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사 지원한 두 명의 여자 면접자가 기업 인사담당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최근 온라인 취업포털 잡링크는 설문조사에서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면접때 예의없는 ‘안하무인형’ 지원자를 최악의 지원자로, 반면 예의를 잘 지키는 ‘예의범절형’은 최고의 지원자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극심한 취업난으로 대학졸업장과 화려한 경력을 갖고도 좀체 취업의 문턱을 넘어서기가 어려운 이때, 한 순간의 ‘면접’은 취업의 당락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기업 인사담당자와 헤드헌터가 어떤 면접자를 선호하고 싫어하는지 알아본다.
압박면접, 차분하고 현명하게
극심한 실업난으로 대기업 공채도 수시채용으로 바뀌는 추세이고 일반 기업도 있는 사람도 내보내는 판국이니, 이력서 내놓고도 면접 오라는 곳도 뜸하다. 기업은 유능한 인력이 넘쳐나니 더 까다롭고 훌륭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별별스런 면접기법을 적용하곤 한다. 최근 에는 지원자에게 불쾌감을 주면서 자제력과 판단력 등을 평가하기 위한 ‘압박면접’이 일반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누구나 불만을 품기 마련이겠지만 바늘구멍 같은 취업난을 뚫기 위해서는 일단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 밖에는 없다.
홀 어머니에게서 자란 입사지원자 P씨는 면접을 보던 중 면접관으로부터 “왜 어머니만 있고 아버지는 없냐”고 물었고 “애비없이 자란 사람은 꼭 티를 낸다. 본인은 어떻다고 생각하는가?”라는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 순간 ‘내가 이런꼴까지 당하면서 이 회사에 입사를 해야 하나’라는 참담한 기분과 홀어머니를 생각하며 북받쳐 오르는 설움을 느꼈지만 P씨는 감정을 추스린 후 “아버지 없이 보낸 유년기와 청년기가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훌륭하신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큰 아픔없이 잘 자랄 수 있었다. 오히려 약한 사람과 부족한 사람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나의 강점이다”고 차분하게 대답했다. 그 뒤에도 쏟아지는 갖가지 모욕적인 질문들이 이어졌지만 P씨는 그때마다 신중하고 차분한 답변으로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학벌, 능력보다 ‘인성’에 높은 점수
![]() KBS 2TV에서 방영되고 있는 '꿈의 피라미드'의 방송장면. 최근 극심한 실업난 속에 구직자의 면접 능력을 키워 취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
면접에서는 지적능력과 자질에 대한 기본적인 면을 거친 다음이므로 그 사람의 ‘인성’이 어떤지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최근에는 학벌, 능력보다 조직과 융화할 수 있는 성격에 많은 점수를 주는 경우도 늘고 있다. 잡링크 김백진 홍보팀장은 모 CF에서 다른 사람이 “예”라고 해도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패기와 자신감으로 능력있는 것처럼 보여졌으나, 실제로는 “절대 그렇지 않다”면서 조직과 순응해 가는 직원을 선호한다고 말한다.
면접관의 실수를 직설적으로 지적해 심기를 불편하게 한 지원자의 경우를 보자.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벤처기업의 경영기획실에서 총무 및 법무지원을 맡아 2년간 일한 경력이 있는 S씨는 일과 능력에 자신감에 차 있었다. 더 큰 회사로 옮기려고 지원한 회사 면접때 면접관은 “거래처와 계약을 위한 사전 협의를 하던 중 시비가 붙어 거래처 사람이 욕설을 퍼부으며 회의실을 나가 버렸다고 가정하자. 자네는 그 사람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할텐가 아니면…?”이라고 물었다. 그러자 S씨는 웃으며 “그런 경우는 명예훼손죄가 아니라 형법상 모욕죄로 해당합니다”라고 말문을 연 뒤, 모욕죄라고 우기는 면접관을 상디로 법률적 관점을 들어가며 논쟁을 벌여 승리했으나 결국 불합격됐다. 이 경우에 대해 잡링크 관계자는 “면접관의 실수를 지적하고 수정하며 소위 ‘잘난 척’을 하는 것은 당당한 태도와 또 다른 경우다”면서 “회사는 ‘지식형 인간’보다는 ‘지혜형 인간’을 우선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외모’도 중요
그 다음이 신입은 학력, 경력일 경우 분야별 업무능력과 성과 등을 본다. 면접시 중요한 발음과 외모 또한 간과할 수 없는 항목이다. 잡링크 김백진 홍보팀장은 “대기업이나 팀웍을 중시하는 에이전시는 인성과 지적수준은 물론, 외관상 보여지는 이미지가 깔끔하고 옷매무새도 잘 정리된 면접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지원자들이 면접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면접은 진행된다”고 말한다. 외모가 당락에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 반기를 드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인력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으로선 동일 조건이라면 외모를 기준으로 삼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인관계가 매우 좋은 편이었던 K씨는 스스로가 영업직을 천직으로 생각하고 입사 지원했다. 그러나 면접 당일, 전날 입었던 후즐근한 셔츠에 김치 국물이 묻은 자국이 있는 넥타이, 먼지가 뽀얗게 앉은 구두를 신고 면접관 앞에 앉게 됐다. 회사가 K씨의 인간성 전체를 파악하기에 30여분의 면접시간은 너무 짧았고, 반면 K씨의 부스스한 얼굴과 지저분한 옷차림이 영업직으로서는 빵점이라는 것은 1분도 안돼 파악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면접시 지원회사와 부서에 대해 꼼꼼하게 숙지하고 간 면접자는 면접에 유리하다. 갈수록 극심해지는 취업난에 직면한 구직자들은 구체적인 취업 준비과정에 이르면 막막해 한다. 취업 전문가들은 영어성적이나 자격증 등은 취업 관문을 쉽게 열 수 있는 부수적인 것일 뿐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전형과정, 특히 면접이나 이색 필기과정에서 기업이 원하는 바를 집어낼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잡링크 커리어 컨설턴트 홍혜기 위원은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자질은 물론이고 그 기업이 원하는 인재형에 대해서도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또 “중소기업은 특히 응시자의 태도와 성향에 주목한다. 무조건 연봉과 복리후생에만 집중하지 말고 자신이 회사에 어떤 이익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에 따르면 침착하고 조직 적응력이 뛰어난 사람과 말투가 논리적이고 표정이 밝은 사람, 적극성을 띤 사람과 외모가 단정한 사람일수록 좋은 점수를 받는 반면, 소극적이거나 태도가 불량한 사람, 예의가 없거나 발음이 분명치 않은 사람, 다리를 꼬거나 눈을 자주 굴린 사람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얻는다.
홍경희 기자 metell@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