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틈새시장과 전략'이라는 창업의 정규과목을 수강하고 있는 명지대 학생들이 실질적인 정보와 경험을 쌓기 위해 창업박람회 현장을 견학하고 있다. |
경기불황의 여파로 대학을 졸업해도 들어갈 일자리가 없어 고민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대학 간판만 따면 다 될 것 같던 패기도 비참한 현실앞에선 무너져버린다. 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 바늘구멍같은 취업난을 뚫느니 취업의 대안으로, 아니면 성공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창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 청년들의 창업은, 대개 2∼3년 전 반짝 붐을 일으켰던 IT를 중심으로 한 벤처창업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거나 소자본으로 할 수 있는 외식, 의류 등의 창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참신한 아이디어와 패기로 성공을 일군 대학생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대졸자 취업난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요즘, 각 대학과 정부도 청년 창업지원에 발벗고 나서는 추세다.
명지대, ‘창업’ 정규과목 신설해 인기
취업의 대안으로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중앙대 안성캠퍼스 한밭대 등 5개 대학은 중소기업의 지원을 받아 창업대학원을 신설했고, 학부내에는 창업강좌가 늘고 있다. 최근 일부대학을 중심으로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진로모색의 일환으로 실질적인 소자본 창업을 생각하면서 IT를 중심으로 한 거창한 아이템이나 연구개발 등을 필요로 하는 벤처창업보다 아이디어 소호 등의 소자본을 할 수 있는 소자본 창업이 틈새 강좌과목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최근 명지대는 창업전문가인 창업e닷컴의 이인호 소장을 초빙, “틈새시장과 창업전략”이라는 과목을 신설해 실질적인 소자본 창업강좌를 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 수업에서 창업기본이론과 업종별 창업트렌드, 창업전략, 상권분석는 물론 사업타당성 검토와 사업계획서 작성 등 창업에 대한 전문화된 정보와 지식을 얻고 있다.
이론적인 부분은 물론, 실제로 창업박람회 견학을 하고 서울시 역세권을 중심으로 틈새 가게 자리 찾는 법과 상권 분석기법 등의 현장교육을 받았다. 또 각 조별로 모의회사를 설립해 현장조사와 사례연구 등을 통해 스스로 아이템을 개발하고 사업계획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우수 사업계획팀에는 학교에서 조별로 격려금까지 지급하는 등 실생활과 직접적인 현장실무교육으로 학생들의 반응과 참여도가 높다. 2학기에는 이 강좌의 프로그램을 업체의 지원을 받아 1일 사장제와 외식실습과정, 펀딩기법, 부실사업(가게) 실전 크리닉전략, 주말을 이용한 프리젠테이션 워크샵등을 추가보완해 소자본으로 창업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또 창업을 적극적으로 생각하는 학생을 멘토형식으로 선발, 전문가 교수와 함께 실제 창업까지 이어지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취업의 대안으로 창업
실제 이 과정의 겸임교수인 창업e닷컴의 이인호 소장 역시 소자본 창업으로 성공한 모델이다. 3,000만원으로 보세옷 가게를 열어 시작한 창업이 체인사업까지 확장시키는 등 22개의 사업을 한 경험이 있다. 이인호 교수는 “현실성이 없는 거창한 연구개발을 필요로 하는 벤처창업보다 대학생들이 쌈짓돈으로도 적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말한다. 이 소장은 “우수 아이템을 기획한 일부학생들과는 현재 운영중인 인큐베이팅 전문인 소호벤처센터를 활용해 창업e닷컴과 공동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학생 예비창업자인 이들을 만나보기 위해 명지대에서 ‘틈새시장과 창업전략’에 대한 강의실을 직접 찾았다. 실제 창업에 관심이 많아 수강신청한 학생들이 많고 실제로 창업을 준비중이거나 희망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70여명 중 5~6명은 실제로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이고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등 간단한 부업식 창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이 수업을 듣는 학생이 말한다.
대학생 창업은 심각한 취업난과 맞물려 ‘취업의 대안’으로 생각해 창업을 생각하기도 한다. 이정태(경영3, 25세) 학생은 “학생들이 창업을 하는 것은 요즘 하나의 취업에 대한 일종의 도피처일 수도 있지만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가능성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현실성’ 있는 아이템 선택
![]() 창업설명회에 대학생 들의 청년들이 참석해 강의 내용을 주의깊게 듣고 있다. |
강의실에선 이인호 교수와 학생들의 창업아이템 프리젠테이션이 한창이다. 학생들은 조를 짜서 모의회사를 만들어 창업아이템 설정과 투자비용 등 실질적인 프리젠테이션을 한다. 발표 내용 중에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실제로 창업을 하기에도 좋은 아이템들도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베이비 채소열풍 추세에 맞춘 샌드위치 전문점인데, 웰빙과 건강, 미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소자본으로 할 수 있다는 잇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 사업에 대한 프리젠테이션을 들은 이 교수는 “외식은 무엇보다 차별화된 맛이 가장 중요함”을 강조했고, 이 사업에는 “매출의 극대화를 위해 아이스크림이나 생과일 쥬스 등의 메뉴를 복합화해 운영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업시 가장 중요한 점은 “현실성이 있느냐”이고, 특히 외식업의 경우 초기 공격적 마케팅이 필요한데 그 예로 ‘시식’을 들었다. 이 교수는 프리젠테이션을 한 학생들에게 ‘발표력’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실제로 투자자 앞에서 정확한 사업설명과 알기 쉽고 중요한 점만을 꼬집어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창업을 계획하고 있는 황윤환(경영3, 25세) 학생은 “이론과 함께 실질적인 현장교육 등을 통해 실용적이고 학생들의 호응도도 높은 편”이라면서 “전에는 막연하게 창업을 생각했지만 지금은 현실성에 맞는 아이템을 구상하고 재무계획이나 손익분기점 등 하나 하나 따지고 분석하면서 보는 안목도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벤처 창업의 거품이 꺼지고 이제는 외식 등 불황을 타지 않는 쪽으로 창업 아이템을 정한다”면서 “보통 아이템은 좋은데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아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현실성에 맞는 아이템을 결정하고 재무전략을 꼼꼼히 세워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자신의 생각도 밝혔다.
대학생 창업의 특징은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초기비용 마련이 걸림돌이 된다. 비용마련에 대해 황윤환 학생은 “5~6명이서 공동투자를 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식으로 비용을 마련하거나 나머지는 중소기업청 등에서 창업지원금을 마련한다”는 게획이다. 전송민(무역3, 23세) 학생은 “본격적인 창업 전 비용마련을 위해 단기계절사업 같은 것을 통해 돈을 모으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다”는 생각을 말했다.
홍경희 기자 metell@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