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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장인을 찾아서 (39) - 수도자의 정신으로 한땀 한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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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하나 만드는데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정도 걸려요. 성격 급한 사람은 답답해서 완성하기 전 포기하는 경우가 많죠. 마음을 편히 갖고 천천히 수도하는 자세로 한땀 한땀 떠야 좋은 작품이 나와요.”

누비의 일종인 색실누비는 매우 정교하고 섬세한 기법으로 현재 김윤선(47) 씨가 유일한 계승자다. 너무나 더디고 고생스러워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 작업을 그녀는 마치 도를 닦는 수도자처럼 묵묵히 20년 넘게 해오고 있다.

 







20년 넘게 색실누비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김윤선 씨. 그녀는 "색실누비를 하면 잡념이 사라지고 정신 수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최고의 기쁨" 이라고 강조한다.

6개월에 한 작품, 기다림의 미덕

색실누비는 일반 누비와 용도와 방법이 사뭇 달라 방한복이나 침구류가 아닌, 쌈지 바늘꽂이 수저집 반짇고리 등 생활소품의 내구성을 높이는 데 이용된다. 또한 천 사이에 솜대신 1cm 너비로 자른 한지나 면 끈을 꼬아 만든 실을 넣고 골 간격이 2mm정도, 바늘땀이 1.5mm정도로 매우 촘촘히 박음질을 한다. 곡선이 많아 재봉틀로는 할 수가 없어 옷을 만들 때보다 더 많은 공력과 시간이 소요되고, 평균 7시간 씩 매일 작업해야 1년에 두 작품정도 만든다.

“한지를 꼬는 일부터가 색실누비의 시작이죠. 실을 꼬고 바느질을 하고…. 엄지와 검지 끝에 굳은살 배기는 것은 이제 이력이 났어요. 그래도 다 만들고 나면 그 뿌듯함 때문에 곧 바로 다른 작품을 시작하게 돼죠.”

김씨는 특히 약낭, 염낭, 쌈지 등 주머니류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데 누비의 ‘제 맛’인 볼륨감이 잘 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그녀가 색실누비를 시작하게 된 계기이기 때문이다.


바느질은 기본, 미적 감각 겸비

그녀는 대학에서 응용미술학을 전공, 파라핀 염색으로 대한민국 미술대전에 입선한 경력이 있는 미술학도였다. 그러다 결혼을 하면서 냄새가 심하고 미끄러워 더 이상 염색일을 하지 못하게 되자 대신 누비를 시작했다.

“할아버지의 유품이었던 담배쌈지를 늘 가지고 있었어요. 어느 날, 심심하기도 하고 손재주 썩히는 게 아깝기도 해서 그것을 따라 만들었죠.”

어릴 적 부친에게 대강 들었던 방식을 토대로 그녀는 첫 작품을 만들었고, 그 기쁨에 본격적으로 골동품을 수집, 박물관 유물 등을 참조하면서 다른 작품들을 제작했다. 색실누비가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방식일뿐더러 가르쳐 줄 스승이 없었기에 그녀는 모든 걸 알아서 해야했다.

우선 전통소품 재현에 치중했다. “새로운 것을 하기에 앞서 끊어진 맥을 잇자”는 생각으로 고문서를 뒤적이며 형태와 문양을 고안했고, 재료도 자연염색된 것만을 고집했다. 색깔 표현은 전적으로 그녀의 몫이었는데 일반 누비와 서양의 퀼트와는 달리 한가지 색이 아닌 다양한 색깔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느질만 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죠. 아름다움과 개성을 모두 갖춰야 하거든요. 그래서 단순한 물품이 아닌 작품으로 인정받는 것이기도 하고요.”












김씨의 첫 작품 담배쌈지.

약낭 염낭 귀주머니

명주와 오죽으로 만든 핸드백

용도, 소재의 현대화

그녀는 1998년 통인화랑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기존 누비작품과는 다른 새로운 것이었기에 많은 주목과 찬사를 받았다. “나이 드신 분들이 특히 좋아하셨어요. 한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된 기쁨이라고나 할까요? 많은 분들이 즐거워하니까 그동안의 고생이 사라지더라고요.”

이후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 누비전 등에 초대되면서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그녀의 작품은 더욱 유명해졌다. 실용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 심미성이 떨어지는 일본 것에 비해 그녀의 작품은 실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고 정갈했기 때문이다. 고작 주머니 하나에 그렇게 많은 정성을 쏟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말이다.

“솔직히 이렇게 만든 작품을 실제로 사용하려면 아까워서 못 써요. 실용화하려 했으면 문양도 직선으로 꾸며 재봉틀로도 가능하게 했겠죠. 하지만 그 전에 색실누비의 아름다움과 이런 것도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더 많은 관심이 모아질 테니까요.”

‘색실누비 살리기’에 목적을 둔 그녀는 옛것 재현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현대성을 가미한 새로운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핸드백인데 명주 천에 누비로 문양을 넣고 오죽, 즉 검은 대나무로 손잡이를 달았다.

“처음엔 문양만 변형하다 용도 자체도 현대적으로 시도했죠. 과거에 대한 향수만이 아닌 하나의 양식으로 계속 이용되길 바라니까요. 이제는 소재에 변화를 줄 생각입니다.”







떡살무늬와 경복궁
굴뚝 무늬를 응용한 문양.

퀼트강좌만 열리는 현실

그녀는 때가 잘 타지 않고 방수효과가 큰 옻이나 황 칠을 한 천을 이용, 작품을 만들 계획에 있다. 더불어 신소재를 개발해 작품의 폭도 넓힐 예정이다.

“주로 명주와 무명을 사용했는데 새로운 소재로 좀더 색다른 물건을 만들고 싶어요. 소재가 다양화되면 만들 수 있는 것도 많아지죠. 현대에도 두루 쓰일 수 있는 소품을 제작하고 싶어요.”

단순히 사라진 것의 복원에 머무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널리 보급되길 바라는 마음에 그녀는 색실누비를 대중화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런 그녀이기에 제자가 없다는 것은 가장 가슴 아픈 일이다. 결과물이 금새 생기는 것이 아니기에 조금 배우다 이내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색실누비를 하면 잡념이 사라지고 정신 수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최고 기쁨이죠. 그런데 아직 그 즐거움을 저만 알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워요.”

소원이 있다면 “문화센터나 역사박물관 등 일반인에게 누비를 가르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접하는 것”이라는 그녀는 퀼트 강좌만 열리고 있는 현실이 못내 안타깝다. 그러나 그 모든 탓을 자신에게 돌리며 “더 열심히 해야할텐데”하며 부끄러워했다.

“처음 만들었던 담배쌈지가 가장 애착이 가요. 서툴렀지만 정성이 제일 많이 담겼거든요. 마찬가지로 제가 더 열심히 하면 어느 누군가는 꼭 알겠죠. 그러면 언젠가 색실누비를 계승하는 사람이 한명이 아닌 두명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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