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6.03.20 (금)

  • 맑음동두천 13.5℃
  • 맑음강릉 16.3℃
  • 맑음서울 12.9℃
  • 맑음대전 14.3℃
  • 맑음대구 16.9℃
  • 맑음울산 15.9℃
  • 맑음광주 14.7℃
  • 맑음부산 16.9℃
  • 맑음고창 11.2℃
  • 구름많음제주 13.4℃
  • 맑음강화 10.8℃
  • 맑음보은 12.8℃
  • 맑음금산 13.0℃
  • 구름많음강진군 15.8℃
  • 맑음경주시 17.0℃
  • 맑음거제 15.7℃
기상청 제공

허연재 칼럼

【허연재의 미술 인문학 칼럼】 그림으로 애도하는 예술가들

URL복사

 

 

[시사뉴스 허연재 강사 · 작가]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화한다 해도 만남이 있으면 반드시 이별이 있다는 진리는 변치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을 떠나게 되면 아티스트들은 자신만의 창작 동굴로 들어가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형태, 색감 혹은 재료를 통해 슬픈 마음을 달랜다. 자화상을 좋아했던 작가들은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내면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거치고, 그 당시의 침울하고 비통한 무게를 덜어내는 노력을 한다.


파블로 피카소의 초기 작 <자화상>은 바람둥이로 소문이 난 매력적인 피카소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피카소는 여성들에게 인기도 많고 동료 예술가들과 자주 열띤 논쟁을 벌일 정도로 열정이 넘치는 인물이다. 하지만 자화상 속 피카소는 50대가 넘은 기력 없는 아저씨 같아 보인다. 사실 이 그림을 그릴 당시 피카소는 고작 스무살 밖에 되지 않았다. 자신을 초췌한 외모로 그린 이유는 사랑했던 친구 카사헤마스를 잃었기 때문이다. 카사헤마스는 피카소와 함께 파리에 와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무명 시절을 함께 보냈다. 둘은 서로 의지하며 창작활동을 해 나갔지만 소극적인 성격이었던 카사헤마스는 사랑의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극적인 소식 이후 피카소는 어두 컴컴한 터널 속으로 들어가는 ‘청색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고 3년간 파란 색채로만 그림을 그렸다. 그림의 주제 역시 장님, 수감자, 거지 등 암울하고 열악한 환경에 사는 인물들이었다. 피카소의 자화상 속 모습은 핏기가 돌지 않는 냉동 인간 같아 보인다. 신체 표현 역시 진한 흑색으로 덩어리감있게 표현하여, 돌 처럼 둔탁한 느낌을 자아낸다. 피카소는 사랑하는 이로 인해 고립되어가는 자신의 마음을 푸른빛 회화들로 다스렸고, 점차 회복되어 갔다.


회화는 평면이라 정적이기도 하지만 시각적으로 음향 효과가 있는 듯 한 작품들도 있다. 특히 에드바르드 뭉크와 프란시스 베이컨은 그림 속 인물들을 과장된 색이나 형태로 묘사하기 때문에 청각을 자극하는 효과를 주듯 묘사가 생생하다. 우리가 소설을 읽으면서 특정 장면을 상상하고 감정이입을 하는 것과 흡사하다. 이 둘은 떠난 이들을 아름답게 묘사하기 보다 그 당시의 음침했던 분위기를 직면하며 표면 위로 끄집어 낸다.


노르웨이 표현주의 화가였던 에드바르드 뭉크는 어린 시절부터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경험을 연달아서 한다. 5세가 되던 해에 폐결핵으로 고통받던 어머니와 이별하고 몇 년 후에는 누나 소피를 떠나 보낸다. 질병이 앗아간 어머니와 소피의 빈 자리는 어린 뭉크에게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공허감으로 남았다. 뭉크는 보이지 않는 죽음에 대한 내면의 불안함을 그림을 통해 해소했다. 뭉크의 <죽은 어머니와 아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인물은 빨간 옷을 입은 소피다. 당시 5세였던 소피는 두 손으로 귀를 막고 괴로워하는 표정을 짓고 있으며 크게 소리를 지르는 듯 하다. 소피의 두 팔은 두 겹의 레이어로 그려져 어린 아이의 떨림이 한층 더 잘 느껴진다. 이 그림은 뭉크가 어린 시절 자신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방 안을 휘감는 차가운 공기와 모든 가족들이 비통해 하는 모습을 회상하며 그린 작품이다. 침대에 누워 있는 뭉크의 어머니는 눈을 감고 있으며 창백한 피부로 표현되었다. 우리는 그 당시 분위기를 모르지만 알아볼 수 없는 흐릿한 인물들의 얼굴과 축 늘어진 어깨만 보아도 그 무거운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뭉크의 작품 보다 시각적으로 더 괴상하고 새어 나오는 고통의 신음 소리가 더 잘 들리는 듯하다. 베이컨의 회화는 그 당시 추상화가 만연했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살려 불안감을 자아내는 인물 묘사로 유명하다. 베이컨의 <검은 3단 제단화>는 자신이 사랑했던 연인 조지 다이어의 자살 사건이 일어난 후 그린 작품이다. 베이컨은 다이어의 부재로 인한 고통을 떨쳐내고자 하는 의식으로 그렸다고 한다. 이 둘은 1963년 후반에 만나 격렬한 관계를 지속했었다. 베이컨은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리는 전시 오픈을 이틀 남기고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당시 37세 였던 다이어는 술과 마약 과다복용 때문에 파리의 쌍 페르 호텔 욕실에서 세상을 떠났다. 


3단 제단화는 캔버스 3개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기 다른 포즈로 재현되었다. 왼쪽은 다이어의 죽음을 맞이하기 전, 가운데는 다이어의 죽음을 맞이했을 때, 오른쪽은 그의 죽음 후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구겨지고 비꼰 인체 묘사는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그림자처럼 날개가 달린 검은 형상은 악마의 형상을 보여주는 듯 몰래 다가오는 죽음을 상징한다. 베이컨은 온전히 전시회 준비에 몰두하는 동안 세상을 떠나버린 다이어를 생각하면 죄책감과 상실감을 느꼈다. 그는 마치 종교화를 연상케 하는 3단 제단화를 택하여 자신만의 언어로 애도한다. 

 

 

 


아티스트들은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한 후 상실감을 대처하는 방식들이 다르기에 이들이 만들어 낸 작품들도 가지각색이다. 그 작품들은 남겨진 자신과 세상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고군분투 했을 아티스트들의 심리를 대변하는 것 같아 마음에 더 큰 울림을 준다.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CJ프레시웨이 '푸드 솔루션 페어 2026' 개최..."O2O 기반 식자재 유통 혁신 모델 제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CJ프레시웨는 B2B(기업간거래) 식음산업 박람회인 '푸드 솔루션 페어 2026'을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성황리에 진행됐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O2O 기반 식자재 유통 모델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CJ프레시웨이는'푸드 솔루션 페어 2026'의 사전등록 관람객 수가 역대 최다 규모를 기록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솔루션 페어 2026'의 사전등록 관람객 수가 행사 일주일 전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약 120% 증가했고, 외식 프랜차이즈 관계자, 개인 사업자 등 산업 종사자 중심으로 신청이 크게 늘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번 푸드 솔루션 페어는 식자재 상품 전시와 플랫폼 서비스 체험, 푸드 비즈니스 솔루션 제안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외식·급식 사업자들은 현장에서 식자재 유통과 푸드서비스 산업의 최신 트렌드를 살펴보고,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 흐름을 체감했다. 특히 CJ프레시웨이가 지난달 지분 투자한 플랫폼 기업 ‘마켓보로’의 온라인 식자재 오픈마켓 ‘식봄’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식자재 유통 혁신 모델을 선보이며 큰 관심을 모았다. 식봄은 외식 사업

정치

더보기
김정철 개혁신당 최고위원, 서울특별시장 출마 선언...“기성 정치인들과 연계된 사업 전수조사”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개혁신당 김정철 최고위원이 서울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김정철 최고위원은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해 “짧지 않은 고민 끝에 저는 서울특별시장 선거에 출마한다. 청산, 심판, 적폐, 종식. 화려한 말들로 장식된 서울의 정치 속에서 정작 시민의 삶은 단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며 “서울은 여전히 청년이 떠나고 삶을 지탱하기 힘들며 가난한 사람이 꿈꾸기 어려운 도시다. 정치는 요란했지만 시민의 삶은 바뀌지 않았다. 김정철이 바꿔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은 다시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낼 저력이 있는 도시다. 제가 그 기적을 다시 시작하겠다. 서울을 다시 성장의 도시로 만들겠다. 적극적인 규제 혁파를 통해 뉴딜 수준의 산업 유치와 개발을 시작하겠다”며 “그동안 산업 성장의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서울특별시) 노원(구), 도봉(구), 강북(구)은 각각 '바이오 연구 및 교육특구', 'K-Culture 관광특구', '시니어 헬스케어특구'로 탈바꿈시켜 서울 북동부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정철 최고위원은 “중랑천은 수변 감성의 거점으로 개발하겠다. 성수동에서 (경기도) 의정부(시) 경계까지 자전거와 러닝 전용 하이웨이

경제

더보기
이재명 대통령 “경제 전시 상황이라는 자세 가져라...단 한 방울의 석유라도 더 확보하라”
[시사뉴스 이광효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현재 중동 상황에 대해 ‘경제 전시 상황’이라는 자세를 갖고 단 한 방울의 석유라도 더 확보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개최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중동 전황의 불투명성이 확대되면서 원유와 일부 핵심 원자재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고 장기적인 수급 관리 대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지금은 단 한 방울의 석유라도 더 확보하고, 안정적인 공급선을 개척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런 시기에 비서실장께서 UAE(United Arab Emirates,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해 원유 2400만 배럴을 확보하고 우리나라에 원유를 최우선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이끌어 낸 것은 매우 큰 성과다”라며 “전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단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청와대와 모든 정부 부처는 '경제 전시 상황'이라는 점을 엄중한 자세로 가져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대해선 “민생 전반에 대해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사실상 ‘전쟁 추경'이라고 할 이번 추경도 민생 경제의 충격을 덜고 경기 회복의 동력을 계속 살려 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편성해야 될 것이다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도한 듯한 제작 연출은 ‘과유불급’이었다
최근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방영된 트롯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4’가 큰 인기를 끌며 많은 화제를 낳았다. 매회 참가자들의 뛰어난 노래 실력과 화려한 무대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고, 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 속에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경연 프로그램의 연출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장면도 적지 않았다. 특히 한 여성 참가자의 이야기는 방송 내내 시청자들의 감정을 강하게 자극했다. 그는 결승 무대에서 탑5를 가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2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최종 국민투표에서 압도적인 득표를 얻어 순위를 뒤집고 결국 ‘진’의 자리에 올랐다. 실력 있는 가수가 정상에 오른 것은 분명 당연한 결과였고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을 지켜본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또 다른 평가도 나왔다. 우승 자체보다 방송이 보여준 연출 방식이 과연 적절했느냐는 문제 제기였다. 이 참가자는 이미 예선전부터 뛰어난 가창력과 안정된 무대매너로 주목을 받아왔다. 예선 1회전에서 ‘진’을 차지하며 일찌감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됐고, 무대마다 탄탄한 실력을 보여주며 심사위원과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그는 10년 차 가수였지만 그동안 큰 기회를 얻지 못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