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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여왕벌 박근혜에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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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한나라당 내 잠룡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포착되고 있는 가운데 왕의 남자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박근혜 전 대표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당초 10월 재보선에서 은평을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 전 최고위원의 경우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가 의원직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마땅한 복귀루트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보선을 통해 원내에 입성하지 않을 경우 이 전 최고위원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대표 최고위원 등을 맡아 당권을 장악하거나 청와대 및 정부에 입각해 이명박 대통령을 보좌하며 실세권력을 틀어쥐는 방법이다.
어떠한 방법을 택하든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는 최근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2선 후퇴로 사분오열 되고 있는 친이명박계의 구심점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2기 주류세력의 결집을 꾀할 수 있는 반면 친박근혜계와의 뿌리깊은 계파갈등을 더욱 고착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쇄신작업을 둘러싸고 주장되고 있는 조기전당대회 개최론과 청와대 및 내각의 인적쇄신, 정무장관 신설론 등은 모두가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를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시각이 흐른다.
한발더 나아가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7인의 쇄신파, 함께내일로, 쇄신강경파들의 쇄신요구 분출은 결국 당 쇄신과 등돌린 민심을 다잡기 위한 것이 아닌 차기 권력을 향한 줄서기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고 있다.
특히 친박계 의원들이 박희태 대표를 향한 쇄신강경파의 퇴진 요구를 몸으로 막고 나선 것은 박 대표의 빈자리를 이 전 최고위원 등 ‘친 이재오계’가 차지하고 신흥 주류세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경칩 맞은 이재오
대동강 물은 풀렸다.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뒤 도미해 절치부심해 왔던 이 전 최고위원에게 있어 지금은 경칩과도 같은 절기이다. 정두언, 정태근, 김용태 의원이 주도한 7인의 쇄신파가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부의장을 겨냥했고 이 전 부의장이 2선 후퇴를 선언하면서 친이계가 마땅한 구심점을 찾지 못해 사분오열 되고 있는 지금 ‘이재오 역할론’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오 역할론의 대두는 이 전 부의장의 2선 후퇴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동안 MB친위부대로 자타가 공인한 7인의 쇄신파가 이를 주도한 것부터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쇄신파는 최근 국정난맥상의 배후에 이 전 부의장이 있다고 보고 2선 후퇴를 주장한 반면 이 전 부의장과 당내 일각은 “증거도 없이 당내 분란만 가중시킨다”며 쇄신파를 겨냥하며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쇄신파는 만사형통(萬事兄通, 모든 일이 형님을 통하면 해결된다)는 신조어를 낳을만큼 이 전 부의장이 이명박정부의 인사를 비롯한 국정전반에 개입하면서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보고 2선 후퇴를 요구했다. 쇄신파는 또 이 전 부의장의 보좌관 출신인 청와대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이 사퇴한 것은 사태의 근원을 도려낸 것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즉 박 비서관을 내세워 ‘고소영’ ‘강부자’ 인사파문의 원인을 제공한 이 전 부의장이 책임져야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2선 후퇴를 주장한 배경에는 역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복귀 루트 확보라는 계산이 깔려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함께 내일로 소속 재선급 의원들이 사실상 이 전 부의장의 퇴진요구에 앞장섰고 MB친위부대가 이에 동참하고 나선 것은 향후 여권의 권력구도에서 이 전 최고위원이 중심에 서리라는 기대 때문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이 전 최고위원도 ‘조기복귀설’을 둘러싼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3월 말 귀국 이후 여의도와는 선을 긋고 있다고 하지만 함께 내일로 및 친이재오계의 움직임 등으로 인해 쇄신 돌풍의 막후에 이 전 최고위원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당 쇄신특위와 별도로 기자회견을 통해 지도부 동반 사퇴와 조기 전대를 요구한 초·재선 의원들도 친이재오계로 분류되는 ‘함께내일로’ 소속 의원들이었고 공성진 최고위원도 연일 ‘조기 전대론’을 주창하고 있다.
쇄신의 총대를 메고 있는 원희룡 쇄신특위 위원장이나 남경필 의원들도 친이재오계와는 전략적 제휴가 가능한 위치에 있다. 이들은 이미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 요구를 함께했던 ‘전력’도 있다.
이런 구조 때문에 쇄신을 통해 이 전 최고위원이 ‘형님’의 빈자리를 메우며 구원투수겸 2인자의 역할에 복귀할 것이란 관측이 고착화되는 이유다.
이 전 최고위원의 역할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는 다른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 쇄신파의 쇄신요구에 ‘근원적 처방’이라는 해답을 내리면서 시간적 여유를 벌었고 박희태 대표 또한 “긴세월은 필요치 않을 것”이라며 ‘대화합’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출국하기 전 ‘근원적 처방’을 언급했으나 “국면전환용 개각은 없다”는 의지를 다시한번 확인했다. 즉 인적쇄신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은 흔들림 없는 국정운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과 맥을 같이하고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뒷받침할 당의 수뇌부로 박희태 대표 이후 이 전 최고위원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도 이재오 역할론이 힘을 받고 있는 이유중 하나다.
이동관 대변인도 “변화와 변혁을 이야기할 때 제일 쉬운 것이 사람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그것을 넘는 고민을 하고 있고 그것이 그때 말한 근원적 처방이다”며 “제도적으로 무엇을 바꾸는 게 아니라 중장기적인 화두인 것으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보폭 넓히는 이재오
귀국 후 사실상 지역구에서 약수터에나 다니던 것으로 알려졌던 이 전 최고위원은 최근 중앙대학교 객원 교수로 출강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보폭이 눈에 띄게 커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이 복귀를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그는 특히 현재 정국 현안과 관련해 자신의 생각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어 이같은 예측을 뒷받침하게 하고 있다. 그는 지난 18일 각계에서 잇따르고 있는 시국선언에 대해 “세계의 변화 속에서 대한민국은 이제 우리끼리의 싸움과 투쟁, 아옹다옹하는 것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한 호텔에서 열린 중앙대 행정대학원 고위정책과정 종강 기념 특강에서 이같이 말한 뒤 “죽창을 들고 나오고 이런 것은…지금 우리가 민주주의 아니냐”고도 했다.
그는 “우리가 대통령을 투표로 뽑았지 쿠데타를 해서 뽑았느냐”고 반문한 뒤 “민주주의는 선출 과정의 도덕성·정통성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은) 국민에 의해 뽑혔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주의를 성숙, 발전시키는 게 필요하다. 지금까지 투쟁을 통한 민주주의 건설에 바쳤던 제 삶을 앞으로는 조국의 꿈과 나라의 미래를 건설하는데 바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서울광장을 찾았다. 22년전 자신이 독재정권 타도와 민주화를 외치며 뛰어다녔던 곳이다. 6·10항쟁을 기념해 열린 범국민대회를 지켜본 이 전 의원은 이날 밤 자신의 팬클럽 홈페이지에 시 한편을 남겼다.
‘오늘 서울광장, 바람이 분다 / 민주주의 성숙을 알리는 바람이였음 좋겠다. 분노와 저주는 끝내자 / 거짓과 왜곡도 끝내자’라고 시작되는 시는 ‘아픔과 그리움과 함께 민주주의는 성숙한다 / 이제 서울광장에는 거짓과 허위의 깃발을 내리고, 민주주의 성숙의 깃발을 올리자’는 시구로 맺었다.
22년전을 떠올리게 하는 수만명의 인파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는 장면을 지켜본 이 전 최고위원의 복잡한 심경과 바람이 엿보인다.
그는 앞서 이날 새벽 지역구 지지자 30여명과 함께 태백산을 올랐다. 이 전 최고위원은 정상 천제단에서 “정상에 오르면 다른 사람을 위해 내려가야 하며, 권력도 마찬가지”란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최고위원은 태백시 장성동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에서 2시간가량 지하 900m 깊이에 위치한 탄광 막장체험에 나서기도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3월말 10개월간의 외유를 마치고 귀국한 뒤 중앙대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현역의원 시절처럼 매일아침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돌거나 목욕탕을 찾아 구민을 만난다. 여의도정치권에 대한 질문에는 손사래부터 치지만 측근의원들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현실정치 문제를 고심하고 향후 정치재개를 타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근혜vs이재오
이 전 최고위원의 복귀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차기 대권 구도는 박근혜 전 대표 대(對) 이 전 최고위원의 경쟁으로 고착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의 경우 실질적인 당권의 주인이라는데 이견이 없지만 지난달 원내대표 경선과정에서 친박근혜계의 결집력이 끈끈하지 않은 것이 확인된 만큼 최근 세 장악력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21일 실시된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 친이계 안상수, 김성조는 2차 결선 투표에서 출석의원 159명 중 95표를 획득해 62표를 얻는데 그친 친박계 황우여 의원과 최경환 의원을 물리쳤다.
이번 한나라당의 원내대표 경선 결과는 친이계 내부의 권력축이 이상득계에서 ‘이재오계’로 넘어가는 분수령이 됐다. 원내대표 경선 직전까지 황우여-최경환 조가 대세를 이뤘다. 이상득 전 부의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의중이 함께 실린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을 방문중이던 이 전 부의장이 경선 사흘전인 18일 귀국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이 전 최고위원측과 그의 지원을 받는 안 후보 측이 이 전 부의장에게 ‘이런 식으로 하면 퇴진운동을 벌이겠다’며 몰아붙였고 이에 이 전 부의장은 당초 황우여, 최경환 조를 밀라고 지시했던 친이계 의원들에게 ‘회군’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황우여, 최경환 조는 1차 투표에서 47표를 얻는데 그쳤고 이때부터 이 전 최고위원 세력이 이상득계를 밀어내고 당을 접수하는 듯한 현상이 나타났다.
원내대표 경선 결과 이후 단행된 당직인선은 이재오계의 득세를 말해주는 포인트다. 이 전 부의장은 당직개편 때 친박계 인사를 사무총장에 앉히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무총장에는 친이계 중에서도 이재오계로 꼽히는 장광근 의원이 발탁됐다. 또 김성조 의원이 정책위의장에 당선되면서 자리를 내놓은 여의도연구소장에도 이재오계의 핵심인 진수희 의원이 기용됐다. 이로써 이재오계는 원내사령탑, 당의 조직과 살림을 총괄하는 사무총장, 전략과 여론조사를 담당하는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장 등 핵심 보직을 꿰찼다.
물론 이 전 최고위원 측에선 ‘이재오 배후론’을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일축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원내대표 경선→조문 정국→당직개편을 거치면서 친이계 내부의 권력 축이 요동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특히 당내 쇄신특위와 소장파가 요구하는 인적 쇄신론과 맞물리면서 이재오계는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때문에 차기 권력구도는 유력주자인 박 전 대표와 신흥 주류로 당권을 장악해가고 있는 이 전 최고위원의 한판 대결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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