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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망이 망소이 무대에서 부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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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무신정권시대 타락한 관리들에게 항거한 천민의 난 ‘망이 망소이 민중봉기’가 연극이라는 문화적 매체로 재조명받고 있어 화제다. 지난해 12월 2~4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 열린 ‘명학소의 북소리’는 대전시 서구청이 제작비를 지원하고 도완석 대전연극협회장이 극작과 연출을 맡았다. 당시의 민중봉기의 무대가 대전 서구 지역이라는 학술적 근거가 발견되면서 ‘뿌리 찾기’의 일환으로 제작된 것. 공연이 시민의 뜨거운 성원을 바탕으로 대성공을 이루면서 ‘망이 망소이 민중봉기’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연극은 비교적 미지의 역사적 소재를 되살렸다는 점과 지역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 등에서 주목할 만하다.


원로배우 대거 출연
‘망이 망소이 민중봉기’는 무신정권 출현을 전후해 탐관오리들의 부정부패가 극에 달하고 유랑민이 속출하자 1176년(명종 6) 1월, 천민부락 명학소에 살던 망이 망소이 등이 ‘산행병마사’라는 도당을 모아 일으킨 난이다.
그동안 명학소의 위치를 놓고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했으나 최근 학계의 연구결과 현재의 서구 탄방동 지역으로 고증됐다. 서구청은 민주화운동의 효시인 민중봉기가 일어난 지역에 대한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지역문화의 활성화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방법으로 ‘망이 망소이 민중봉기’의 연극화를 기획했다. 기초자치단체가 주관하는 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1억1,000만원이라는 제작비가 지원됐고 공연의 규모 또한 손꼽히는 대규모로 만들어져 무료로 공연됐다.
‘명학소의 북소리’는 바로 그 때 그 장소에서 그 후손들을 위해 펼쳐진 연극이라는 역사적 의미 외에도 중견배우와 대전을 대표하는 연극인들이 대거 출연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작품이다. 1174년 평양의 조위총 난의 주역 조위총 역으로 중견 탤런트 박규채 씨가 등장하고, 채원부 역의 정성규, 최문휘, 장덕수 등 원로배우들이 무대에 섰다. 망이 역은 ‘블루 사이공’의 민병욱 씨가 맡았다.





인터뷰 / 대전광역시 가기산 서구청장


“ 명학소의 자긍심을 심어주고 싶었다 ”


‘명학소의 북소리’가 연극으로 대전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가기산(62) 서구청장의 남다른 문화적 마인드와 추진력이 있었다. 가 구청장은 “제작 과정에서 어려움은 많았지만 공연이 끝나고 나서는 단 한 사람도 잘못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모두들 큰 박수로 찬사를 보내줬다”며, “이 박수가 서구청과 나아가 대전시를 문화적 도시로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지역 공연 사상 유래 없는 성공을 거둔 것으로 안다.
이처럼 대성공을 거두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박규채 교수는 ‘행정기관에서 주최해서 연극을 제작한 경우를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처럼 수준 높은 작품을 본 적이 없다’며 극찬했다. 한 영화사 사장은 공연이 끝나고 ‘지금까지 대전을 문화의 불모지라고 이야기했었는데 이 순간부터는 그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도완석 연출가는 ‘평생 100여 편의 연극을 제작해 왔지만 이번 작품이 최고’라고 평했다.
짉 행정기관의 주최로 이 같은 대규모 공연이 이루어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추진 배경을 말해 달라.
명학소가 서구 둔산지역일대임이 고증되면서 역사적 명소를 알리고 확실히 강조해 둘 방법을 찾던 중에 도완석 연출가가 연극화를 제안해서 제작비를 지원하게 됐다. 역사적 의미는 물론, 문화의 불모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대전시의 문화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성공요인이 무엇이라 보나.
개인적으로 3가지 정도로 성공 요인을 정리할 수 있겠다. 첫 번째, 보통의 역사극이 이순신, 개벽장군 같이 잘 알려진 영웅을 소재로 해왔다면 ‘명학소의 북소리’는 천민의 민중운동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그래서 시민들이 더욱 공감했던 것 같다. 두 번째로 스케일 큰 동적 연출이 어필했던 것으로 보인다. 무대가 15번이나 현란하게 바뀌는데, 이는 예술의 전당이라는 현대적 무대 시설이 있었기에 가능하기도 했다. 대사 없이 2분 이상 진행돼도 전혀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역동적인 무대였다. 세 번째는 지역의 역사를 가지고 지역민들을 상대로 공연을 했다는데서 찾을 수 있겠다.


예산확보에 어려움이 있었을 듯 하다.
제작비가 억대로 투입되는 작품이다 보니 어려움이 컸다. 의회에서도 예산이 깎였고 연출가가 사채까지 끌어 쓰면서 제작을 진행하는 상황이었다. 막판에도 예산 때문에 갈등이 있었지만 명학소와 망이 망소의 민중봉기에 대한 역사적 의미가 인정받아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


기념탑 건립과 영화제작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다.
기념탑은 준비 중에 있고, 영화 제작은 제작사 관련자가 제안을 한 수준이다. 매년 10월 문화관광부에서 주최하는 민속예술제에 망이가 죽어서 상여 나가는 부분을 다듬어서 발표할 것도 구상중이다. 민속예술제에 상여놀이가 많이 나오지만 천민의 장례 문화는 보기 힘들다는 면에서 새로운 자극이 될 듯하다.


앞으로도 문화 정책에 지속적인 관심을 쏟을 것인가.
서구는 대전의 중심구다. 대전의 인구 3분의 1 이상이 서구에 집중돼 있다. 대전의 문화는 서구를 근거로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예술회관, 미술관을 비롯, 각종 행정기관이 서구에 자리하고 있다. 따라서 서구의 문화를 진흥시키는 것이 곧 대전의 문화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이다. 문화적 가치가 있는 것들을 발굴, 발전하고 구민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소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까메오로 출연했었는데 어땠나.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었다. 생전 처음 해보는 일이었는데 연출 지도도 없어 긴장했다. 집 사람이 박규채 교수님에게 꽃다발을 주러 분장실에 왔었는데 바로 옆에 있는 나를 못 알아보더라. 객석에 있던 사람들도 분장 때문에 목소리를 듣고서야 알아봤다고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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