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다니던 A씨(서울.29세)는 회사의 경영악화로 월급이 지연돼 나오자 회사측과 협의해 실업급여를 받게 해 주는 조건으로 퇴사했다. 그는 노동부에 실업급여를 신청해 퇴직전 임금의 반을 받고 있다.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원하는 연봉과 조건에 재취업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 당분간 임시 직장을 다니면서 실업급여를 탈 수 있는 방안을 생각했다. 그는 4대 보험에 들지 않은 곳에 취직했고 재취업 신고는 물론, 소득신고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그는 현재 전직장에서 받은 월급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으면서 ‘자기 만족’을 하고 있다. “일종의 투잡이라고 생각해요. 경기도 안좋은데 원하는 곳에 취직할 수 없을 바에야 당분간 돈에 만족하면서 일해야죠.” 그는 현재 직장을 다니면서 틈틈이 다른 일을 알아보고 있다.
실업급여 부정수급자 지난해보다 15.9% 늘어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실직자가 늘면서 실업급여 수급자가 증가하고 있고, 그에 따른 부정 실업급여 수급자도 크게 늘고 있다.
실업급여는 지난 1995년부터 회사경영이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퇴직한 실직자의 생계안정과 재취업을 위해 고용보험에서 지원하고 있다. 나이나 고용보험 가입 기간에 따라 90~240일간 퇴직전 평균 임금의 50%(하루 최고 3만5,000원)를 2주마다 한번씩 지급된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들어 6월까지 실업급여 부정수급자 수가 2,84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450명보다 15.9% 증가했다. 2001년 4,433명, 2002년 4,555명, 작년 4,572명으로 늘고 있다. 이들이 받은 실업급여액도 2001년 14억4,600만원, 2002년 20억6,200만원, 작년 17억8,800만원에 이어 올 상반기에만 10억6,700만원으로 늘어나고 있다. 실업급여 부정수급자의 증가로 막대한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것이다.
부정수급 유형은 실직했다 재취업 사실을 신고하지 않거나 허위로 신고한 경우, 이직사유 또는 임금 등을 위, 변조한 경우가 많다. 또 근로소득을 신고하지 않거나 구직활동을 허위로 신고한 경우 등이다.
당국의 솜방망이 처벌노동부는 실업급여 부정 수급자가 크게 늘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실업급여 수급자 증가와 더불어 수급자의 도덕불감증 때문으로 분석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실업급여자가 늘면서 부정수급자도 그만큼 늘어난 것 같다. 경기불황에 따른 도덕불감증도 큰 요인이 된다”면서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등 각종 전산망이 연계돼 있어 실업급여 부정 수급때 적발된다”고 말한다.
실업급여자의 ‘착오’로 부정수급자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송파고용안정센터 김인숙 실업급여팀장은 “의도적으로 부정수급을 하는 경우는 전체 40% 정도일 것 같다. 실업급여를 받던 사람이 취직을 해놓고도 잊어버리고 재취업 신고를 하지 않아 부정수급자가 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의 실업급여 관리 소홀 등 허점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감사원의 노동부 감사결과에서 2001년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노동부가 적발하지 못한 실업급여 수급자수가 192명(8,500만원)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감사원이 적발한 실업급여 부정 수급자 중에는 직장 근무자가 176면으로 가장 많았고 사업주 9명, 사립학교 교직원 7명 등이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노동부가 국민연금관리공단 연금가입자 자료 등을 활용하지 않은 채 사업주의 신고에만 의존, 고용보험 피보험자(보험 가입 근로자)를 관리하는 바람에 취업자에게 실업급여가 지급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처벌규정이 미미하다는 것도 실업급여 부정수급자 증가를 부추긴다. 적발되지 않으면 ‘다행’인 것이고, 운이 나빠 적발되더라도 크게 해가 될 게 없다.
때문에 부정수급자 중의 대부분은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프리랜서나 아르바이트를 한다. 하지만 부업소득 신고는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일부러 실업급여만 노리고 있는 실직자도 있다. 또 ‘일단 취직부터 하고 보자’는 생각에서 취직이 돼도 앞일을 알 수 없는 상황에 당분간은 재취업 신고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구직활동의 증명이 필요하나, 이도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 아무데나 이력서를 내고 증명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고용주와 짜고 허위 실업급여 받기도
각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실업급여 부정수급에 대한 내용이 많이 올라 와 있다. 심지어 편법으로 부정수급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문의글들도 상당수 있다. 한 네티즌은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실업급여가 중단되냐”는 질문에 “아르바이트의 경우 대부분의 고용주가 4대보험 가입신고를 하지 않을 것이므로 소득이 노출되는 일이 없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답글도 있었다.
부정수급을 하면 취업사실 미신고, 재취업활동 허위 신고 등 한 번의 경미한 부정행위를 한 경우 실업급여가 지급되지 않는다. 또 근로제공, 소득발생 사실을 신고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신고한 경우 구직 활동내역을 허위로 신고하는 경우 1회에 한해 지급액을 반환받고 이후 구직급여 및 취직촉진수당은 지급한다. 그러나 부정수급 후에라도 자진신고한 경우에는 추가징수를 면제받을 수 있다.
사업주와 고용인이 짜고 실업급여를 받게 해 주는 경우도 이미 비일 비재하다. 상황만 봐주면 개인사정으로 퇴사했어도 퇴사이유를 ‘권고사직’으로 해 놓으면 실업급여를 탈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도 손해날 게 전혀 없기 때문에 ‘인정상’ 그렇게 해 주는 것이다. 다만 3개월 이전에 인력을 재충원하면 회사측에 지원되는 고용지원금이 중단된다.
사업주가 연대해 부정수급이 이뤄질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되지만, 이도 사업주와 고용인이 퇴직 사유를 ‘권고사직’으로 입을 맞추면 사실상 알아낼 방법은 없다.
실업급여 지급자 부정수급자 비율 부정수급액 | |||||||||||||||||||||||||||||
(단위:명, 백만원) | |||||||||||||||||||||||||||||
| |||||||||||||||||||||||||||||
출처 : 노동부 |
홍경희 기자 metell@sisa-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