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촉법소년 연령 하향 작업에 본격 착수하면서 현재 '만 14세 미만'까지인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조정을 둘러싼 찬반 논란은 수년 전부터 이어져왔는데, 시민들 사이에선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13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살인, 강도, 강간·추행, 방화, 절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은 8474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 추이를 보면 2017년 6282명, 2018년 6014명, 2019년 7081명, 2020년 7535명 등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또 최근 5년간 살인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은 3만5000여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만 13세가 약 63%를 차지한다.
촉법소년은 범행 당시 연령이 '만 10세~만 14세 미만'인 청소년을 말한다. 형사 미성년자인 이들은 범죄를 저질러도 소년법에 따라 형사처벌 대신 사회봉사·보호관찰·소년원 송치 등 보호 처분을 받게 된다.
그런데 촉법소년 흉악 범죄가 이어지면서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여론이 높아지자 정부도 검토에 착수했다.
한 장관은 지난 9일 "흉포화되고 있는 소년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 촉법소년 연령을 12세 미만으로 내리겠다고 약속한 만큼 법무부가 연령 하향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시민들 사이에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촉법소년 연령을 '만10세~만14세 미만'에서 '만10세~12세' 혹은 '만10세~만13세'로 하향 조정하는 데 찬성한다는 이들은 흉악 범죄자를 처벌함으로써 경각심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오모(29)씨는 "뉴스나 다큐멘터리를 보니까 소년원도 어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교도소에 불과해 보였고, 교화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면서 "촉법소년 연령 기준이 1950년대에 생겨서 지금까지 적용되고 있는데 그동안 교화가 잘 이뤄졌는지 판단해 보고, 효과가 없다면 연령을 낮추는 등 다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29)씨도 "뉴스에 나오는 촉법소년 범죄를 보면 중학생이 저질렀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사건이 많다"면서 "촉법소년이라서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나이를 방패로 삼으면서 저지르는 흉악한 범죄에 한해서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미리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반대한다는 이들은 처벌의 범죄 예방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령부터 낮추는 것은 청소년 전과자만 늘리는 꼴이라고 보고있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고등학생 정모(18)군은 "나이가 어린 만큼 재범 방지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위에 고등학생 친구들만 봐도 어리고 철이 없다. 판단력이 성인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어릴수록 나쁜 길로 빠지기 쉬운 것"이라면서 "성인과 같은 수준으로 처벌해버리기 전에 한 번쯤은 잘못된 길이라고 가르쳐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천에 거주한다는 김모(30)씨는 "처벌로 교화가 가능하다면 왜 성인들의 흉악 범죄는 반복되는가"라면서 "어리기 때문에 교화될 수 있는 청소년을 일찍이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처벌함으로써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