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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불안은 노인을 잠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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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사는 한씨(52 여)는 누구 못지않게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면서 살아왔다. 인생에 늘 자신이 있으며 자신의 스펙 또한 화려해 자신에게 갱년기나 노년기 따위는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폐경과 함께 갱년기는 찾아왔고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불안초조감을 느끼게 됐다. 나이에 대한 위기감에서 오는 불안초조가 아니라 병적인 불안초조였다.
입시에 시달리는 수험생, 일터에서 언제 밀려날지 몰라 초조한 직장인… 이처럼 경쟁사회 한 복판에 있는 현대인들의 불안은 자본주의 시대 이후 늘 주목받아왔다. 하지만 치열한 생계 현장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난 노인들이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노인들은 그 어떤 연령대보다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50대 환자 최고 많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2001년부터 2008년까지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정신 및 행동장애’로 분류 되는 ‘불안장애(F40, F41)질환’의 실진료환자수가 2001년 26만8000명에서 2005년 31만8000명, 2008년 39만7000명으로 나타나, 최근 8년간 1.5배로 연평균 5.8%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불안장애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았다. 성별 실진료환자수는 2008년 기준으로 남성이 14만2000명이고 여성은 25만5000명으로 나타나 여성이 남성보다 1.8배 많았다. 흔히 여성 갱년기가 더 혹독하고 우울증도 여성에게 더 많다는 속설이 어느 정도 입증된 셈이다.
연령별로는 50대 실진료환자가 8만3000명으로 가장 많아 노년층으로 접어드는 갱년기에 정신적 방황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그 다음으로 40대로 8만1000명, 60대 7만명, 30대 5만2000명, 70대 5만2000명 순(順)으로 나타났다. 10대 이하 연령에서도 1만5000명 가까운 실진료환자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상대적으로 노인들의 불안이 심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8년간 연령대별 실진료환자수 증가율은 이처럼 30대까지는 감소하다, 40대 이후부터 점차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70대 이상 연령층에서의 증가율이 두드러져 70대는 136%(2.4배, 연평균 13.1%↑), 80대 이상은 185%(2.8배, 연평균 16.1%↑)로 나타나 전체 연령대 증가율인 48%(1.5배, 연평균 5.8%↑)보다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다.
10만 명 당 실진료환자수는 작년 기준으로 825명(남성 : 587명, 여성 : 1,067명)이었고, 연령대별로는 70대(2,463명) > 80대이상(2,045명) > 60대(1,863명) > 50대(1,381명) > 40대(956명) 순(順)으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실진료환자수가 점차 많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방치하면 뇌기능 심혈관기능 이상
‘불안장애’ 질환의 상병별 건강보험 실진료환자수는 작년 기준으로 ‘상세불명 불안장애’(15만명) > ‘혼합형 불안 우울장애’(10만명) > ‘전신 불안장애’(6만9천명) > ‘공황장애(우발적 발작성 불안)’(4만5천명) 순(順) 이었으며, 그 밖에 사회공포증(1만4천명), 광장공포증(3천명), 특수한(고립된)공포증(1천명)의 실진료환자가 있었다.
‘불안장애’로 의한 건강보험 진료비는 2001년 390억원에서 2005년 501억원, 2008년 793억원으로 나타나, 작년 불안장애에 의한 건강보험 진료비는 2001년 보다 2배 이상 증가해 현대인들의 정신적 갈등이 얼마나 깊어지고 있는지를 드러냈다.
불안장애에 대한 증상과 예방, 관리요령 등에 대해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전문의 김어수 교수는 “불안장애는 다양한 신체적 증상을 일으키기 때문에 몸에 큰 병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 어지러움증, 가슴떨림, 호흡곤란, 소화장애 등의 증상이 계속 될 때는 불안장애를 의심해 봐야한다” 라며 “불안장애를 오래 방치할 경우 뇌기능과 심혈관기능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전문의를 찾아 자문을 구하고 치료 전략을 상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또한, 노인층의 불안증상 증가 이유에 대해서는 “노년기는 그 동안 자신을 보호해 주던 인간관계, 금전, 사회적 지위, 건강 등을 하나씩 잃어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원래 취약한 연령층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전 시대와 달리 자신의 노년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자식들만을 위해 자신의 노후를 대비하지 않았던 분들이 현실을 직면하면서 불안이 증가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 사람들은 살기 바쁘고, 그들을 키워냈던 노인들은 정작 의지할 곳이 없어진 모양새다. 여기에는 단순히 경제적인 것 뿐만 아니라, 신체적 건강과 기능의 상실시 누가 돌봐줄 것인지 등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불안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이다”고 진단했다.
노인 자살 일본보다 3배 이상 높아
많은 노인들은 가난과 건강 악화 소외감 등으로 스트레스와 박탈감을 경험하고 있다. 작년 통계청의 노인 통계에 의하면 65세이상 인구는 건강이 별로 좋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결과 자신의 건강이 ‘보통 이하’라는 대답이 80.4%나 됐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우울한 노인들이 각종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노인 범죄의 증가는 그 대표적 사례로 노인들이 살인 폭행 등의 과격한 범죄의 주범이 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노인들끼리의 학대 또한 점차 증가하는 양상이다.
노인 자살 또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자살하고 싶은 생각을 해 본 사람은 7.6%를 기록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70대는 8.2%, 80세이상은 9.9%로 연령이 높을수록 그 비율이 커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자살률에 대한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보다 고령화 속도가 빠른 일본(31.5명)과 비교해도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이는 사회복지 체계가 잘 갖춰진 일본에 비해 경제적 한파 등에 노인층이 더 많이 노출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갱년기 치료전문 수원석문한의원 윤종천 원장은 갱년기에 불안초조는 호르몬의 변화로 올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윤 원장은 “환경적인 변화와 함께 시작되기 때문에 갱년기 증세인지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젊었을 때는 의연하게 넘기던 일이 지금은 잘 안된다면 육체적 변화도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윤 원장은 “폐경이 오면서 여성만의 장기인 자궁의 변화가 생긴다. 난포가 생성되지 않고 그로인해 호르몬의 변화도 일어나게 된다. 호르몬은 참으로 신비한 물질이라 사람의 감정 상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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