3.3℃
  • 구름많음광주 2.2℃
  • 흐림부산 5.3℃
  • 흐림고창 1.2℃
  • 흐림제주 7.5℃
  • 구름조금강화 -2.2℃
  • 구름많음보은 0.1℃
  • 구름많음금산 0.3℃
  • 흐림강진군 2.8℃
  • 흐림경주시 2.3℃
  • 흐림거제 5.7℃
기상청 제공

사회

성희롱에 시달리는 텔레마케터

URL복사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콜센터 텔레마케터. 이들은 성희롱의 표적이 되는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고된 감정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여성과 비정규직이라는 우리 사회 소수자의 굴레를 한꺼번에 지고 있는 셈이다.
전화 끊지도 못하고 보호 조치도 없어
“전화 와 가지고 밤에 특히나 밤 시간대에 그냥 호흡만. 호흡소리만 들린다던지, 좀 그렇게 이상하게 전화를 들어오는 고객들이 있었어요. 얼마 안 된 상담원들은 울고, 끊고 나면 가슴이 막 뛰고 그렇잖아요. 끊지도 못하겠고, 끊는 게 안 되니까 인바운드는, 내가 끊지도 못하겠고 끊고 나면은 감정이 추슬러지지가 않는 거예요.”
“속옷방송을 하거나 그러면 너의 가슴은 크냐 너는 무슨 컵을 하냐 이렇게 물어보는 경우도 있고요... 처음부터 이상한 신음소리 내고 끊는 사람도 있고... 은근슬쩍 내 여자친구한테 속옷 선물 하는 건데 그런 식으로 질문하면서 약간 성적인 그런 것들을 건드시는 분들도 계시고, 막 세세하게 물어봐요. 민망할 정도로.”
국가인권위원회가 텔레마케터들의 인권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들은 고백이다. 조사 대상 텔레마케터의 36.7%가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의 고충은 사회적으로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는 실정. 회사 측에서 실시하고 있는 성희롱 예방 조치는 절반의 기업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콜센터는 고객 응대 매뉴얼을 갖춰놓고 고객의 질문에 맞춰 매뉴얼화된 응답을 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데, 성희롱에 대한 응대 매뉴얼은 90%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정한 노동 시장
우리나라는 텔레마케터라는 직업이 여성 비정규직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하고 있다. 콜센터 텔레마케터 중 여성의 비중이 약 89.2%, 비정규직 비중은 약 66.1%로, 이는 OECD 17개 국가 평균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다. 반면 전체 콜센터 상담원의 월평균 임금(상여금 포함, 세금 공제 전)은 134.2만원으로 전산업 평균의 70%에 불과했으며, 근속기간은 전산업 평균의 1/3에 불과한 3.1년으로 나타나는 등 불안정한 노동시장 특성을 보인다.
성희롱 뿐만 아니라 폭력적인 언행에 대해서도 텔레마케터들은 고스란히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 입장이다. 고객에 심한 폭언을 했을 경우 전화를 끊을 수 있는지 한 텔레마케터에게 물어보았다. 텔레마케터는 “그게 지금으로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내가 전화를 끊으면 아무리 고객이 잘못이라도 상담원이 전화를 끊었을 경우에는 민원소지가 있다. 다시 말해 끊으면 안 된다”고 답했다. 고객이 끊기 전엔 끊으면 안 된다는 것이 텔레마케터들이 받은 교육인 것이다.
이처럼 텔레마케터들이 감정노동을 기계처럼 지속하게끔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 또한 노동 인권 차원에서 논란의 소지가 크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관리자로부터 일상적인 전자감시를 받고 있는데, 그 유형으로는 통화 대기 휴식 여부, 하루 누적 통화 수 및 통화 시간, 통화당 소요 시간 등에 대해 컴퓨터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거나,고객과의 통화내용을 녹취하거나 녹취된 통화기록을 청취해 상담원에 대한 평가자료 등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통화 중 실시간 감청을 하는 형태다. 특히, 상담원들이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체크해 성과에 반영하고 있는 점과 상담원 및 고객 동의 없이 통화내용을 녹취 청취하고 있는 부분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텔레마케터들은 감청에 대해 “굉장히 불안하다” “로봇이 된 기분이다”며 고달픔을 호소했다.
화장실 자주 간다 물도 못 먹게 하기도
사정이 이렇다보니 업무에 관계된 질병을 앓는 경우도 많다. 실태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93.2%가 콜센터 업무 수행과 관련하여 질병을 앓고 있다고 답했다. 유형은 호흡기질환(54%), 두통(44%), 시력약화(37%), 귓병(33%), 근육통(32%) 순이었다. 업무상 직업병의 원인으로는 고객 응대 스트레스(66%), 상품판매 등 실적평가(38%), 불편한 작업 자세(26%), 휴식시간 부족(25%), 관리자 감시에 대한 예민함(18%) 순으로 답했다.
기업은 감정적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 조차 하지 않고 있어 더 큰 문제를 드러냈다. 특히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정규직에 대해서 이 같은 보호와 배려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근무지내 별도의 휴식공간이 없거나 있다고 해도 휴게 공간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쉴 때 팀장 허락을 받아야 하거나, 점심시간 등 기본적인 휴식시간 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휴게실이 있다고 해도 그림의 떡인 상황이었다.
한 콜센터 텔레마케터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휴게실 개념이 아니라 우리 회사 같은 경우도 신입사원들 교육실. 거기서 점심식사하고 휴게공간이라고 해도 점심시간에 편안히 쉴 수도 없다. 편한 의자 하나 없고 책상 하나에 냉장고, 전자렌지 이런 것만 있고 거기서 보통 밥만 먹고 쉬지는 않는다. 거의 앉아서 쉰다. 그냥 자기자리에 앉아서”라며 한숨쉬었다. 심지어 “물도 많이 못 먹어요. 화장실을 잘 못 가니까. 어떤 때는 화장실 자꾸 가니까 물도 못 먹게 한다”고 토로하는 텔레마케터도 있었다.
콜센터 텔레마케터의 인권과 관련해 최근 열린 토론회에서 인권 및 노동 관련 전문가는 “콜센터 여성비정규직 노동조건 개선하기 위해 노동표준, 건강과 안전에 관한 기준 마련을 만들어야 한다”며 해결 정책들이 조속히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감정노동에 대응한 매뉴얼을 구축하고 고충처리 상담원 고정배치를 의무화 하는 등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특히 고객에 의한 성희롱에 적극적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사용자 예방 의무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비만학회·한국릴리 미디어 세션...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적극적인 치료를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견이 나왔다. 17일 대한비만학회와 한국릴리가 17일 비만과 2형 당뇨병을 사회적 건강 과제로 규정하고, 치료 중심의 관리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릴리와 대한비만학회는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사회적 건강 과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비만·2형당뇨병 관리 방안 모색'을 주제로 미디어 세션을 공동 개최했다. 이번 세션은 국내 비만·당뇨병 치료 환경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인크레틴 기반 주사 치료제를 포함한 최신 치료 옵션이 적절히 활용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논의하고 미충족 수요를 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제2형 당뇨병 및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등 여러 비만치료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대한비만학회 총무이사인 이재혁 명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왜 비만 치료가 중요한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대한비만학회의 노력'을 주제로 학회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비만은 단순한 체중증가 상태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지만, 여전히 법정비급여 질환

정치

더보기
대법원 예규 제정에도 여야 내란전담재판부 정면충돌...“연내 설치법 처리”vs“명분 없다...중단하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지만 여야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법률안의 국회 통과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법률안을 올해 안에 국회에서 통과시킬 것임을 밝힌 반면 국민의힘은 이제 명분이 없음을 강조하며 관련 법률안의 국회 통과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20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해 “계엄군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위대한 국민은 내란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신속하고 엄정한 내란재판과 내란청산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명령을 받들겠다. 신속한 내란 종식과 제2의 지귀연 같은 재판부 원천 차단을 위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반드시 연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조희대 사법부는 12·3 내란 이후 1년이 넘도록 국민적 요구이자 시대적 책무인 내란청산을 외면해 왔다. 지귀연 재판부의 노골적인 늑장 재판을 방치한 결과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바닥까지 추락했다”며 “예규 하나로 내란재판 지연과 사법불신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 원내대변인은 “사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국회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통과시

경제

더보기

사회

더보기
대법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특별법 계획대로 추진”vs“위헌 법률 만들 이유 사라져”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대법원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예규를 제정한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임을 밝혔고 국민의힘은 내란전담재판부 특별법 제정 추진 중단을 촉구했다. 대법원은 18일 보도자료를 발표해 “2025년 12월 18일 개최된 대법관 행정회의에서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 제108조는 “대법원은 법률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규율과 사무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정할 예규의 주요 내용은 형법상 내란의 죄와 외환의 죄, 군형법상 반란의 죄에 대한 사건의 국가적 중요성, 신속 처리 필요성을 감안해 대상사건만을 전담해 집중적으로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이다. 현행 형법 제87조(내란)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처벌한다. 1. 우두머리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 2. 모의에 참여하거나 지휘하거나 그 밖의 중요

문화

더보기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 연극 ‘동물원 이야기’ 공연
[시사뉴스 정춘옥 기자]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 ‘동물원 이야기(The Zoo Story)’가 12월 20일(토) 오후 2시 밀양아리나 꿈꾸는 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이번 공연은 밀양시가 주최하고 대경대학교 공연예술ICC가 주관하며, 극단 가변과 극단 예빛나래가 공동 제작했다. 작품은 뉴욕 센트럴파크의 한 벤치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인물 제리와 페트라(원작의 피터를 여성으로 트랜스한 설정)의 대화를 통해 현대 사회의 고립과 소통의 부재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심리극이다. 사회의 주변인에 가까운 제리와 평범한 중산층 페트라의 만남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관계의 의미를 드러내며, 예상치 못한 결말로 관객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이번 무대는 ‘1960년대 초연 이후 지금 시대에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에드워드 올비의 대표작을 새롭게 해석한 공연’을 표방하며, 도시의 소음 속에서 점점 고립돼 가는 현대인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작품은 단 두 명의 인물과 최소한의 공간만으로도 강렬한 긴장과 몰입을 만들어 내며, 관객에게 나와 타인 간의 거리와 소통의 의미를 되묻는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이자 연출을 맡은 배우진은 “‘동물원 이야기’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유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