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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디즈니에 동화하든 거부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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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브로드웨이 뮤지컬 ‘미녀와 야수’가 드디어
국내 관객을 만난다. 세상을 놀라게 한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를 뮤지컬로 재현한 이 작품은
1994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그 해
토니상 9개 부문 후보에 선정됐으며, 앤 하우드워드의
환상적이고 정교한 의상으로 ‘의상상’을 수상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역사상 7번째로 장기 공연되고 있으며,
뉴욕은 물론 도쿄 런던 슈투트가르트 시드니 비엔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전세계 20여 도시에서 2,400만명이 관람해오고
있는 가장 대중적인 뮤지컬 중 하나다.
이번 국내 공연을 위해 디즈니의 크리에이브팀과 스탭들이
내한해 직접 제작을 책임졌다. 무대 의상 조명 소품 등
작품에 관련된 모든 하드웨어를 그대로 공수해왔는데
확실히 차원이 다르다.

그래도 재밌다
‘미녀와 야수’가 원작 동화에서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과 뮤지컬로 거듭나면서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핵심적 이유는 ‘아름다움과 사랑에 대한 탐구’라는 테마 때문일 것이다. 애니메이션과 뮤지컬은 시대와 국경을 넘어서는 이 매력적인 주제를 더욱 강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성차별 같은 원작이 안고 있는 세계관의 한계를 캐릭터의 재창조와 유머로 희석시켰다.

뮤지컬에서 벨은 적극적인 여자로 그려지며, 마초인 가스통을 만들어냄으로써 야수의 순수함은 부각됐다. 이데올로기의 폭력성은 눈에 띄지 않으며 현란하고 유쾌하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는 더욱 교묘하다. ‘외모보다 내면이지’라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외적 화려함을 갈망하는 현대인의 욕망처럼, ‘미녀와 야수’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중요시하는 척하면서 본질적으로는 외모에 집착한다.

흉측한 외모는 ‘저주’며 명백한 불행이다. 의지가 강하며 개성 넘치는 인물로 그려진 벨 또한 왕자를 만나 공주가 되는 신데렐라인 것만은 어쩔 수 없다. 벨의 실체는 상냥함 착함 등 전통적 여성상에 가족주의 등 보수적 세계관이 집약돼 있다. 물론 순수함으로 포장된 상업성, 주류 질서의 세뇌 등 디즈니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삼스럽게 세계관 문제를 지적하는 이유는 이 점이 ‘미녀와 야수’의 거의 유일한 흠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흠은 시각에 따라 치명적일 수 있다. 하지만 디즈니식 이데올로기 주입 방식에 웬만큼 민감한 사람이라도 그 즐거움을 거부하기란 무척 어렵다. 맥도날드 햄버거가 ‘그래도 맛있는’ 것처럼, 디즈니 작품은 ‘그래도 재미있다’. 그래서 교묘하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듯한
디즈니적 가치관에 동화될 수만 있다면 너무나 낭만적이고 감동적인 뮤지컬이다. 가스통과 집안의 ‘사물들’은 웃음을 멈출 수 없게 한다. 벨이 서제에서 야수에게 책을 읽어 주는 장면은 로맨틱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슈렉’에 절대 동감했던 디즈니 비판자라도 ‘미녀와 야수’는 가치가 있는 뮤지컬이다. 데이빗 카퍼필드가 참가했다는 공중변신과정 등의 마술쇼를 연상시키는 장면들은 경이롭다. 드라마와 호흡하는 미술은 굉장히 섬세하다. 세트와 소품, 장면 전환 방식도 놀랍다. 캐릭터를 완벽히 표현하면서 판타지를 강조하는 의상은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게 한다. 이미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에서 검증됐듯이 선율은 감동적이며 캐릭터는 사랑스럽다.

가스통을 추켜세우며 친구들이 요란스럽게 부르는 ‘가스통’(Gaston)은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명장면. 벨을 환영하는 저녁 식사 장면인 ‘어서 오세요’는 1930년대 브로드웨이 쇼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이미지들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무대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눈부신 장면들을 보여준다.

조정은은 벨의 캐릭터에 안정적으로 부합되는 편이지만, 야수 역의 현광원은 빈약한 느낌이다. 캐릭터 자체가 애니메이션에 비해 카리스마가 감소되고 순진함이 작위적으로 부각된 것도 매력을 반감시켰다. 애니메이션에서 ‘사물들’이 ‘매혹의 결정타’이듯, 조연들의 연기가 공연을 매력을 끌어올린다. 특히 가스통을 연기한 이정용은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듯한 표정과 동작 연기로 극찬을 받았고 르푸 역을 맡은 박계환의 현란한 슬랩스틱도 볼거리다.

애니메이션에 내려졌던 찬사는 고스란히 뮤지컬 ‘미녀와 야수’의 것이기도 하다. 뮤지컬은 애니메이션의 복사판이며, 한국 공연은 브로드웨이 공연을 그대로 옮겼다. 애니메이션에서 상상했던 세계를 실제로 보는 즐거움이 뮤지컬 ‘미녀와 야수’의 정수다. 판타지를 수단으로 보수적 이데올로기를 강화시키는 디즈니의 힘이 현장감 넘치는 무대에서도 통하는 것이 놀랍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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