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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고통은 일상을 풍요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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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를 달리는 일은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었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한, 도저히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스스로의 다짐을 지키기 위해 떠난 고행의 길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그 광활한 공간 속에서 아무도 없이 혼자 달린다는 사실을 문득 깨달았을 때의 그 고적함이란. 그렇게 달리고 달리다 마침내 피니시 라인을 보았을 때 느꼈던 그 절정의 환희와 희열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리고 그런 기억은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작년 4월 제 18회 사하라 사막 마라톤을 완주한 안기형(41) 씨는 최근에 출간한 사하라 노정을 담은 책 ‘243km 사하라를 달린다’에 완주의 의미를 이렇게 적었다. 직장 생활 12년, 세 아이의 아버지,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한 남자가 사하라로 떠난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사하라 이후’ 그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사하라의 기억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고, ‘또 다른 사하라’를 꿈꾸기 시작한 안씨를 만났다.







"한 가지 목표를 향해 1년이라는 시간을 준비해 모든 것을 바쳤다. 나 자신이 대견하다." 안기형 씨는 사하라 마라톤 완주 이후 인생에서 또 다른 도전을 시도할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영원한 정신적 고향이 생기다

“별로 변한 것은 없다. 몸무게가 12kg 줄긴 했지만” 안씨는 가볍게 말했지만 사하라 마라톤 완주가 안씨의 삶에 굵은 자국을 남긴 것은 분명해 보였다. 가슴속에 ‘영원한 정신적 고향’을 안고 살게 된 사람에게 일상은 더 이상 지루한 권태가 아니었다. 7일간의 사투와 사막의 아름다움이라는, 자녀에게 들려줄 ‘특별한 화제’가 생긴 것도 행복했다. 안씨는 “얻은 것이 있다면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됐다는 것이다”며 웃는다.

사하라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무의미한 일상에 대한 회의감”에서 시작됐다. “나이 40이 넘어서니까 일상으로부터의 일탈 욕구가 밀려들었고 10년 전에 읽었던 사하라 마라톤에 대한 신문기사가 갑자기 머리를 스쳤다.”

그때부터 1년간의 준비 과정이 시작됐다. 바쁜 직장생활 중에도 시간을 쪼개 자료를 수집하고 강도 높은 운동으로 체력을 단련시켰다. 연습 중에 허리를 다치기도 했다. 처음부터 반대했던 아내는 더욱 만류했다. 하지만 그의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

서너 명의 직원에게 15일 동안 배낭여행을 보내주는 회사의 ‘배낭여행제도’ 덕분에 대회 참가비용 등 현실적 문제도 해결됐다. 회사동료인 박재성(43) 손승호(36) 씨가 안씨의 ‘꼬임’에 넘어가 ‘마이 웨이’라는 팀이 결성됐다.


“실전은 상상을 초월했다”
사하라 사막 마라톤 대회는 인간 한계를 시험하는 서바이벌 레이스로 악명이 높다. 세계 각국에서 참가한 선수들은 생존에 필요한 음식과 장비를 배낭에 매고 243km를 7일에 걸쳐 달린다. 날카로운 돌들이 흉기처럼 깔린 자갈밭, 사나운 모래폭풍, 작열하는 태양, 험준한 언덕, 독을 품은 전갈 등 각종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 죽음의 레이스다.

“힘들 것이라 예상했다.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하지만 실전은 상상을 훨씬 초월했다.” 안씨는 첫날부터 길을 잃어 헤맸고, 포기하고 싶다는 유혹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12kg의 배낭이 그렇게 무겁게 느낄 수가 없었다. 타는 듯한 갈증도 견디기 어려웠다. 이대로 쓰러지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힘든 것은 신발 틈 속으로 들어온 모래들이 신발을 가득 메우는 것이었다. “압박감과 무게감이 엄청났다. 모래들이 끊임없이 상처와 물집을 비벼대며 자극하는데 견디기 어려웠다.”

매일 저녁 피와 고름에 범벅이 된 양말을 약품을 뿌려 겨우 벗겨냈다. 발톱은 시커멓게 빠져나갔다. 배낭을 줄이기 위해 건조식품 위주로 식단을 짜서 음식에 대한 갈망도 컸다. 달리는 동안은 극한 상황이기 때문에 무아지경이 되지만 저녁에 텐트에 들어가면 가족이 애타게 그리웠다.













1. 사하라 사막을 달리는 안기형 씨. 신발 틈 사이로 들어오는 모래가 발의 상처를 집요하게 자극 하는 것이 가장 견디기 어려웠다고 한다.
2. 날카로운 자갈밭은 발이 푹푹 빠지는 뜨거운 모래 사장 이상으로 험난한 코스 표정이 지쳐 보인다.
3. 안기형 씨(오른쪽)는 약속대로 프랑스 선수 모하머드(가운데)의 손을 잡고 결승선을 통과 했다.
4. 모래언덕은 경사가 급해서 굴러떨어지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5. 메디컬 센터에서 발의 상처를 치료중이다. 안기형씨는 발톱이 죄다 빠지는 고통을 겪었다.
6. 아름다운 사막의 화석들.

아름다운 사막, 아름다운 일탈

“아픔도 습관이 되니 덜했다.” 안씨는 고통이 점차 둔화되는 경지를 느꼈다고 말했다. 더구나 사하라는 고통만큼 매혹적인 것도 많았다. “지형에 따라 다른 색을 내는 모래들, 황홀한 화석,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 사막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 658명의 세계 각국 참가자들과 나눈 인간적 유대 또한 사막만큼 아름다운 것이었다.

안씨는 아시아 선수 중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완주했다.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면서 묘한 기분이 교차했다고 안씨는 회고했다. “바로 이 순간을 위해 1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는데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었을까. 순간적 허탈감이 엄습했다. 동시에 열심히 준비하고 결과를 얻었다는 자체에 대한 기쁨 또한 말할 수 없이 컸다. 나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는 것이 안씨의 지론. “의욕만 앞서 준비가 안된 선수는 중간에 탈락하거나 비참하게 완주를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 이다.” 안씨는 “미흡한 준비는 대담하기보다는 무모함으로 생각된다”며, “과정을 즐겨라”고 말했다.

안씨는 오는 9월 브라질 정글마라톤이라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중이다. 사하라에서 사막과 싸웠다면 정글에서는 습도와 벌레와의 전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역대 한국인 참가자도 없고 정보도 별로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안씨는 “한번 하니 계속 하고 싶다”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일탈을 꿈꾸지만 용기가 없어 주저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씨의 조언 한 마디. “후회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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