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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것이 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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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 연극다운 연극이 없다고 한다. 저질이거나 구태의연하거나 지루하거나…. 연극팬들은 요즘 연극 다수가 이 중 하나라고 투덜댄다. 저물어가는 장르라는 진부한 비관론도 연극판을 꾸준히 떠돌아다닌다. 하지만, 연극은 여전히 존재하고 좋은 연극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악어컴퍼니의 9번째 작품 ‘아트’는 바로 그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연극이다. 연극이라는 장르의 장점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이 작품은 인간관계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지적인 유머로 풀어내는 수작이다.


친구가 별 볼일 없는 그림을 거액에 샀다면?
누군가와 우정이 시작될 때 흔히 ‘코드가 맞는다’는 느낌을 갖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 서로에 대한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그때 정체를 알 수 없는 배반감과 납득하기 어려운 적대감을 경험하게 되는데, 물론 이 비논리적 감정들은 표면화되지 않는다. 몸에 익은 기술로 관계는 유지되지만 보이지 않는 작은 균열들이 마침내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 혹은, 스멀스멀 멀어져 간다.
연극 ‘아트’는 인간관계에서 흔하게 빚어지는 이 같은 일상적 문제를 섬세하게 짚는다. 이를테면 친구가 별 볼일 없어 보이는 그림을 엄청난 거액을 주고 구입한다면? 연극에서 규태(정보석-권해효役)는 민감한 반응을 일으킨다. 지방 공과대학교수인 규태는 청담동 피부과 의사인 친구 수현(이남희-조희봉役)이 1억8,000만원이나 되는 큰 돈을 주고 구입한 하얀 색 바탕에 하얀 줄이 그어져 있는 앙트로와의 그림을 보자마자 ‘판떼기’라고 비웃는다. 규태는 낙천적이고 헐렁한 또 다른 친구 덕수(유연수-이대연役)를 찾아가 “너라면 하얀 바탕에 하얀 줄이 있는 그림을 얼마주고 사겠냐?”며 하소연 한다.
동대문에서 원단 사업을 하다 최근 문구 업체에 취직한 덕수는 수현과 규태 사이를 조율하며 갈등을 풀기 위해 노력하지만 세 사람의 관계는 꼬여만 가고, 쌓여왔던 감정은 폭발한다. 규태는 “난 그냥 내가 아는 대로 너희들을 대했다. 그냥 내 방식대로 너희를 대했다고. 근데 그게 너한테는 뭔가 강요한 꼴이 됐냐?”며 말하고, 수현은 “사람을 제발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배워라”고 반박한다. 둘 사이에서 안절부절 못하던 덕수는 “내가 누구야? 무게 안 잡고, 자기 의견도 없고. 난 그냥 깍두기야!”라며 자괴한다.


일상적이고 날카로운 대사가 압권
이 작품은 현대연극의 정점에 서 있는 프랑스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대표작을 원작으로 만든 연극답게 상당히 세련됐고 감각적이다. 기승전결의 형식적 드라마 구조가 아닌 일상적 단면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조명이나 미술 모두 간결하다. 그림을 바꾸는 간단한 변화로 공간을 이동하는 방식이나 장면과 장면의 이음새 또한 무대예술의 미학을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 원작의 힘을 무시할 수 없을 듯 하다. 남자의 우정에 대한 경직된 고정관념에 메스를 가하는 작가의 섬세한 관찰력과 통찰력은 놀랍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대사는 한 문장도 놓치기 아까울 만큼 유머러스하고 날카롭다. 물론, 원작의 철학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완벽히 한국식으로 바꾼 번안 또한 칭찬할 만하다. 4년이나 공 들였다는 번안 작업은 수정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다. 지극히 이 땅 이 시간에 사는 사람들에게 부합되는 설정들로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관객은 쉽게 동화된다. 오히려 웬만한 창작극보다 더 리얼하고 더 일상적이고 더 생활밀착적이다. 예를 들어 덕수가 엄마와 통화 내용을 들려주는 장면에서, “그년이 그러자던? 그래 그렇겠지 여우같은 기집애에 홀려야 네가 한씨 집안 자식이지. 한씨 집안 남자들은 하나같이 그렇잖아” 같은 대사는 한국적 특수성을 너무나 정확하게 짚어낸다. 물론 번역극인 부분은 아쉽다. 꼭 창작극이어야 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같은 희곡이 한국에서 찾기 드물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캐릭터와 캐스팅, 그리고 연기의 하모니
이 연극의 빠질 수 없는 미덕은 캐릭터. 세 명의 캐릭터는 보편적이면서도 개성이 강하다. 소심하고 유치하고 비겁한 보통사람들이지만 그 누구도 미워할 수 없는 인물들. 이 때문에 연기 또한 묵직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데 연출가 황재헌 또한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아트’는 대학로의 대표적 연기파와 스타 연기자들이 펼치는 연기대결로 개막전부터 화제가 됐다. 화-목-토요일에는 정보석 이남희 유연수가, 수-금-일요일에는 권해효 조희봉 이대연이 출연하는데 이 리뷰는 ‘화-목-토요일 파트’를 보고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연기에 대해 한정된 평가밖에 할 수 없음에 양해를 구한다. 어쨌든 정보석, 이남희, 유연수에 한해 말하자면 ‘퍼펙트’를 외칠 수밖에 없다.
정보석은 캐스팅의 승리다. 민감하고 소심한 지식인의 이미지는 정보석 자체가 가지고 있는 배우로서의 이미지와 절묘하게 오버랩 된다. 어눌한 말투와 표정으로 인상적인 캐릭터를 창조해낸 유덕수는 개인기에 가까운 수다 연기로 관객을 제압한다. 캐릭터를 완전히 이해하고 섬세하게 표현하는 이남희의 고차원적 연기는 굉장한 깊이를 가지고 있다. 이들의 앙상블은 생생한 대사와 만나면서 연극에 미묘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연출가 황재헌은 원작을 처음 접했을 때 감흥을 “사이다가 터지는 기분이었다”고 표현했는데, 연극 ‘아트’에 대한 느낌을 설명하는데도 이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아트’는 사이다가 터지는 신선한 충격들이 이어지는 맛깔스럽고 상쾌한 연극이다.


10월3일까지/ 학전블루소극장
문의: (02)764-8760

정춘옥 기자 ok337@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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