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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고무줄’같은 휴대폰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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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들 불법 보조금 지원 적발 등으로 영업정지에 걸린 이후, 용산전자상가 휴대폰 매장엔 손님이 뚝 끊겼다. 매장 직원들이 지루하게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매일, 시간, 분마다 가격 변동폭 커

지난 6월 SK텔레콤, KTF, LG텔레콤, KT(PCS 재판매)등 이동통신 서비스 4사는 통신위원회로부터 ‘영업정지’ 라는 특단의 조치를 받았다. 통신위의 결정에 따라 LG텔레콤(6월21~7월20일), KTF(7월21일~8월19일), KT PCS(7월21~8월9일), SK텔레콤(8월20일~9월28일) 순으로 영업정지 기간동안에 신규가입이 금지되고 보상, 기기변경만 할 수 있다.

통신위는 영업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이후 보조금 지급 사례가 발견되면 과징금과 영업정지 병행조치, 대표이사 형사 고발 등 더욱 강력한 추가조치를 내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통사들의 보조금은 이 기간에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 SK텔레콤이 7월1일부터 KTF의 2차 번호이동이 시행됨에 따라 KTF 가입자 전환유치를 위해 단말기보조금을 지급한 행위가 다수 적발됐다. 일단 통신위는 시장상황을 고려해 SK텔레콤의 영업정지가 완료되는 9월28일 이후 재논의하기로 하고 추가징계를 유보키로 했다.
이는 지난달 18일 SK텔레콤 김신배 사장이 “가입자 늘리려다 추가제재를 받게 되면 책임을 묻겠다”고 단호하게 엄포를 놓은지 10여일만에 터져 관계자들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말 진대제 정통부 장관과 자리한 조찬회동에서 이통4사는 ‘클린마케팅’ 선언, 공정경쟁을 약속했었다.

하지만 7월1일부로 KTF 가입자를 대상으로 번호이동이 시작되면서 이 선언은 무용지물이 됐다.


지원금 줄었을 뿐…

영업정지 결정이 내려진 후, 휴대폰 시장의 총집결체격인 용산 전자상가와 테크노마트 휴대폰 매장을 찾았다. 손님으로 북적대던 여느때와 달리 썰렁한 분위기였다. 손님보다 휴대폰 매장과 직원수가 많다보니 자연스레 호객행위는 도를 넘어섰다. 매장의 한 직원은 “휴대폰 시장이 완전 망했나보다”면서 “경기탓도 있겠지만 요즘 휴대폰 영업정지 이후에 손님이 뚝 끊겼다”고 말한다.

이통사들의 영업정지 결정이 났지만 보조금 지원은 여전히 이뤄지고 있었다. 단말기값이 정찰제로 붙어있지만 가격은 매장마다 천차만별이다.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보조금 지원이 많이 줄어 전보다는 단말기 값이 많이 싸지 않다는 것이다.

휴대폰 판매직원은 “정부에서 자꾸 규제를 걸지만 보조금 지원은 안될 수 없다. 휴대폰 업체도 어쨌든 장사를 해야하는데 정부 눈치 때문에 손놓고 있겠나. 경쟁을 하려면 어쩔 수 없고 단지 단속될때는 보조금이 약하게(?) 지원된다. 단속에 적발되는건 한마디로 ‘재수없는 놈’이 걸리는 거다” 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휴대폰은 고무줄폰’이라는 말도 나온다. 물론 최신기종이 자꾸 쏟아져 나와 가격변동 폭이 심한 것도 있지만, 엄격한 단속에도 근절되지 않는 보조금 지원 때문이다. 매장직원들에 따르면, 휴대폰 단말기 모델과 가격은 똑같은데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금액은 매주, 매일, 심지어는 매시간, 분마다 다르게 지시돼 나올때도 있다.


영업정지기간 단말기값 내려

실제로 모 이통사 판매점 직원이 보여준 파일에는 해당 일과 시간까지 찍혀 가격표가 매겨져 있었다. 이 직원은 “단말기 모델과 특징은 수십종을 줄줄이 다 꿰고 있지만 손님들이 가격을 물어보면 직원들이 장부를 살펴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면서 “한대라도 더 팔아야 남기 때문에 손님이 오면 “어디까지 알아보셨어요”라고 묻고 판매가격을 조정해 나간다”고 말한다. 일례로 한 손님이 17만원하는 휴대폰을 사갔는데, 다음날 친구를 데리고 와 같은 휴대폰을 사겠다고 했지만 가격은 하룻만에 30여만원으로 뛴 적이 있다는 말을 한다.

가격조정도 대리점과 판매직원의 역량차이(?)에 있다. 판매상은 손님을 끌기 위해 가격형성이 안될 금액을 부르고, 알아본 손님이 단말기 값이 싸서 막상 구매하려 하면 ‘초기선납금, 충전기, 보증금, 부가서비스 등을 붙여 가격을 뺀다. 사실은 부과되지 않는 것들을 조건으로 달아 이윤을 남기고 파는 것이다.

영업정지 기간에 걸린 통신사업자 휴대폰은 가격이 떨어졌다. 신규모집이 금지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자사 고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019휴대폰 영업정지기간인 7월6일 권모씨는 12만원에 보상을 받아 휴대폰을 구입했는데 정지기간이 풀린 26일에는 같은 단말기 가격이 20여만원에 팔렸다.


공동감시단 운영은 ‘흐지부지’

하지만 통신사측은 한결같이 “회사차원에서 정책적으로 할 수 없다. 대리점에서 자체적으로 하는 건지는 몰라도 보조금 지원은 전혀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강력하게 부인한다. SK텔레콤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자들은 “SK텔레콤은 돈이 넘쳐나 보조금도 지급하고 하겠지만, 여력이 안돼 전혀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못박는다. 영업정지기간에 돌입한 KTF관계자는 “영업정지기간이라고 싸게 파는 건 있을 수 없고 들은 바도 없다. ‘정가판매’를 하고 있고 현재 클린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부인한다. 영업정지기간으로 민감한 시점에서 또 적발되면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때문에 조심하자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모 통신사 관계자는 영업정지 기간 휴대폰 보조금 지원 현실에 인정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대리점이 각종 수수료 명목으로 통상 요금의 4~7%를 가져간다. 과거에는 보조금과 각종 수수료가 따로 지원됐다. 그런데 지금은 보조금을 없앤 대신, 대리점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높게 책정해 편법으로 단말기 보조금처럼 사용된다는 것이다.
지난 1월 SK텔레콤, KTF, LG텔레콤과 KT 등 4사는 이통시장의 과열 혼탁을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이동통신 공동 시장감시단’을 발족했다. 그러나 야심차게 추진한 공동감시단은 현재 유명무실한 상태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발족만 했지 이후에 사무실과 직원 채용도 전혀 이뤄지지 않은채 흐지부지 됐다”면서 “SK텔레콤이 공짜폰 판매 등으로 협조를 안해서 그렇다”고 화살을 돌린다.

이통사들은 서로 자사고객을 뺏기지 않고 타사의 우량고객을 뺏아오려는 치열한 경쟁을 하면서도 통신위원회와 공정위원회의 눈치를 보며 영업이익을 늘리기 위해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자체 영업도 경기가 안좋아 힘든 판에 같은 사안에 대해 통신위와 공정위가 별개로 번갈아가며 조사와 벌이는 것에 대한 불만이 많다.

홍경희 기자 metell@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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