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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장인을 찾아서(33) - 가죽과 구슬의 행복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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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과 구슬의 행복한 만남



전통과 현대예술의 조화, 디지털시대 갖바치 최남선




모부터
범상치 않았다. 평균에도 훨씬 못 미치는 작은 키와 짧은 컷트머리, 사각 뿔테안경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조각천으로
얼기설기 대충 만든 듯한 옷과 덜렁덜렁 매달려있는 난생 처음 보는 가죽 귀걸이, 그리고 옷 색깔과 맞춘 듯한 화려한 구슬 목걸이였다. 젊은
세대가 그런 차림새로 번화가를 다닌다 해도 주목받을 터, 그녀의 나이는 올해 56세다. 남다른 개성으로 어디서든 톡톡 튀는 그녀의 이름은
최남선, 직업은 가죽 공예가이자 구슬 아티스트다.


스승
없이 독학한 피혁공예


2001년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서 ‘가죽옻칠함’으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유수 대회 수상경력이 화려한 그녀는 국내에 몇 안되는 전통 가죽공예가
중 한명이다. 숙명여대 생활미술학과를 졸업하고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아오다 둘째 아이가 세 살 되던 40세에 “이대로 늙을 순 없다”는 오기가
생겨 동대학원 공예과에 입학, 본격적인 갖바치의 길을 걸었다. “가족들은 물론 다들 독하다고 혀를 내돌렸을 정도”로 독기를 품고 다시 시작한
공부, 그러나 피혁공예를 가르쳐줄 스승이 없어 어려움은 이만저만 아니었다.

“어느 날 서랍을 정리하다 오래된 통가죽 가방을 발견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옛스러움이 멋지더라고요. 그때부터
가죽제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전통가죽공예작품에 대한 논문이나 자료가 없어 고생은 많았지만, 단절된 맥을 잇는다는 마음에 보람도 컸습니다,”

그녀는 골동품상에서 구입한 실물을 놓고 하나하나 따라 만들면서 기본을 익혔다. 옻독이 올라 얼굴이 띵띵 부어 눈이 5mm도 안 떠진 적도
있고, 하도 긁어 팔에서 피와 진물이 줄줄 흐른 적도 있다. 두꺼운 가죽을 겹쳐 꿰맬 때는 바늘에 수천 번 찔려 손에 피멍이 들고 절로
눈물이 나왔다. 이렇게 만들기를 수개월, 하루 세 시간 이상 자지 않고 만들어야 겨우 한 작품이 완성됐다.

“때론 너무 힘들어 ‘내가 이 고생을 왜 사서하나’하고 생각할 때도 있었죠. 그런데 그때마다 ‘전생에 죄가 많아 그 죄를 갚는 거다. 참아라’하며
스스로 위안했어요. 그렇게 만든 작품인데 수억을 준다해도 절대 팔 수 없죠.”











인디언에게 기법 전수

‘전통을 이어가되 현대성을 가미해 전승한다’는 것이 그녀의 모토. 전통은 유물을 복원하는 것에 그치지만 전승은 작가에 의해 재창조된다.
그래서 그녀는 가죽공예품의 한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 응용했다. 장식품은 물론, 귀걸이, 목걸이 등 장신구에 접목시키기도 하고, 전등
같은 생활소품에 활용하기도 했다.

그리고 더 많은 연구를 위해 그녀는 1998년 미국 뉴욕 월가에 자리한 인디언박물관을 방문했다. 아름답고 다양한 공예품들이 눈앞에 펼쳐졌고,
구슬로 장식한 작품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황홀했다. 그곳에서 받은 충격과 감동으로 그녀는 그 길로 2년을 꼬박 미국에 머물렀다.

“가죽에 구슬을 장식하니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인디언아트를 배우게됐죠. 그런데 제가 배운 건 단순한 기법만이 아니라 더불어
인디언들의 소박한 마음과 무욕의 삶이었어요.”

소유의 개념이 없는 인디언들과 지내면서 그녀는 작품에 대한 열정이 더욱 커졌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닌 그저
이 일이 자신의 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목적은 없다. 내 길이니까 가는 것이다.


보석보다
더욱 빛나는 아름다움


인디언아트를 하면서 그녀는 구슬의 아름다움에 푹 빠졌고, 현대 비드아트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저렴한 재료인데도 어떻게 엮느냐에 따라 보석보다
더 빛나고 화려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설명한 그녀는 욕심이 많아 나라마다 제 각기 다른 기법들을 전부 섭렵했다.

그리고 돌아온 한국. 단순한 패턴의 크리스탈 장신구만이 알려져있던 시기라 그녀의 구슬작품들은 당연히 센세이션을 일으키기 충분했고, 올해
9월 모교 대학원에 우리나라 최초로 비드공예학과가 생기면서 객원교수로 초빙됐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창출한다는 경제원리에 적합해서인지 관심들이 매우 높아요. 멀리 부산에서도 오고, 열의들이 대단하죠. 본의
아니게 당분간은 구슬공예에 치중해야할 것 같습니다.”

배우고 싶어하는 이들을 외면할 수 없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가죽공예는 당분간 쉬고있다는 그녀는 가장 하고 싶은 작업이 한국의 전통가죽공예에
구슬을 접목시켜 새로운 ‘전통’을 탄생시키는 일이다.

“지금은 과도기지만 얼마 안 있어 전통과 현대가 제대로 합치된 창조적인 공예품을 만들거에요. 단순한 접목이 아닌 전혀 색다른 장르의 탄생이죠.”


안지연 기자 moon@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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