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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이름, 미혼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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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미워도 다시 한번’에서의 미혼모와 최근 흥행에 성공한 ‘과속스캔들’의 미혼모는 참 많이도 변했다. 그만큼 미혼모에 대한 한국사회의 인식이 달라졌다는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혼모는 여전히 부정적으로 생각되며 침묵되는 존재다.
출산보다 많은 낙태
국내 미혼모의 출산은 연간 6천여명~1만3천여 건 내외로 추산되지만 미혼모에 대한 공론화를 꺼려왔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는다. 엄연히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미혼모인 셈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혜영 연구위원은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낙태에 대한 유혹은 물론 출산 후 자녀양육의 포기를 가져오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며, “그 결과, 한국은 낙태비합법화 국가이면서도 적게는 일 년에 35만 건에서 많게는 150만 건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는 연간 출산아 60~80만의 수와 크게 비교되는 수치임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소가 전국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한 미혼모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가장 특징적인 점은 한국인들은 대체로 미혼모의 내적인 자질이나 성적인 부도덕성보다는 이들의 판단력과 책임감의 부족을 문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대체로 응답자의 연령이 높고, 교육수준이 낮으며 미혼보다는 기혼의 집단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연령이 높을수록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의 정도가 증가하며, 특히 책임감의 부재와 판단력의 부족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안상수 연구위원은 “이 같은 판단부족이나 책임감의 부재를 지적하는 한국인의태도는 무엇보다 보수적인 성의식과 연관되어 있는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며, “조사에 의하면 결혼이 약속돼 있고 사랑이 전제된다면 혼전성관계는 가능하다할지라도, 임신과 출산은 결혼이후에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임신은 결혼의 전제조건
보통 차별하는 사람보다 차별받는 사람들이 느끼는 차별의 정도가 더 정확한 법이다. 그렇다면, 미혼모들은 스스로 얼마나 차별을 느낄까. 한국여성정책연구소는 소외 집단의 차별 체감 정도를 비교해 보았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사회에서 가장 많은 차별을 받는 집단은 동성애 집단으로 나타났으며, 다음으로는 미혼모, 외국인노동자, 미혼부, 장애인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일하게 제도적인 혼인관계에 있지 않은 상태에서 자녀를 갖게 된 미혼부는 미혼모에 비해 사회적 차별인식도 다소 낮게 나타났다. 또한 동성애와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차별정도는 남성에 비해 여성이 더 높게 나타났다.
미혼모나 미혼부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떤 대응을 보이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조사도 있었다. 본인의 성인가족이나 친지가 교제하던 남성과 헤어진 후 임신사실을 알게 된 경우를 가정해 이에 대한 생각을 물어본 것. 이 질문은 본인과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는 가족 및 친지성원의 경우를 가정해 보다 구체적인 대응책이나 의견을 물어봄으로써, 응답자의 미혼모에 대한 해결방안을 살펴보기 위함이다. 이에 대한 응답결과는 “아이를 위해 아이 아버지와 결혼하라고 조언 한다”(38.4%), “아이 아버지가 출산에 동의하고, 양육비 제공을 약속할 경우에만 출산하라고 조언 한다”(22.3%), “아이 아버지에게 알리지 말고 낙태하라고 조언 한다”(21.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김 연구원은 “이 결과는 현재 우리사회의 단면을 읽을 수 있는 매우 흥미 있는 결과다. 우선 헤어진 경우라도 뒤늦게 임신사실이 확인되면 아이 아버지와 결혼하라고 조언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이 나온 것은 여전히 우리사회에서는 임신이 결혼의 중요한 전제조건이 되는 결혼문화의 보수성과 전통성을 확인할 수 있는 측면이다”고 말했다.
이는 임신과 출산, 자녀양육이 우리 사회에서 는 결혼생활의 가장 중요한 토대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의견에 대해서는 남성 의 경우가(41.6%) 여성보다(35.1%) 훨씬 높게 나타나 남성들의 가부장적 결혼관에 대한 단 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연령별로도 젊은 세대보다는 높은 연령대에서 이러한 의견 에 대한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아들과 딸 입장 다르다
그렇다면 10대 혹은 20대 딸과 아들이 임신을 한다면 한국인은 어떤 태도를 보일까? 우선 딸의 경우에 대해서는 “남자친구의 부모와 상의한 후 낙태 시킨다”(36.6%)의 응답이 가장 많이 나왔고, 다음으로 “남자친구의 부모와 상의 없이 낙태 시킨다”(25.3%), “두 자녀를 결혼시켜 부모 밑에서 아이를 양육하도록 한다”(21.4%)의 순으로 나타났다. 아이를 양육하는 방안보다는 남자친구의 부모와 상의 혹은 상의 없이도 아이를 낙태시키는 것을 더 우선적인 방법으로 꼽고 있었다.
한편 10대 아들의 경우에 대해서는 “여자 친구의 부모와 상의한 후 낙태 시킨다”(45.1%)의응답이 가장 많이 나왔고, 다음으로 “두 자녀를 결혼시켜 부모 밑에서 아이를 양육하도록 한다”(23.4%), “여자 친구의 부모와 상의 없이 낙태 시킨다”(14.6%)의 순서로 나타났다. 10대 아들의 경우에는 낙태에 대한 의견이 과반수 정도나 나온 반면에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양육에 대한 응답비율도 23.4%나 나타나, 10대 딸의 경우와 비교해 볼 때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딸의 부모입장에서는 딸이 미혼모가 되기보다는 아예 임신사실을 무효화시키는 방안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반면에 아들의 부모입장에서는 양면적인 입장이 나타나고 있다. 한편으로는 임신사실을 무효화시키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자녀를 양육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열 명 가운데 두 명이 의견을 나타내고 있었다.
안 연구위원은“아들의 결혼 전 임신 및 출산에 대해서는 딸의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용적인 사회분위기와 이에 편승하는 개인적 가치, 그리고 아들의 자식이라는 혈연에 대한 집착 등이 그 바탕에 깔려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선진국에서도 가족 구조가 다양화되고 가구 형태 중에서도 한부모 가족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미혼모 가족 또는 한부모 가족이 다른 가구 형태에 비해 소득 주거 고용 보육 등에 대한 욕구가 크기 때문에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다양한 정책 프로그램을 마련해 제공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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