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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에 병든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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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극심한 ‘빈곤’의 늪에 빠져있다. 길거리엔 갈 곳 없는 노숙자들이 넘쳐나고 몇평 안되는 쪽방에서 생활하며 매끼 식사를 걱정하고 전기세와 수도세를 못내 끊긴 가정들도 늘고 있다. 이들에게 '미래'는 깜깜한 터널과도 같다. 내일을 걱정하는 건 사치일 뿐이다. 빈곤의 굴레에서 빠져나오고 싶어도 대물림을 하며 악순환이 반복된다. 범죄도 늘고 생계형 자살이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 도시 10가구 중 1가구는 이처럼 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못미치는 절대 빈곤층에 속한다. 정부는 전국민의 10%를 넘는 500만명을 빈곤층으로 분류하고 있으나, 시민단체들은 실제 빈곤층 숫자가 이보다 훨씬 많은 7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빈곤문제는 한국사회의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복지제도가 취약한 상황에서 맞이한 외환위기는 경기침체와 대량실업을 초래하며 한국의 빈곤계층에 더욱 큰 시련을 주었다. 특히 고실업이 장기화되고 장기실업자가 빈곤계층으로 전락하며 노숙자가 증가하고 생계형 범죄가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상대빈곤 가구 전체의 20%

빈곤은 크게 절대빈곤과 상대적 빈곤에 따라 실태가 달라진다. 최근 OECD(2001년 기준), 즉 평균 가구소득의 50%에 못 미치는 가구를 빈곤가구로 보는데, 우리나라의 가구소득 자료를 분석한 것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상대빈곤 가구의 비율은 전체 가구의 2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 달 수입이 최저생계비(4인 가족 기준 106만원)에 못 미치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한 달 수입이 최저생계비의 100∼120%인 ‘차상위계층’을 합친 빈곤층이 전 국민의 10.4%에 해당하는 494만5,33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사람도 384만5,770명(8.07%)이나 됐다. 이는 외환위기 전인 1990년대 중반에 비해 두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경제선진국들로 구성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 멕시코 다음으로 빈곤율이 가장 높다.

차상위계층이란 최저생계비 대비 100∼120%의 소득이 있는 ‘잠재빈곤층’과 소득은 최저생계비(4인가족 기준 월 106만원) 이하지만 고정재산(대도시 3,800만원, 중소도시 3,100만원, 농어촌 2,900만원)이 있어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에서 제외된 ‘비수급 빈곤층’을 합쳐 이르는 말이다. 이 중 잠재빈곤층은 109만9,565명(2.29%), 비수급 빈곤층은 248만6,808명(5.22%), 기초생활보장수급자는 135만8,962명(2.85%)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공공부조연구팀 이현주(李賢珠) 책임연구원은 “1997∼1998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빈곤율이 급상승했다가 그 이후 한동안 감소했는데 2003년부터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며 “불황이 계속되다보니 영세자영업자들이 몰락하고 일용직과 임시직이 실업자로 전락하면서 다시 빈곤층이 두터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빈곤층은 IMF사태직후인 1998년 폭증했다가 그후 ‘묻지마 주식투자’ ‘카드 남발’ ‘아파트 투기’ 등 각종 경기부양책에 의해 낮아졌다가 지난해부터 또다시 급증세로 돌아섰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차상위 계층이 더 문제

이런 추세로 간다면 내년엔 경기가 더 나빠져 빈곤층이 1,0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주장도 나온다. 매일 자살하는 사람이 30명을 넘고, 생계형 범죄가 급증하며, 계층간 위화감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대통령 및 여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빈곤확산 현상'과 무관치 않다.

빈곤의 가장 큰 문제는 '대물림' 현상이다. 우리 사회의 빈곤의 대물림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빈곤은 건강과 교육문제와 관련이 깊어 다음 세대로 전승될 가능성이 크다. 소득이 최저생계비를 밑도는 서울 극빈층의 경우 59.7%가 부모로부터, 32.7%는 할아버지때부터 가난을 물려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을 위한 복지제도가 우리나라는 너무나도 취약한 형편이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는 연간 2조3,0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차상위 계층에겐 연간 1,800여억원을 지원하는게 고작이다. 수급대상자 선정의 경직성으로 실제 혜택을 받아야 할 빈곤층이 제외되는 경우도 많다.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벼랑 끝 생활을 하는 차상위 계층인 '준 극빈자'들이다. 이들은 실업과 취업을 반복하는 불안정한 취업자들이 대부분으로 경제상황이 바뀌면 언제라도 극빈층으로 전락할 수 있는 예비 극빈자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보다 월 소득이 최고 20만원 더 많거나 부양 능력이 있는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다.


최저생계비 현실화 시급

이들에게 지원되는 최저생계비도 현실에 맞지 않게 너무 낮게 책정됐다는 논란과 함께 최저생계비 현실화에 대한 주장이 각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2004년 현재 최저생계비는 1인 가구 36만8,000원, 4인가구는 105만5,000원이다. 99년 이후 계측된 최저생계비는 해가 지나면서 물가인상률만 반영됐다. 정부는 최저생계비를 중소도시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평균소득의 30%로 측정한다. 따라서 1,2인 가구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빈곤의 유형에 따른 상대적 빈곤에 대한 기준도 부재하다.

1988년 최저생계비는 4인 표본가구 월평균소득의 45,2%였으나, 1994년엔 41.4%, 1999년 33.3%로 큰 폭으로 낮아지고 있다. 1999년 순수상대 빈곤 지점은 하위 4.3%에 위치한다. 이는 빈곤가구율(4인 모델 도시가구 중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가구의 비율)이 전체 도시가구의 4.3%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OECD 가입국 중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가장 낮은 최저생계비가 평균소득의 40%인 점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최저생계비는 평균소득의 33.3%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최저생계비가 낮게 책정된 것을 전문가들은 많은 필수품들이 제외돼 있고 필수품들의 질 또한 낮게 설정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빈곤문제해결을 위한 사회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는 평균지출의 60% 수준인 148만원 정도가 합당하고 주장하고 빈곤문제연구소에서는 그 이상인 160여만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주장한다. 참여연대는 11월23일 중앙생활보장위원들께 드리는 의견서를 통해 "최근 빈곤율을 급증하는데, 최저 생계를 보장한다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제도상의 허점으로 사각지대가 점차 늘어가고 있다"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 첫해보다 수급자수가 줄어든 이유 중 하나는 비현실적으로 책정된 최저생계비에 있다"고 말했다.

빈곤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단체들의 행동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민주노총과 전국빈민연합 등 29개 단체로 이뤄진 ‘빈곤사회연대'가 출범했다. 빈곤해결을 위한 사회연대로 구성된 '빈곤해결과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위한 공동행동'이 11월17일부터 19일까지 삼보일배를 진행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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