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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012년 종말론의 허상과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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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저명한 과학자들은 오랜 연구 끝에 실제로 멸망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하고 각국 정부에 이 사실을 알린다. 그리고 곧 고대인들의 예언대로 전 세계 곳곳에서는 지진, 화산폭발, 거대한 해일 등 각종 자연 재해들이 발생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최후의 순간이 도래한다. -영화 ‘2012’ 中에서 고대 마야문명부터 끊임없이 언급된 인류멸망을 소재로 한 재난영화 ‘2012’가 개봉과 동시 전 세계 극장가를 강타하고 있다. 2012년이라는 머지않은 미래에 지구가 멸망한다는 자극적인 소재여서인지, 아니면 최근 증폭되고 있는 2012년 지구멸망론과 절묘하게 시기가 맞아 떨어져서인지는 몰라도 하여간 이 영화는 11월 극장가 비수기를 뚫고 승승장구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흥미를 끄는 이유는, 단순히 흥미 위주의 영화적 소재 뿐만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는 데 있다.
2012년 12월21일 지구멸망 가능성은?
지구종말론은 1992년에도, 1997년에도 있었다. 하지만 21세기를 최첨단 기술과 정보화 사회에서 아직도 잘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왜, 굳이 2012년 12월21일이라는 특정날까지 언급되며 지구종말론이 또다시 네티즌들 사이에 힘을 얻고 있는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2012년 종말론은 일부 신자들에 의해 막연하게 제기됐던 과거 종말설과 달리, 매우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단서들을 들이대며 확산되고 있다는 차이를 가지고 있다.
종말론의 근거는 기원전 3114년 마야인들이 만들었다고 전해진 ‘마야 달력’이 2012년 12월21일에 끝났다는 것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지구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마야 전문가인 미국 오스틴텍사스대학 데이비드 스튜어트 교수는 “마야인들은 2012년에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그리피스천문대장 EC그룹 박사는 좀 더 구체적인 반론을 제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기원전 3114년 8월11일 시작된 마야 달력은 ‘백턴’이란 주기로 표시되고, 13백턴이 끝나는 날이 바로 2012년 12월21일이다. 즉 “2012년 12월21일 새로운 백턴이 시작되는 것이지,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백턴은 394년이 조금 넘는 14만4000일을 나타내는 마야의 날짜 계산 단위다.
종말론이 급속도로 퍼지자, 미 항공우주국(NASA)도 이례적으로 나서 “종말론은 과학적 사실이 아니다”며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마야달력의 2012년 12월21일은 끝이 아닌, 곧바로 새 주기가 시작된다는 것.
또 다른 가설은, ‘행성 X와 지구의 충돌’이다. 행성 X는 약 6000년 전 수메르인이 태양계에 존재한다고 주장한 행성 ‘니비루(Niniru)’다. 2003년 5월 이 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돈 적이 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시점이 2012년으로 미뤄진 것이다. 여기에 작년 2월 일본 고베대 연구팀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명왕성 바깥 카이퍼 벨트(명왕성 바깥 작은 얼음덩어리들이 모인 띠)에 태양계의 열 번째 행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이론을 밝히면서 2012년 지구멸망설은 더욱 힘을 실었다.
NASA "종말론, 근거 없다"
하지만 이 역시 근거 없는 주장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의견이다. 지구 대기권 안으로 진입해 오는 작은 소행성들은 종종 있지만 파괴력이 큰 행성 충돌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는 것. 이에 대해 NASA는 “태양계 밖에 ‘에리스’라는 행성이 떠돌고 있긴 하지만 지구에 64억km 이내로 근접하진 않는다”면서 “행성X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미국에서 행성을 지속적으로 관측하고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목록화 하고 있어 웬만한 파괴력을 지닌 행성의 움직임은 다 포착되고 있다는 것이 과학계의 일관된 설명이다. 실제로 미국 의회는 지난 1998년 NASA와 공군이 지름 1km 이상 크기 행성의 90%를 목록화하도록 결정한 바 있다.
그 외에 인터넷 상에선 노스트라다무스의 대예언, 주역의 기록, 웹봇의 예측 등이 2012년 지구멸망 단서로 자주 언급된다. 노스트라다무스 예언은 90년대 이탈리아에서 새로 발견된 노스트라다무스의 새로운 예언집에 따르면 성경과 정확히 일치하는 내용이 2012년 지구멸망이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노스트라다무스는 1999년에도 지구 멸망을 예언한 바 있었다.
테렌스 맥케나라는 사람은 주역에서 2012년 지구종말 내용이 적혀있다고 주장했다. 주역에 등장하는 64개의 상형을 수리적으로 분석하면 시간에 따른 그래프로 만들어지고 이것은 인류의 역사 변화와 흐름을 같이 한다. 그런데 이 그래프의 흐름이 4000년 인류사와 일치하고 끝나는 시기가 2012년이라는 주장이다.
'귀인행동‘의 사회적 현상
웹봇은 인터넷에 떠도는 모든 정보들을 수집하고 분석하는데, 이 정보에 따라 미래 금융시장을 예측한다. 9.11테러와 뉴욕시 대정전사건, 쓰나미, 콜롬비아호 공중폭발 사건 등을 예측해 세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런데 이 웹봇이 2012년 이후 자료는 분석이 되지 않으며 지구 온난화로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또한 2012년은 태양의 흑점이 활동하는 시기로, 행성들이 일렬로 정렬하고 자기장이 역전해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NASA는 “양극의 역전은 향후 수백년 안에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을뿐더러, 설혹 일어난다 해도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하지만 지구멸망의 단서에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천문연구원 문홍규 박사는 “종말론은 천문학과 관련해 종종 나오는 ‘이슈’일 뿐”이라며 “막연히 두려워하기 전에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냉철하게 본다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근거에도 NASA측이 일급비밀 수준의 위협적인 요소를 숨기려 해명에 나선 것이라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이 2008년 금융위기 확산 이후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반영한 ‘종말론’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고 해석한다. 종말론이라는 극단적인 이야기를 공유하는 사회현상 또한 현대인의 심리 특성을 반영한다는 것. 미래에 대한 공포가 종말론으로 구체화됐을 수 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는 “스스로 합리적이라 믿거나 현상을 논리적으로 잘 이해하려는 경우 가용한 다양한 정보나 단서들을 활용해 최고의 공포 시나리오를 만들게 된다”며 “이런 습관적인 행동을 ‘귀인(attribution)’”이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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