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2025.08.05 (화)

  • 흐림동두천 29.3℃
  • 흐림강릉 30.6℃
  • 흐림서울 32.3℃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고창 32.7℃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강화 30.0℃
  • 흐림보은 29.2℃
  • 구름많음금산 31.4℃
  • 구름조금강진군 31.5℃
  • 맑음경주시 32.0℃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문화

디즈니에 동화하든 거부하든

URL복사



초대형 브로드웨이 뮤지컬 ‘미녀와 야수’가 드디어
국내 관객을 만난다. 세상을 놀라게 한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를 뮤지컬로 재현한 이 작품은
1994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그 해
토니상 9개 부문 후보에 선정됐으며, 앤 하우드워드의
환상적이고 정교한 의상으로 ‘의상상’을 수상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역사상 7번째로 장기 공연되고 있으며,
뉴욕은 물론 도쿄 런던 슈투트가르트 시드니 비엔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전세계 20여 도시에서 2,400만명이 관람해오고
있는 가장 대중적인 뮤지컬 중 하나다.
이번 국내 공연을 위해 디즈니의 크리에이브팀과 스탭들이
내한해 직접 제작을 책임졌다. 무대 의상 조명 소품 등
작품에 관련된 모든 하드웨어를 그대로 공수해왔는데
확실히 차원이 다르다.

그래도 재밌다
‘미녀와 야수’가 원작 동화에서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과 뮤지컬로 거듭나면서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핵심적 이유는 ‘아름다움과 사랑에 대한 탐구’라는 테마 때문일 것이다. 애니메이션과 뮤지컬은 시대와 국경을 넘어서는 이 매력적인 주제를 더욱 강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성차별 같은 원작이 안고 있는 세계관의 한계를 캐릭터의 재창조와 유머로 희석시켰다.

뮤지컬에서 벨은 적극적인 여자로 그려지며, 마초인 가스통을 만들어냄으로써 야수의 순수함은 부각됐다. 이데올로기의 폭력성은 눈에 띄지 않으며 현란하고 유쾌하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디즈니의 ‘미녀와 야수’는 더욱 교묘하다. ‘외모보다 내면이지’라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외적 화려함을 갈망하는 현대인의 욕망처럼, ‘미녀와 야수’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중요시하는 척하면서 본질적으로는 외모에 집착한다.

흉측한 외모는 ‘저주’며 명백한 불행이다. 의지가 강하며 개성 넘치는 인물로 그려진 벨 또한 왕자를 만나 공주가 되는 신데렐라인 것만은 어쩔 수 없다. 벨의 실체는 상냥함 착함 등 전통적 여성상에 가족주의 등 보수적 세계관이 집약돼 있다. 물론 순수함으로 포장된 상업성, 주류 질서의 세뇌 등 디즈니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삼스럽게 세계관 문제를 지적하는 이유는 이 점이 ‘미녀와 야수’의 거의 유일한 흠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흠은 시각에 따라 치명적일 수 있다. 하지만 디즈니식 이데올로기 주입 방식에 웬만큼 민감한 사람이라도 그 즐거움을 거부하기란 무척 어렵다. 맥도날드 햄버거가 ‘그래도 맛있는’ 것처럼, 디즈니 작품은 ‘그래도 재미있다’. 그래서 교묘하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듯한
디즈니적 가치관에 동화될 수만 있다면 너무나 낭만적이고 감동적인 뮤지컬이다. 가스통과 집안의 ‘사물들’은 웃음을 멈출 수 없게 한다. 벨이 서제에서 야수에게 책을 읽어 주는 장면은 로맨틱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슈렉’에 절대 동감했던 디즈니 비판자라도 ‘미녀와 야수’는 가치가 있는 뮤지컬이다. 데이빗 카퍼필드가 참가했다는 공중변신과정 등의 마술쇼를 연상시키는 장면들은 경이롭다. 드라마와 호흡하는 미술은 굉장히 섬세하다. 세트와 소품, 장면 전환 방식도 놀랍다. 캐릭터를 완벽히 표현하면서 판타지를 강조하는 의상은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게 한다. 이미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에서 검증됐듯이 선율은 감동적이며 캐릭터는 사랑스럽다.

가스통을 추켜세우며 친구들이 요란스럽게 부르는 ‘가스통’(Gaston)은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명장면. 벨을 환영하는 저녁 식사 장면인 ‘어서 오세요’는 1930년대 브로드웨이 쇼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이미지들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무대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눈부신 장면들을 보여준다.

조정은은 벨의 캐릭터에 안정적으로 부합되는 편이지만, 야수 역의 현광원은 빈약한 느낌이다. 캐릭터 자체가 애니메이션에 비해 카리스마가 감소되고 순진함이 작위적으로 부각된 것도 매력을 반감시켰다. 애니메이션에서 ‘사물들’이 ‘매혹의 결정타’이듯, 조연들의 연기가 공연을 매력을 끌어올린다. 특히 가스통을 연기한 이정용은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듯한 표정과 동작 연기로 극찬을 받았고 르푸 역을 맡은 박계환의 현란한 슬랩스틱도 볼거리다.

애니메이션에 내려졌던 찬사는 고스란히 뮤지컬 ‘미녀와 야수’의 것이기도 하다. 뮤지컬은 애니메이션의 복사판이며, 한국 공연은 브로드웨이 공연을 그대로 옮겼다. 애니메이션에서 상상했던 세계를 실제로 보는 즐거움이 뮤지컬 ‘미녀와 야수’의 정수다. 판타지를 수단으로 보수적 이데올로기를 강화시키는 디즈니의 힘이 현장감 넘치는 무대에서도 통하는 것이 놀랍다.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저작권자 Ⓒ시사뉴스
제보가 세상을 바꿉니다.
sisa3228@hanmail.net





커버&이슈

더보기

정치

더보기
양곡관리법·농안법, 국회 본회의 통과...농안법도 국회 본회의서 가결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윤석열 前대통령 1호 거부권'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과잉 생산된 쌀을 매입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시장 가격이 기준 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차액을 지원하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이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찬성 199표, 반대 15표, 기권 22표로 가결했다. 쌀값이 급락한 경우 초과 생산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규정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됐다가 윤석열 정부 당시 거부권이 처음 행사돼 폐기된 바 있다. 민주당이 재추진한 이번 개정안의 수정안에서 여야는 사전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통한 수급 조절, 당해년도 생산 쌀에 대한 선제적 수급조절 및 수요공급 일치, 쌀 초과 생산 및 가격 폭락 시 수급조절위원회가 매입 관련 심사 등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수산물 시장가격이 기준 가격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차액을 지원하는 내용의 농안법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표결 결과 찬성 205표, 반대 13표, 기권 19표가 나왔다. 농안법 개정안은 국내 수요보다 농수산물이 초과 생산되지

경제

더보기
IBK기업은행, 창립 64주년 기념식 개최
[시사뉴스 홍경의 기자] IBK기업은행은 1일 창립 64주년을 맞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임직원 약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64주년 기념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날 김성태 은행장은 중소기업을 향한 사명감과 진심을 원동력으로 성장해 온 기업은행의 역사를 돌아보며 글로벌 초일류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도전과제를 밝혔다. 김 행장은 “특히 올해 전례 없는 각종 위기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면서, 미국 발 관세위기 등 대내외 위기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중기대출 지원으로 중기금융 역대 최대 점유비를 달성하는 한편, 소상공인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하고 상생금융을 적극 실천한 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아울러 ‘하남데이터센터 이전’과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 유치’ 등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사업자등록 원스톱 서비스’, ‘AI 기술을 활용한 보이스피싱 탐지기술 도입’ 등을 통해 고객가치를 최우선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한 것도 그간의 주요 성과로 꼽았다. 이어 “불확실성의 위기가 심화할수록 변하지 않는 가치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고객을 향한 진실 되고 선한 마음으로 고객의 가치를 높이는 혁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

오피니언

더보기
【박성태 칼럼】 의대생 전공의 복귀하려면 무조건 사과부터 해야
지난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집단 이탈했던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지난 14일 전격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 17개월 만에 의정 갈등이 마침표를 찍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복귀자들에 대한 학사일정조정, 병역특례, 전공의 시험 추가 응시기회 부여 등 특혜 시비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의정갈등의 불씨는 계속 남아있게 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1년5개월 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있는 의정 갈등의 해법은 의대생, 전공의들이 무조건 국민과 환자들에게 의정 갈등으로 인한 진료 공백 사태에 대해 사과부터 하고 그 다음 복귀 조건을 제시하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지난해 2월부터 발생한 의정 갈등은 정부가 고령화 시대 의료 수요 증가와 지역·필수의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지역의료 강화, 필수 의료 수가 인상 등을 묶어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강행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인력 배치’의 불균형 문제이며, 의료개혁이 충분한 협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었다고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의료계는 의사 수 증가가 오히려 과잉 진료와 의료비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