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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성희롱에 시달리는 텔레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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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비정규직 노동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콜센터 텔레마케터. 이들은 성희롱의 표적이 되는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고된 감정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여성과 비정규직이라는 우리 사회 소수자의 굴레를 한꺼번에 지고 있는 셈이다.
전화 끊지도 못하고 보호 조치도 없어
“전화 와 가지고 밤에 특히나 밤 시간대에 그냥 호흡만. 호흡소리만 들린다던지, 좀 그렇게 이상하게 전화를 들어오는 고객들이 있었어요. 얼마 안 된 상담원들은 울고, 끊고 나면 가슴이 막 뛰고 그렇잖아요. 끊지도 못하겠고, 끊는 게 안 되니까 인바운드는, 내가 끊지도 못하겠고 끊고 나면은 감정이 추슬러지지가 않는 거예요.”
“속옷방송을 하거나 그러면 너의 가슴은 크냐 너는 무슨 컵을 하냐 이렇게 물어보는 경우도 있고요... 처음부터 이상한 신음소리 내고 끊는 사람도 있고... 은근슬쩍 내 여자친구한테 속옷 선물 하는 건데 그런 식으로 질문하면서 약간 성적인 그런 것들을 건드시는 분들도 계시고, 막 세세하게 물어봐요. 민망할 정도로.”
국가인권위원회가 텔레마케터들의 인권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들은 고백이다. 조사 대상 텔레마케터의 36.7%가 성희롱을 경험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의 고충은 사회적으로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는 실정. 회사 측에서 실시하고 있는 성희롱 예방 조치는 절반의 기업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콜센터는 고객 응대 매뉴얼을 갖춰놓고 고객의 질문에 맞춰 매뉴얼화된 응답을 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데, 성희롱에 대한 응대 매뉴얼은 90%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정한 노동 시장
우리나라는 텔레마케터라는 직업이 여성 비정규직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하고 있다. 콜센터 텔레마케터 중 여성의 비중이 약 89.2%, 비정규직 비중은 약 66.1%로, 이는 OECD 17개 국가 평균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다. 반면 전체 콜센터 상담원의 월평균 임금(상여금 포함, 세금 공제 전)은 134.2만원으로 전산업 평균의 70%에 불과했으며, 근속기간은 전산업 평균의 1/3에 불과한 3.1년으로 나타나는 등 불안정한 노동시장 특성을 보인다.
성희롱 뿐만 아니라 폭력적인 언행에 대해서도 텔레마케터들은 고스란히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 입장이다. 고객에 심한 폭언을 했을 경우 전화를 끊을 수 있는지 한 텔레마케터에게 물어보았다. 텔레마케터는 “그게 지금으로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내가 전화를 끊으면 아무리 고객이 잘못이라도 상담원이 전화를 끊었을 경우에는 민원소지가 있다. 다시 말해 끊으면 안 된다”고 답했다. 고객이 끊기 전엔 끊으면 안 된다는 것이 텔레마케터들이 받은 교육인 것이다.
이처럼 텔레마케터들이 감정노동을 기계처럼 지속하게끔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 또한 노동 인권 차원에서 논란의 소지가 크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관리자로부터 일상적인 전자감시를 받고 있는데, 그 유형으로는 통화 대기 휴식 여부, 하루 누적 통화 수 및 통화 시간, 통화당 소요 시간 등에 대해 컴퓨터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거나,고객과의 통화내용을 녹취하거나 녹취된 통화기록을 청취해 상담원에 대한 평가자료 등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통화 중 실시간 감청을 하는 형태다. 특히, 상담원들이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체크해 성과에 반영하고 있는 점과 상담원 및 고객 동의 없이 통화내용을 녹취 청취하고 있는 부분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텔레마케터들은 감청에 대해 “굉장히 불안하다” “로봇이 된 기분이다”며 고달픔을 호소했다.
화장실 자주 간다 물도 못 먹게 하기도
사정이 이렇다보니 업무에 관계된 질병을 앓는 경우도 많다. 실태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93.2%가 콜센터 업무 수행과 관련하여 질병을 앓고 있다고 답했다. 유형은 호흡기질환(54%), 두통(44%), 시력약화(37%), 귓병(33%), 근육통(32%) 순이었다. 업무상 직업병의 원인으로는 고객 응대 스트레스(66%), 상품판매 등 실적평가(38%), 불편한 작업 자세(26%), 휴식시간 부족(25%), 관리자 감시에 대한 예민함(18%) 순으로 답했다.
기업은 감정적 노동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 조차 하지 않고 있어 더 큰 문제를 드러냈다. 특히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정규직에 대해서 이 같은 보호와 배려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근무지내 별도의 휴식공간이 없거나 있다고 해도 휴게 공간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쉴 때 팀장 허락을 받아야 하거나, 점심시간 등 기본적인 휴식시간 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휴게실이 있다고 해도 그림의 떡인 상황이었다.
한 콜센터 텔레마케터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휴게실 개념이 아니라 우리 회사 같은 경우도 신입사원들 교육실. 거기서 점심식사하고 휴게공간이라고 해도 점심시간에 편안히 쉴 수도 없다. 편한 의자 하나 없고 책상 하나에 냉장고, 전자렌지 이런 것만 있고 거기서 보통 밥만 먹고 쉬지는 않는다. 거의 앉아서 쉰다. 그냥 자기자리에 앉아서”라며 한숨쉬었다. 심지어 “물도 많이 못 먹어요. 화장실을 잘 못 가니까. 어떤 때는 화장실 자꾸 가니까 물도 못 먹게 한다”고 토로하는 텔레마케터도 있었다.
콜센터 텔레마케터의 인권과 관련해 최근 열린 토론회에서 인권 및 노동 관련 전문가는 “콜센터 여성비정규직 노동조건 개선하기 위해 노동표준, 건강과 안전에 관한 기준 마련을 만들어야 한다”며 해결 정책들이 조속히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감정노동에 대응한 매뉴얼을 구축하고 고충처리 상담원 고정배치를 의무화 하는 등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특히 고객에 의한 성희롱에 적극적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사용자 예방 의무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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