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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몸과 색으로 빚어내는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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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색으로 빚어내는 미학



원초적이면서 현대적인 종합예술, 바디페인팅의 세계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라는 공자의 말은 이미 유효기간이 지난지 오래다. 몸의 훼손이나 변형을 금기시하던 유교적 이념에서 벗어나,
현대인은 몸을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가장 적극적인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최근의 누드 열풍이나 성형의 대중화, 다이어트의 확산 등은
오늘날 몸의 개념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대변해준다.

하지만, 이 같은 가치관의 급변 속에서도 몸에 대한 마지막 금기 영역은 남아 있다. 피어싱, 문신, 바디페인팅 등이 그것. 미디어와 월드컵의
영향으로 거부감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이 ‘마지막 금기 영역’은 대중의 이해 저편에 존재하는 외곽 문화다.

그 중에서도 특히 바디페인팅은 오랫동안 편견과 오해로 얼룩진 예술 장르다. 저급문화로 취급받던 바디아트가 작품성을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부터. 바디페인팅과 퍼포먼스를 결합시킨 작업으로 ‘몸의 예술’에 대한 대중적 거리감을 좁혀나가고 있는 국내 유일의 바디페인팅
그룹 ‘단무’(www.danmoo.co.kr)를 통해 아름다운 바디아트의 세계를 만나 보았다.


페인팅이 전부 아니다… 음악, 소품, 안무까지 작품의 영역

바디페인팅은 원시시대부터 존재했다. 어떤 학자는 나약한 신체 조건을 극복하기 위한 일종의 보호색이라고 설명하고, 또 다른 학자는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장식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밖에도 주술적 의미의 부적, 세력을 뽐내기 위한 표시 등 바디아트의 기원에 대한 견해는 다양하다.
분명한 것은 바디페인팅이 물리적 심리적 생존 수단으로 시작돼 미적 본능의 표출 행위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물론 생존 수단과 예술적 작업의
구분은 애초에 없었을 수도 있다. 생존은 곧 아름다움이요, 아름다움은 곧 생존이 아니던가.

기원에서 엿볼 수 있듯 몸과 색, 그리고 율동이 기본 재료라는 점에서 바디페인팅은 지극히 원초적인 작업이다. 동시에 장르의 통합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현대적인 예술이기도 하다. 실제로 바디페인팅의 역사는 길면서 짧다. 순수한 바디페인팅의 기원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예술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디페인팅은 단순히 인체에 페인팅을 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작업의 시작은 이야기하고 싶은 컨셉을 찾는 것이다. 주제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어울리는 음악이나 동작을 선정, 구상한다. 페인팅 시안이 작성되면 본격적으로 소품을 제작하고 모델을 섭외하는
등의 세부적 작업에 들어간다. 모델에게는 애초부터 작품의 내용을 설명하고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대여해준다. 모델이 동작을 익히고 작품을
체화하는 동안 아티스트는 재료에서부터 무대장치까지 공연의 전과정을 준비한다.

따라서 바디페인팅의 재료는 넓게 생각한다면, 인체용 물감 외에도 온갖 공연 재료를 모두 포함시킬 수 있다. 단무의 고유진(26) 씨는 “락커에다
드릴까지 가지고 다니면서 소품 제작하고 무대 장치까지 손보느라 팔뚝에 근육이 올랐다”며 바디페인팅이 의외로 험한 작업임을 강조했다.

페인팅만 해도 디테일한 작품의 경우 5~8시간씩 소요된다. 여기에 공연을 구상하고 연출까지 맡아야 하기 때문에 작업의 방대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공연이 끝나면 모조리 지워진다는 것이 허무할 지경. 순간의 예술이라는 바디페인팅은 그 작업의 속성 자체가 철학적이다.






바디아트의 불모지를 개척해 나가다


한국은 바디페인팅의 불모지다. 단무의 단원들은 모두 메이크업이나 분장 전공자들인데, 바디페인팅만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은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도 힘든 것은 바디페인팅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이다. 단무의 이승주(31) 씨는 “우리가 작업한 바디페인팅 작품 보다 신의
창조물인 ‘바디’를 더 좋아들 하는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바디페인팅에 대한 예술적 시각보다 몸을 드러내는 단순 눈요기감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것. 때문에 모델 섭외가 힘들다. 단무의 박순미(31)
씨는 “바디페인팅 모델은 가만히 서서 작품이 완성되길 기다리는 수동적인 역할이 아니라, 메시지를 이해하고 퍼포먼스나 무용으로 표현하는 창작자에
가깝다”며 “하지만, 옷을 벗고 남 앞에 선다는 선입견이 강해 대체로 망설이거나 수동적인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러한 풍토 때문에 바디페인팅을 시도했다가 중도 포기하는 예술가가 한 두 명이 아니다. 바디페인팅 관련 공연이 일상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배고픔을
참아야 한다는 점도 전문 인력이 부족한 원인 중 하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티스트들은 왜 바디아트의 불모지를 어렵게 개척하고 있을까?

단무의 단원들은 “피부가 색을 먹으며 발하는 순간의 쾌감, 완성된 그림이 몸 위에서 움직이며 살아나는 순간의 희열은 경험하지 않고는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덧붙여 “그림과 몸, 동작이 만나 그 이상의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디페인팅의 결정적 매력”이라고 말했다. 바디페인팅의 이
같은 종합예술적 속성과 몸에 대한 새로운 문화적 분위기는 바디페인팅의 미래를 밝게 전망하게 한다. 단무의 아티스트들은 실제로 대중의 반응이
하루하루 달라지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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