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열풍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불황에도 비타민 시장은 호황이다. 우리 몸에 필수영양소로서 각종 질병예방과 건강은 물론, 미용,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비타민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비타민의 높은 관심은 건강을 주제로 한 ‘비타민’이라는 TV프로그램 타이틀 등장했다. 과히 전성시대를 맞고 있는 비타민은 종전의 과립이나 정제에서, 마시고 바르고 입는 비타민 등 다양한 형태의 제품들로 만들어져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과당한 매출경쟁으로 비타민을 필요이상 섭취하게 분위기를 조장하고 효능에 대해서도 과대포장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약·식품회사 과열양상
![]() '웰빙' 열풍과 '몸짱' 바람이 불면서 비타민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자 니즈에 따라 비타민 제품은 언제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2.<특정업체와 본 기사내용 관련없음> 비타민 하우스는 비타민만 따로 파는 전문기업으로 약국안에 숍인숍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전국에 1,500여개 대리점이 있다. |
비타민 시장에 첫 불을 당긴 건 광동제약의 ‘비타 500’이다. 2001년 2월 국내 최초로 마시는 비타민C 인 ‘비타 500’을 출시해 그야말로 ‘비타민 열풍’을 일으켰다. 비타민 음료가 인기를 끌면서 제약회사와 식품회사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어 지금은 종류만도 30여종이 넘는다. 비타500(광동제약), 비타바란스700(삼성제약), 비타800(솔표조선무약), 비타900(삼진건강), 비타1000(동화약품) 등 이름도 비슷한 상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유사상품이 범람하면서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상표권 분쟁 등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광동제약이 ‘비타500’으로 히트를 치면서 후발업자들은 이름뒤에 붙는 숫자를 높여가면서 비타민 함유가 높다는 점을 강조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즉, 브랜드에 들어간 숫자는 비타민의 성분 함유량을 의미한다. 업계는 비타민시장이 올해 약 8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비타민은 이제 약국은 물론 슈퍼, 편의점 등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다. 비타민 시장이 커지면서 비타민하우스와 비타민 뱅크 등 전문기업도 생겼다. 2000년 문을 연 비타민 하우스는 약국, 백화점, 할인점 등에서 숍인숍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 전국에 1,500여개 대리점을 확보했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비타민 열풍 추세에 맞춰 할인점과 백화점도 전문매장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고, 롯데 등 대기업들도 경쟁에 가세했다.
이제 비타민은 단순한 영양제가 아닌 필수품으로 인식할만큼 생활 전반에 활용되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비타민을 내뿜는 에어컨 ‘클라쎄’를 내놨다. 제일모직의 골프웨어인 아스트라는 비타민C를 넣은 섬유로 만든 니트제품을 신상품으로 선보였다. 건국우유는 비타민 A와 E 등 10가지 비타민을 첨가한 우유를 선보였고 비타민 하우스는 바르는 비타민 ‘비타테라’를 출시했다.
비타민음료 권장량 초과
하지만 이렇게 몸에 좋은 비타민이 무조건 많이 먹는다고 좋은걸까. 답은 ‘NO’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과다한 비타민 섭취는 오히려 ‘독’이 된다. 몸에 좋기는 하지만 그 정도에 대해서는 정확한 근거가 없고, 일부 비타민의 경우 수분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과량복용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특히 비타민 A와 D 등 지용성은 몸 안에 쌓이기 때문에 만성피로와 구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비타민C는 과량복용해도 소변으로 빠져나간다.
그러나 시판되고 있는 비타민 제품등은 하루 권장량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비타민 열풍이 불면서 함유수치가 높을수록 더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다. 광동제약의 비타500의 경우 100ml, 210ml, 250ml(팩) 등 3종으로 700mg, 1470mg, 1750mg의 비타민C를 함유해 하루 권장량을 10배 이상 초과하고 있다. 동화약품의 비타1000플러스는 한술 더 뜬다. 100ml(1400mg), 120ml(1680mg), 210ml(2100mg), 250ml(팩 2500mg)로 팩 제품 하나만 마셔도 권장량을 33배나 초과하는 셈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000, 3000이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비타민C는 성인 1일 권장량이 75mg인데, 수십배를 초과하고 있는 셈이다. 하루 2~3병을 마실 경우 권장량을 훨씬 초과하게 된다는 계산이다. 서울대병원 유태우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타민C를 과다섭취하면 복통과 설사, 구토에 시달릴 수 있고 그중에서 가장 심각한 건 신장결석”이라고 경고한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체내 필수영양소인 비타민은 몸에 소량만 축적되고 대부분 배출되는 수용성(비타민 B군과 C 등)일지라도 적정 용량을 초과하면 위장장애와 신장결석 등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비타민C의 하루 섭취 권장량은 성인기준 약 75mg으로 최대 2000mg을 초과하면 이런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말이다. 과다복용시 부작용으로는 소화불량, 설사, 복통과 같은 위장장애와 매스꺼움, 구토, 신장결석 등이 지적되고 있다.
비타민 A를 식품이 아닌 약품으로 지나치게 먹으면 구토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어린이가 성인용 종합 비타민을 장기복용해 비타민 A가 축적되면 뇌와 간을 손상시킬 수 있다. 비타민 B는 12군까지 있지만 대표적인 B6은 과다복용하면 신경염이 생겨 감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피부에서 자외선 작용으로 만들어지는 비타민 D의 경우 하루 20분 정도 햇볕을 보고 산책을 하면 충분한 것을 과다복용하게 되면 칼슘의 흡수를 지나치게 촉진시켜 칼슘혈종, 신장결석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비타민 E는 과잉 섭취하면 혈액응고 인자를 감소시켜 출혈시 혈액응고가 지연되는 부작용을 일으킨다. 또 비타민 K는 황달 용혈성 빈혈이 생길 수 있다.
혼합음료 용량기재 의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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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음료들은 용법, 용량도 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잇따라 출시해 매출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의약품으로 된 비타민제와 달리 식품위생법을 적용받는 혼합음료는 용법 용량의 기재할 의무가 없다. 때문에 비타민이 정확히 얼마나 함유돼 있는지도 사실은 알기 어렵다.
모 제약업체 관계자는 “비타민 음료는 약이 아니라 식품으로서 작용하기 때문에 용량 용법을 표기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음료라 해도 독이 된다면 모르겠지만 과량섭취해도 비타민C는 체외로 배출되기 때문에 굳이 표기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여기서도 모순은 있다. 과량섭취한 비타민은 어차피 배출되는 것인데 경쟁적으로 과다하게 함유한 제품을 내놓는 것은 업체간의 경쟁에서 매출 끌어올리기에 소비자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비타민을 섭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며, 특히 채소와 과일 등을 통해서도 충분한 양의 비타민을 섭취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때문에 굳이 비타민 섭취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다른 약품을 통해 영양을 얻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매끼니 채소와 과일 등을 먹는 식습관을 들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홍경희 기자 metell@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