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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서로의 아침을 ‘콜∼’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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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아침을 ‘콜∼’ 해줘요



자명종이 들리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동호회 ‘그린모닝콜’


최근 아침에 일찍 일어나 남보다 이른 하루를 시작한다는 자기계발 지침 ‘아침형 인간’이 열풍이다. 꼭 ‘아침형 라이프 스타일’을 실천하겠다는
야심이 아니라도 이달부터 아침 운동을 하겠다고 헬스클럽에 신청하거나, 외국어 마스터를 꿈꾸며 새벽 타임 학원에 등록하는 직장인이 많을
것이다. 바야흐로 새해가 아닌가. 하지만, 해마다 그렇듯 작심삼일로 그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 하다못해 ‘지각하지 말아야지’
하는 결심을 지키기 어려울 만큼 아침에 일어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아침잠 많아 고민인 사람들에게 명쾌한 해답이 있다. 동호회 ‘그린모닝콜’(home.freechal.com/
greenmorningcall)이 그것이다.









지난해 여름 MT. '그린모닝콜'은 친목을 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오프라인 활동이 활발하다.

활동량 따라 ‘아침지기’
선발


‘그린모닝콜’은 이름 그대로 모닝콜 동호회다. 업체의 상업적 모닝콜과는 달리 ‘그린모닝콜’은 인간애를 바탕으로 주고받는 품앗이 형태라는
것이 매력. 학교의 비상연락망처럼 10분 간격으로 순번을 정해서 깨워주는 주는 것이 규칙이다. 자신의 뒷사람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
끊어지지 않도록 건너뛰어 다음 사람을 깨워줘야 한다. 앞사람이 전화를 해주지 않을 경우, ‘역콜’이라고 해서 거꾸로 깨우기도 한다.
이외에도 중요한 일이 있어 평소와 다른 시간에 일어나야 하는 경우에는 게시판을 통해 도움을 청할 수 있다.









운영자 서희진 씨. 소수정예의 철저하고 까다로운 관리가 운영 지침이다.

모닝콜에 참여하는 회원을 ‘아침지기’라고 하는데, 이 ‘아침지기’는 매월 활동량에 따라 일정인원을 선발하고 스케줄과 팀을 짜서 모닝콜에
참여하게 된다. 철저한 책임감이 필요하기 때문에 활동이 없는 회원들은 매월 정리대상이 되는 등 관리가 까다롭다.



운영자 서희진(31 여 회사원) 씨는 “가입만 하면 바로 모닝콜을 해주는 곳인 줄 알고 게시판에 ‘몇 시에 깨워주세요’라는 글만 남기고
‘잠수’ 탔다가 몇 주 후에 나타나 ‘왜 안 깨워주냐’고 투덜거리는 사람이 종종 있어 당황스럽다”며, “모닝콜이라는 매개를 통해 만나는
친목 동호회인 만큼 돈독한 인간적 교류가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얼굴도 모르고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서로 깨워주는건 사실 너무 재미없지 않냐”는 것이 서씨의 지론. 따라서 ‘그린모닝콜’은
오프라인 활동을 중요시한다. 매월 4째주 토요일에 정기모임이 있고, 그 외에 각종 번개모임이나 소모임, MT 등 풍부한 행사를 갖고
있다. 서씨는 “부담스러운 모닝콜이 아닌, 친구를 깨워주듯 하는 모닝콜이기 때문에 조금 더 쉽고 즐겁게 아침을 시작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기모임에 참석한 회원들이 포즈를 취했다. 정기모임은 매월 4째주 토요일에
열린다.

“밤에 술도 늦게까지 안 마셔요”

‘그린모닝콜’ 덕분에 생활이 바뀌었다는 회원들을 만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서씨는 “누군가가 나의 아침을 챙겨준다는 것, 그리고 내가
누군가의 활기찬 아침을 책임진다는 것은 상당한 매력”이라고 말했다. 누군가를 깨워줘야 한다는 의무감은 단순히 받기만 하는 모닝콜보다
효과적인 것은 물론이다. 모닝콜을 받고 다음 사람에게 모닝콜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침대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다가 다음 상대를 깨웠을
때 회원들은 뿌듯함을 느낀다고 한다.



극심한 야행성에 불면증 기운도 있었던 서씨는 모닝콜을 시작한 이후로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 숙면을 취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한다. 서씨의
하루가 달라진 건 당연한 수순. 대부분 회원들도 밤늦게 술 마시는 일이 줄었다고 말한다. 아침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책임이 주어지니 자기통제에
대한 동기부여가 된 것이다.



‘그린모닝콜’은 2000년 인터넷 메일매거진을 통한 회원 모집으로 시작한 동호회다. 수백통의 신청서 가운데 12명이 선정돼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다. 인원수가 많으면 모닝콜이 제대로 실행되도록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수로 시작했다. 지금도 ‘그린모닝콜’은 소수정예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현재 회원수는 97명. 물론 주요 활동 회원은 이보다 적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것은 남녀노소 구분이 없지 않나”는 서씨의 말처럼
연령이나 직업군은 다양하다. 대부분 회사나 학교 등이 거의 같은 시간에 시작하는 만큼, 모닝콜이 필요한 시간도 비슷하다. 그래서 스케줄
짜기가 가장 어렵다.



서씨는 요즘 유행하는 ‘아침형 인간’에 대해 “무턱대고 일찍 일어나는 것보다는 자기 생활 패턴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지금보다 딱 한 시간만 더 일찍 아침을 시작하면 여유로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






비몽사몽 모닝콜 에피소드


아침에 전화로 실컷 떠들었다가 저녁에는 서로 전화한 적도 받은 적도 없다고 투덜대는 황당한 상황을 ‘그린모닝콜' 회원들은
다반사로 경험한다. 동호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비몽사몽 잠결에 이루어지는 재미있는 모닝콜 에피소드들을 모아보았다.



- 모닝콜 첫날. 잔뜩 기대했는데 잠이 덜 깬 목소리에 헛소리만 해대고. 상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허스키에 서로 한참을 웃었다.


- 모닝콜까지는 좋았는데 모닝송은 좀 황당했던 때가 있었다.


- 나를 깨워줬던 남자가 밤 꼴딱 새고 사우나에서 야시시하게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고 콜해 줬던 일이 있다.



- B 그룹 아침 5시에 모닝콜 활동할 때, 다음 사람이 안 받더니 계속 그 다음 사람, 그 다음 사람까지 안 받아 5시 40분까지 이어졌다.
그 시간이 어찌나 길던지.


- 친구와 술을 많이 마시고, 친구 집에서 잠들어 보통 때보다 일찍 나왔다. 출근길 버스에서 갑자기 모닝콜 생각이 났다.
이미 40분이나 늦은 상황에서 정신없이 모닝콜을 했다. “저 모닝콜인데요.” 옆 좌석 사람들이 웃었다.


- 아침에 모닝콜해서 15분 가량 신나게 떠들고 웃었는데 오후에 전화 와서 “왜 안 깨웠냐”고 할 때. 참으로 황당하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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