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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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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우치 요시카즈의 원작소설을 곤 사토시 감독이 스크린에 옮긴 ‘퍼펙트 블루’는 1997년 제1회 부천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미스터리 스릴러물. 제4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으로 성인용 극영화는 허용되지만 성인용 애니메이션은 국제영화제 수상작만 수입이 가능한 탓에 18등급 재페니메이션을 극장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다. ‘퍼펙트 블루’는 1997년 캐나다 판타지아 영화제에서 대상을 차지해 2001년 7월 일부장면을 모자이크 처리,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으나 개봉을 미루다 이번에 극장에 선보이게 됐다.


판타지 배제하며 판타지 사유

인기 절정의 아이돌 그룹 ‘참’의 리더인 미마는 아이돌 스타다. 하지만 아이돌 가수로서 한계를 느낀 미마는 ‘참’을 탈퇴하고 여배우로 선회한다. 연기경험이 적은 그녀에게 주어진 대사는 적고 미마를 잘 팔려고 노력하는 소속사 대표는 드라마 작가에게 어떤 것이든 시켜달라고 부탁한다. 이 과정에서 매니저 루미와 소속사 대표는 갈등을 겪는다.

미마는 강간 장면을 연기하고 거기에 맞춰 누드 사진도 공개하면서 지명도를 높여가지만 급격히 변한 주변 상황에 불안과 상실을 느낀다. 그런 와중에 잇달아 미마와 관련된 사람들이 하나 둘 살해되고 팬으로부터 배신자라는 메시지가 속속 도착한다. 광적인 팬이 만든 팬페이지 ‘미마의 방’에는 미마의 일상과 심리를 상세히 기록한 가짜 일기가 계속 업데이트 된다. 광기로 살인을 저지르는 소녀 역을 연기하는 미마는 현실과 허구의 세계가 교차되며 혼란을 느낀다. 급기야 아이돌 가수 시절 복장을 한 또 하나의 미마가 나타난다. 또 하나의 미마는 “너는 가짜” “너는 이미 더럽혀 졌어”라며 그녀를 비웃는다.

미스터리 스릴러물인 ‘퍼펙트 블루’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선입견을 파괴한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허물고 관습적 장르의 문법을 차용하면서 다시 배반하는 과감한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특히, 애니메이션의 주종목인 판타지를 배제하면서 판타지를 사유하는 철학적 접근은 재페니메이션의 저력을 확인하게 한다. 환상을 만들어내는 애니메이션이 환상과 현실의 구분이 모호한 현대사회의 시스템을 읽어내는 것이다.


환상과 현실 뒤섞인 세계에서 정체성 혼란

‘퍼펙트 블루’는 사이코 서스펜스 장르의 긴장감을 빈틈없이 유지하면서 재페니메이션 특유의 철학적 깊이를 가진다. 정체성의 혼란, 성장기의 심리적 불안감, 다중인격, 디지털 가상현실, 스타 시스템 등 다양한 주제를 응집시키는데 성공했다.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고, 인간은 누구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흔들림을 경험한다. 새롭게 결정한 길이 험난하고 불안할수록 미련은 커진다. 그리고 상실감과 정체성의 갈등을 겪는다. ‘왜 내가 여기에서 이러고 있지?’라는 독백을 하게 되는 것이다. ‘퍼펙트 블루’는 분열된 자아가 혼란을 딛고 실체를 회복해 가는, 간단하게 말해 진짜 내가 누구인지 찾아가는 과정의 이야기다. 정체성의 혼란은 연예산업이나 인터넷 세상, 영상문화 등으로 대표되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현대사회의 근원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분열된 자아 상태를 미스터리와 공포의 감성으로 표현해낸 것은 애니메이션으로서 독특한 선택이다. 스릴러라는 장르가 그렇듯 ‘퍼펙트 블루’는 꼬이고 또 꼬인 구성이 특징이다. 스토리뿐만 아니라 기법적 측면에서도 상당히 꼬여있다. 현실인줄 알았더니 환상이고, 그게 또 알고 보니 현실이고, 아니 그게 환상인 형태가 반복해서 이어진다. 관객과 주인공의 심리를 동일화시켜 주제를 부각시키는 감독의 솜씨가 빼어나다.

아쉬운 점은 7년이나 지난 시점에 개봉된 것. 당시에는 세련됐던 주제가 지금은 다소 익숙해져버렸다. 화려한 3D 애니메이션이나 스펙터클한 대작 애니메이션에 비하면 그림 또한 단순하다. 하지만 섬세한 컷 분할은 여전히 인상적이며 탄탄한 이야기 구성과 철학적 깊이, 일상과 심리에 대한 치밀한 묘사는 지금도 관객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다. 예술영화전용관 ‘씨어터 2.0’에서 단관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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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용판 소나기·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감독 : 곽재용 / 주연 : 전지현, 장혁


용감하고 터프한 여순경과 지고지순한 물리선생님의 진실한 사랑을 유쾌하게 그린 코믹 멜로.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의 흥행 감독 곽재용이 연출하고 아시아의 스타 전지현이 출연해 제작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한국 중국 홍콩 동시 개봉하는 등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기획된 프로젝트인 만큼 수중촬영 항공촬영 대형 폭파신 총격신 등 곽재용 영화에서 보기 드문 스케일을 자랑한다. 하지만 ‘소나기’식 감성 멜로는 여전하며 전반부 발랄한 코믹, 후반부 눈물 자아내기 구도는 '엽기적인 그녀'를 답습한다.


이번엔 빙하다·투모로우
감독 : 롤랜드 에머리히 / 주연 : 데니스 퀘이드, 제이크 길렌할


기상학자인 잭 홀 박사는 남극에서 빙하 코어를 탐사하던 중,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아 해류의 흐름을 바꿔 결국 지구가 빙하로 뒤덮이게 되는 기상 이변이 일어날 것을 감지한다. 홀 박사는 국제회의에서 앞으로 다가올 지구 기상 변화에 관한 연구 발표를 한다. 항상 일 때문에 아들의 일에 뒷전인 홀 박사는 연구 발표 때문에 아들을 마중하는 것을 잊고 만다. 얼마 후 끔찍한 토네이도가 LA 지역을 휩쓸고, 일본에서는 우박으로 인한 엄청난 피해가 보도되는 등 지구 곳곳에서 홀 박사가 예견했던 이상 기후가 나타나게 된다.


코엔과 톰, 환상의 기쁨조·레이디 킬러
감독 : 에단 코엔, 조엘 코엔 / 주연 : 톰 행크스, 말론 웨이언즈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소박한 마을에 자칭 르네상스 음악의 대가라는 톰 행크스와 그의 멤버들이 찾아온다. 그러나 그들은 악기만 번지르르 할 뿐 찬송가 한 곡도 연주할 줄 모르는 악당들. 진짜 목적은 카지노를 터는 것인데, 너무나 완벽했던 계획이 사사건건 태클거는 집주인 먼순부인 때문에 상상도 못할 조직의 불화를 초래하며 치명적인 위기를 맞게 된다. 알렉산더 맥켄드릭 감독이 연출해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동명의 1955년작을 리메이크했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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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태 칼럼】 마음이 전하는 따뜻한 이야기: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일상생활과 매스컴 등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은 때로는 냉혹하고, 험악하고, 때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사람들의 마음을 삭막하게 만든다. 하지만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혹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하는 작고 따뜻한 선행들은 여전히 이 세상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치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처럼, 우리 주변에는 서로를 향한 배려와 이해로 가득 찬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필자가 경험하거나 접한 세 가지 사례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소개할까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쪽지 편지’가 부른 감동적인 배려 누구나 한 번쯤은 실수를 저지른다. 아무도 없는 어느 야심한 밤. 주차장에서 타인의 차량에 접촉 사고를 냈는데 아무도 못 봤으니까 그냥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양심에 따라 연락처와 함께 피해 보상을 약속하는 간단한 쪽지 편지를 써서 차량 와이퍼에 끼워놓았다. 며칠 후 피해 차량의 차주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배상 절차에 대한 이야기부터 오가기 마련이지만, 차주분은 “요즘 같은 세상에 이렇게 쪽지까지 남겨주셔서 오히려 고맙다”며, 본인이 차량수리를 하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