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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의 엇박자, 엇갈리는 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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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개최가 무르익었다는 논의가 무성하다. 이미 남북은 몇 차례 접촉했고 개최 합의를 위한 구체적 조건까지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연내 가능성을 거론했던 대통령은 급한 불을 끄기라도 하듯 회담을 위한 댓가는 있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대통령의 발언을 자의적으로 고쳐 공개한 청와대 대변인의 소동을 보면 역설적으로 정상회담 진행의 신빙성을 짐작케 한다. 이래저래 수면 아래서 남북이 정상회담 논의를 진행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인 듯하다.


각종 실무회담도 진행중이다. 개성공단 실무회담에 이어 금강산관광 실무접촉도 논란은 있었지만 진행되었다. 3통(통관·통신·통행)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군사실무회담도 이미 북이 제안해놓은 상태다. 신년 초부터 북은 남북관계 진전에 강한 의지를 보였고 옥수수 1만톤 수용을 비롯해 적극적 행보를 보여왔다. 이명박 대통령도 신년 연설에서 남북관계의 전기 마련을 강조했고 급기야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이모저모로 남북관계가 진행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관계개선 조짐 속 여전한 냉기류


물론 남북관계의 긍정적 흐름을 무조건 낙관만 할 수 없는 다른 기류도 존재한다. 남쪽의 급변사태 거론에 대해 북은 국방위원회 명의의 고강도 비난성명을 내놓는가 하면 남쪽을 겨냥한 육해군 합동군사훈련도 보여줬다. 김태영 국방장관의 선제공격 시사 발언은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급기야 북은 NLL을 겨냥한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하고 대대적인 해안포 사격으로 무력시위를 벌였다.


대화와 회담이 진행되는 한편으로 긴장과 갈등이 지속되는 강온 양면의 두 기류가 남북관계에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 커트 캠벨 미 국무부 차관보가 방한하고 왕 자루이(王家瑞) 대외연락부방이 방북하는 등 주변국의 외교적 움직임도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2010년 한반도의 지각변동 조짐이 시작된 것 같으나 변화의 방향이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북한의 의도와 한국의 전략이 엇박자를 내는지 아니면 맞장구를 치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진행중인 정세변동을 한반도 평화와 남북 화해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안팎으로 무르익는 관계정상화 불가피성


정세의 맥을 정확히 짚으려면 본질적 흐름과 곁가지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일단 북측의 전략은 본질적으로 남북관계 개선 필요성에 맞춰져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북은 북미협상의 진전을 위해서라도 남북관계를 일정하게 관리해야 한다. 핵협상과 북미관계 개선은 핵심적으로 미국과 논의해야 하지만 한국이 발목을 잡거나 딴죽을 걸 경우 협상이 늦춰지거나 장애를 받을 수 있음을 과거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최고위급의 정상회담을 통해서라도 남북관계를 정상화시켜야 할 이유다.


또 화폐개혁 이후 북한 경제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외부로부터 의미있는 지원을 얻기 위해서도 남북관계 개선은 유용하다. 최근 들어 정치·군사적 차원은 강경하면서도 경제적 지원과 남북협력 사업에 적극 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물론 북은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숙이면서까지 이명박 정부의 요구를 수용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북한의 처지와 대내적 상황 그리고 국제적 여건 등이 2010년 남북관계 진전을 추동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미적거리는 이명박 정부, 도대체 왜?


문제는 이명박 정부다. 북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 속도 진전보다 대북 압박에 아직 미련이 많아 보인다. 북의 잇따른 회담 제의에 오히려 한국은 회담 일정을 연기하고 신중하게 속도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개성공단 발전에 핵심 관건인 3통문제는 당연히 군사회담에서 진정성있게 논의되어야 하는데도 북이 먼저 군사실무회담을 요구했지만 남쪽은 왠지 미루는 형국이다.


북이 끈질기게 요구하고 있는 관광재개 문제 역시 이명박 정부는 선뜻 응할 마음이 아직 없어 보인다. 이는 이번 실무회담 결렬에서도 드러났다. 이미 지난해 여름에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관광객 신변안전을 보장하면서 금강산 관광재개를 희망했고 현대아산을 통해 여러 차례 실무회담을 제안했지만 매번 이명박 정부는 당국간 공식라인이 아니라며 거부했다. 결국 북이 통일부에 공식 회담을 제안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회담이 성사되었지만 여전히 이명박 정부는 관광 댓가가 지급되는 금강산관광에 별 관심이 없다. 진상규명과 신변보장 및 재발방지라는 전제조건은 이미 상당부분 해소되었음에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관광재개를 결심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급변사태’ 오기만 기다리는가  


남북정상회담도 마찬가지다. 국군포로 납북자 송환요구에 북이 굴복해야만 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상회담에 조건이 없어야 한다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원칙 없는 회담은 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국군포로 납북자 몇 명을 데려오는 것에 정상회담 전체를 올인하는 거라면 그것보다 더한 이벤트성은 없을 것이다. 정상회담의 성사와 성공은 사실 양 정상간 신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수상황을 전제로 한 남북정상회담은 미리 외교라인에서 의견조율을 마치고 정작 회담은 공식적 확인 절차에 해당하는 동맹국간 정상회담과 질적으로 다르다. 요구조건을 들어서 성사되면 그만이고 안되도 그만이라는 식의 접근은 정상적인 정상회담의 성사를 어렵게 만들뿐이다.


사실 이명박 정부 일각의 분위기는 아직도 북한 급변사태와 임박한 통일 기대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부흥계획’의 존재가 보도된 후 정부는 공식 확인을 거부했지만 국책 연구기관 등에서 김정일 위원장 유고를 대비한 급변사태 시나리오와 대응방안이 최근 들어 집중 논의되고 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부흥계획 발설자를 찾으려는 강도 높은 조사로 인해 국책기관 연구자들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당하고 있음은 역으로 부흥계획의 폭발력을 인정하는 셈이다. 대통령의 인식과 청와대의 분위기도 북이 갈수록 어려울 것이며 결국은 결정적 순간이 도래할 것이라는 주관적 기대가 적지 않다. 북과 협상과 회담을 해야 할 통일부가 금년도 업무계획에 ‘미래준비 통일역량 강화’를 제시하고 정부의 통일 노력을 부쩍 강조하는 것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이제 남한정부가 대답할 차례다
 
북은 대화를 원하고 관계정상화를 희망하는데도 아직 이명박 정부는 뚜렷이 화답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가 그렇게 강조하는 비핵화를 위해서도 남북관계 진전은 필요하다. 한반도 정세에 대한 개입력은 바로 남북관계라는 우리의 독자적 카드를 갖고 있을 때 증대된다. 급변사태를 기대만 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 그렇게 기대해 마지않는 급변사태 ‘이후’ 통일과정을 주도하기 위해서도 북에 친남 의식이 확산되도록 해야 하고, 이는 사실 화해와 협력을 통한 대북 포용정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마저 매정하게 끊고 대화에는 소극적이면서 내부적으로는 급변사태 운운하며 북한 길들이기와 버릇 고치기에만 익숙한 정부라면 남북관계 정상화는 요원할 것이다.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는 남북관계의 두 기류가 제발 금년엔 화해와 협력의 흐름으로 정착되길 바란다. 그 선택은 이명박 정부에 달려 있다.


* 본문은 디지털 창비 논평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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