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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생명에 대한 애정으로 흙을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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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에 대한 애정으로 흙을 굽는다



황토도자기 발명, 다인(茶人)이자 도예명장 한완수 선생




“찻잔을
받침에 받쳐서 두 손으로 드리는 행위 하나에도 ‘받침’ ‘받치다’ ‘두 손’ ‘드리다’의 네 가지 예의가 담겨 있습니다. 차 한잔을 대접할
때도 상대방에 대한 존경과 겸손으로 행하는 것, 이것이 우리 민족의 정신이죠”

다도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며 몸소 그 예절을 보여준 한완수(60) 선생은 “어떤 일이든 일을 시작하기 앞서 정신을 가다듬어야 하는데 다도는
정신수양의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차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차가 좋아 차를 담는 그릇을 직접 만들게 됐고, 지금은 6명밖에 안 되는
도예명장의 한 명으로 자리매김한 한완수 선생. 그의 인생 그릇에는 그윽한 향기가 났다.


다도에서 겸손함을 배우다

한 선생은 차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강한 다인(茶人) 중에 다인이다. 현재 한국 다도대학원 교수와 진주 다향회 회장 등을 역임하고 있고,
지금까지 640여 곳을 다니며 다도예절을 가르쳤다. 또한 ‘차의 날(매년 5월25일)’을 만들고, 우리 땅에 최초로 차 씨를 들여온 김대염공
기념 비석을 쌍계사에 세우기도 했다.

“서로를 헐뜯고 상처 주는 데만 급급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차문화는 매우 필요합니다. 하나의 작은 이파리가 맛과 향을 우러내 사람의 몸
속에서 작용하기까지의 그 희생과, 차를 대접하고 마시면서 익히게 되는 겸손함을 배운다면 사회는 지금보다 더 따뜻해질 겁니다.”

불가에서는 자신을 닦고 알아가는 방법으로 참선, 묵선, 차선을 이야기한다. 기도를 통해 무념무상의 경지에 다다르는 것이 참선이요, 글씨(서예)를
쓰면서 정신통일을 하는 것이 묵선, 다도에 몰두하면서 온갖 만상을 잊고 경건함을 배우는 것이 차선이다.

“한자 ‘차(茶)’를 보면 우선 열 십(十)자 두 개가 있으니 20, 그 밑에 팔(八)과 십(十)이 있어 80, 마지막으로 팔(八)이 하나
더 있으니 8, 이를 전부 합치면 108이 나옵니다. 즉, 불교에서 말하는 백팔번뇌를 의미하는 것이지요. 차를 마시는 건 이 백팔번뇌를
모두 잊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을 의미합니다.”

40년 전, 우연히 선배가 준 차 한잔을 마신 후 차에 푹 빠져 인생 항로까지 바꿔버린 한 선생은 이제 차에 관한한 국내 일인자가 됐다.
그리고 지금은 다인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도예명장이라는 직함도 얻게 됐다. “차를 제대로 알기 위해 그것을 담는 그릇에도 관심 갖게 돼”
시작한 도공의 길, 그러나 그 길은 험난하기만 했다.











황토로 만든 주기세트(左)와 쌀 항아리(右). 황토
주병은 술맛을 부드럽게 하고, 항아리는 몇 년을 두어도 쌀에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


“잘났건 못났건 모두 내 자식”

솔직히 도자기의 ‘도’자도 모르던 그가 스승도 없이 도자기 만드는 법을 혼자 터득한다는 것은 차라리 하늘에서 별따기가 더 쉬운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수많은 도자기를 깨보며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고, 수백, 수천 번 물레 위에서 반복하면서 도공으로 재탄생했다. 결국
그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고, 각고의 고통을 통해 얻어진 작품들은 잘났건 못났건 모두 소중했다.

“맘에 들지 않는다고 깨뜨리는 걸 이해할 수 없어요. 내 자식이 기형아라고 내치는 것과 마찬가지죠. 작품이든 상품이든 팔 수가 없더라도
쓰일 수 있는 곳은 얼마든지 있어요.”

판매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절이나 고아원에 기탁한다는 그는 “누군가에게는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데 어찌 나만의 판단으로 내칠 수 있느냐”며
“쓰이기 위해, 쓰일 수 있기에 태어난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도자기를 하나의 생명처럼 여기는 마음이 있기에 그의 작품은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그가 경남공예품경진대회에 출전, 1996년부터 1999년까지 4차례 대상을 차지하고, 전국공예품경진대회에서도 특선을 수상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국내 최초 품질인증공예품

그는 특히 생활도자기에 관심을 쏟았다. “관상도자기는 주로 부유한 사람들만의 이권”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고, 즐거울 수 있는
소품을 만들 때가 더 행복하다”는 한 선생은 실용성 높은 그릇 만들기에 전력을 쏟았다.

“그릇을 가장 많이 접하는 이들이 주부입니다. 그런데 주부들의 최대 고민거리는 음식찌꺼기죠. 정성껏 만든 음식이 쉽게 상하지 않고 맛있는
상태에서 오래 보존할 수 있는 도자기를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황토도자기죠.”

황토가 몸에 좋다는 설은 많았지만 그것을 이용해 도자기를 만든 전례는 없었다. 한 선생은 여러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성분조사부터 시작,
다른 성분과의 조합을 통해 도자기 만드는 법을 실험했다. 그리고 오랜 시행착오 끝에 최초로 황토도자기를 발명했고, 국내 최초 품질인증공예품에
선정됐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도자기에 어떻게 품질인증을 해주냐며 막무가내로 거절하더군요. 그래도 6년간의 긴 공방 끝에 인증서를 얻어낼 수 있었던
건 이론으로 정립했다는 것과 과학적 검증을 통해 우수하다는 인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가 만들어낸 황토도자기는 예술성과 기능성, 그리고 생명이 담겨졌다.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악취를 제거하고 항균효과도 크다. 뜨거운 밥을
그릇에 담아놓으면 며칠동안 보온이 유지되고, 쌀을 담아놓으면 몇 년이 지나도 벌레가 생기지 않는다. 찻잔은 물을 담아놓으면 물을 흡수했다
다시 뿜어내는 과정을 반복한다. 도자기가 살아 숨쉬는 것이다. 그 우수성 때문에 황토도자기는 국내는 물론, 미국, 영국,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한 선생의 작품 '분청 장미문 주호'. 한 선생은 스승 없이 혼자 연구해 도자기 만드는 법을 터득했고,
지금은 6명 밖에 안되는 도예명장의 한명으로 자리매김했다.


도자기는 조상의 환생

“저는 제 일에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있습니다. 조금이나마 누군가에게 도움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신념 때문이죠. 또, 조상들을 도자기로
환생시키는 거룩한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도 강합니다.”

인간은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 따라서 흙에는 조상들의 숨결이 담겨있다. 한 선생은 조상의 살과 뼈, 혼이 담긴 그 ‘흙’으로 또 다른
생명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생명’. 한 선생이 다도를 통한 정신문화와 실생활에 유용한 도자기에 애착을 보이는 건 어쩌면 ‘생명’에 대한 사랑 때문인지 모른다. 아름답고
따뜻한 사회를 꿈꾸는 것도, 특정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한 도자기를 만드는 것도 모두 생명에 대한 애정에 기인하는 것이다.

“제가 갖고 있는 지식을 많은 이들에게 전해줄 겁니다. 서로 가진 것을 나누고 없는 것을 취해야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니까요.”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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