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8.05 (화)

  • 흐림동두천 29.3℃
  • 흐림강릉 30.6℃
  • 흐림서울 32.3℃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고창 32.7℃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강화 30.0℃
  • 흐림보은 29.2℃
  • 구름많음금산 31.4℃
  • 구름조금강진군 31.5℃
  • 맑음경주시 32.0℃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문화

귀신보다 무서운 전쟁

URL복사

공포영화 전쟁이 벌여졌던 올해 충무로는 그러나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칫상이었다. 긴 머리를 풀어 헤치고 관절을 꺾는 일본풍의 귀신들이 너무 많이 떠돌았고, ‘식스센스’류의 반전 강박증에 빠진 진부한 공포물들이 대부분이었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신경 거슬리는 효과음 때문에 진땀이 났고, 호러적 상상력 때문에 놀란 것이 아니라 여배우들의 치켜뜬 눈알 크기 때문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막차를 타고 나타난 ‘알포인트’는 굵직한 남성 공포로 일단 충무로 공포영화판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만은 분명하다.


손에 피 묻힌자, 돌아갈 수 없다
‘여고괴담’이 학교라는 폐쇄적 사회의 집단 공포를 모티브로 했다면, ‘알포인트’는 군대와 전쟁이라는 억압에서 발생되는 괴담을 소재로 했다. 각국의 병사들이 원인 모를 이유로 실종되거나 집단적으로 죽어나갔던 미스테리한 지역 알포인트. 이 곳에서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18명의 수색대원들로부터 구조요청 무선 호출이 날아온다.

최태원 중위(감우성)가 이끄는 9명의 소대원들은 실종된 대원들의 생사를 확인하라는 출동명령을 받는다. 대원들은 알포인트의 음산한 분위기와 밀림 입구에 서 있는 비문의 글귀 ‘손에 피 묻힌자, 돌아갈 수 없다’를 보고 꺼림칙한 기분에 휩싸인다. 그리고 공포는 현실이 되어 병사들의 원혼이 대원들 주변을 떠돌고, 사라졌던 병사들처럼 대원들도 하나 둘 죽어간다.

‘알포인트’의 강점은 소재의 신선함이다. 여자들의 비명으로 뒤덮였던 올해 공포물과는 확연히 차별되는 묵직한 이 호러물은 전쟁공포라는 한국영화사상 신 장르를 개척했다는 면에서 주목된다. 베트남전의 비인간성은 헐리우드에서 오래전부터 언급돼온 주제며, 공수창 감독이 각본을 쓴 ‘하얀 전쟁’과도 연결된다. 여기에 그의 또 다른 작품 ‘링’ ‘텔미썸딩’에서 드러난 공포 감각이 더해진다. 시나리오 작가에서 이 영화로 첫 메가폰을 잡은 공수창 감독은 제작단계부터 전쟁물과 공포영화 장르의 전형성에 새로운 시도를 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죄의식과 버림받은 자의 한
전쟁은 그 자체가 공포다. 이것이 ‘알포인트’의 핵심이다. 서로 영문 없이 죽여야 하는 피바다의 전쟁터에서 서서히 미쳐가는 심리적 분열을 큰 줄기로, 낯선 땅에서 용병으로 죽어가야 했던 밑바닥 소시민들의 한이 공포의 배경이다. 그 한은 귀신이 되고 또 다른 귀신을 만들어낸다. 병사들을 죽이는 것은 귀신이 아니라 귀신으로 상징되는 공포심과 죄의식이다. 그리고 자신이 살기 위해 남을 죽이는 행위가 곧 자살이라고 영화는 강조한다. 나열해보면 그리 새로울 것 없는 이 영화의 메시지는 젊은이들이 이라크로 파병되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다.

캄보디아 올 로케로 담아낸 울창한 밀림과 음산한 식민지풍 대저택, 오랜 강행군으로 실제로 지친 듯한 배우들의 표정과 끈적이는 색감, 숨막히는 공간 등이 어우러져 공포의 현장성을 더한다. 번개가 칠 때마다 드러나는 묘지의 십자가들, 물 속의 시체더미들 등의 감각적인 비주얼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도 엽기적 장면이나 피범벅, 혹은 놀람효과 등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영화의 미덕.

하지만 잘 만들어진 비주얼들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에서는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버림받은 병사들의 슬픔도, 서로를 죽여야 하는 끔찍한 상황도 무리 없이 묘사했지만 익히 보고 듣고 알고 있는 그 이상의 구체성이 없다. 전쟁이 얼마나 소름끼치는 공포인지에 대한 남다른 성찰이 필요한 소재였는데, ‘알포인트’는 이 부분에서 미진하다. 인물들의 감정이 지극히 장르적 규칙성 안에 갇혀 있기 때문에 깊숙한 공감은 어렵다. 학살당한 주민들의 한에 대해 언급은 있고 구체화는 부족한 것, 캐릭터들이 평범함만 강조되고 개성이 약한 점 등은 아쉽다. 감우성의 이미지 또한 매력적이지만 캐릭터는 특별하지 않다. 물론 인간군상을 상징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안배 배치하는 도식적 구조보다는 백배 훌륭한 선택이긴 하다. 밋밋한 캐릭터와 상투적 캐릭터 두 가지 모두를 피해야겠지만 어렵다면 전자가 낫다. 그런데 ‘알포인트’는 상투성에서도 완전히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New Movie

삼인삼색·쓰리 몬스터
감독 : 박찬욱, 프루트 챈, 미이케 다카시/ 주연 : 이병헌, 강혜정, 와타나베 아츠로, 미라미


아시아에서 희귀한 개성으로 인정받은 3인의 감독이 각각 40분씩의 ‘중편’을 만들어 결합했다. 능력 있고 부유하고 착한 인기 영화감독이 어느날 괴한의 침입을 받고 아내의 손가락과 살인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끔찍한 딜레마에 빠진다는 박찬욱 감독의 ‘컷’, 17년 전 죽은 쌍둥이 언니가 다시 찾아온다는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박스’, 낙태한 태아로 만들어진 젊어지는 만두에 얽힌 인간의 탐욕을 조망한 프루트 챈 감독의 ‘만두’ 3편으로 이루어진 옴니버스 영화다.



공항의 노숙자·터미널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 주연 : 톰 행크스, 캐서린 제타 존스, 스탠리 투치


‘뉴욕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일단은 입구까지만…!’ 동유럽 작은 나라 ‘크로코지아’의 평범한 남자 빅터 나보스키. 뉴욕 입성의 부푼 마음을 안고 JFK 공항에 도착한다. 그러나 입국 심사대를 빠져 나가기도 전에 들려온 청천벽력 같은 소식! 바로 그가 미국으로 날아오는 동안 고국에선 쿠데타가 일어나고, 일시적으로 ‘유령국가’가 됐다는 것. 고국으로 돌아갈 수도, 뉴욕에 들어갈 수도 없게 된 빅터. 아무리 둘러봐도 그가 잠시(?) 머물 곳은 JFK 공항 밖에 없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양곡관리법·농안법, 국회 본회의 통과...농안법도 국회 본회의서 가결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윤석열 前대통령 1호 거부권'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과잉 생산된 쌀을 매입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시장 가격이 기준 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차액을 지원하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이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찬성 199표, 반대 15표, 기권 22표로 가결했다. 쌀값이 급락한 경우 초과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규정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됐다가 윤석열 정부 당시 거부권이 처음 행사돼 폐기된 바 있다. 민주당이 재추진한 이번 개정안의 수정안에서 여야는 사전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통한 수급 조절, 당해년도 생산 쌀에 대한 선제적 수급조절 및 수요공급 일치, 쌀 초과 생산 및 가격 폭락 시 수급조절위원회가 매입 관련 심사 등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수산물 시장가격이 기준 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차액을 지원하는 내용의 농안법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표결 결과 찬성 205표, 반대 13표, 기권 19표가 나왔다. 농안법 개정안은 국내 수요보다 농수산물이 초과 생산되지

경제

더보기
IBK기업은행, 창립 64주년 기념식 개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IBK기업은행은 1일 창립 64주년을 맞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임직원 약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64주년 기념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날 김성태 은행장은 중소기업을 향한 사명감과 진심을 원동력으로 성장해 온 기업은행의 역사를 돌아보며 글로벌 초일류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도전과제를 밝혔다. 김 행장은 “특히 올해 전례 없는 각종 위기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면서, 미국 발 관세위기 등 대내외 위기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중기대출 지원으로 중기금융 역대 최대 점유비를 달성하는 한편, 소상공인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상생금융을 적극 실천한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아울러 ‘하남데이터센터 이전’과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 유치’ 등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사업자등록 원스톱 서비스’, ‘AI 기술을 활용한 보이스피싱 탐지기술 도입’ 등을 통해 고객가치를 최우선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한 것도 그간의 주요 성과로 꼽았다. 이어 “불확실성의 위기가 심화할수록 변하지 않는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고객을 향한 진실 되고 선한 마음으로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혁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대생 전공의 복귀하려면 무조건 사과부터 해야
지난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 이탈했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지난 14일 전격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17개월 만에 의정 갈등이 마침표를 찍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복귀자들에 대한 학사일정조정, 병역특례, 전공의 시험 추가 응시기회 부여 등 특혜 시비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의정갈등의 불씨는 계속 남아있게 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1년5개월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의정 갈등의 해법은 의대생, 전공의들이 무조건 국민과 환자들에게 의정 갈등으로 인한 진료 공백 사태에 대해 사과부터 하고 그 다음 복귀 조건을 제시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지난해 2월부터 발생한 의정 갈등은 정부가 고령화 시대 의료 수요 증가와 지역·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지역의료 강화, 필수 의료 수가 인상 등을 묶어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강행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인력 배치’의 불균형 문제이며, 의료개혁이 충분한 협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었다고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의료계는 의사 수 증가가 오히려 과잉 진료와 의료비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