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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기부문화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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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법과 미흡한 세제지원으로 아직도 부족

최근 극심한 경기불황에 사회 전반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운데서도, 기부의 손길은 꾸준히 늘고 있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기부행위 참여자도 과거 기업체 중심에서 일반 개인으로 서서히 확대되고 기부형식도 다양한 방법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의 확산으로 기부행위가 쉽고 편리하게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의 기부문화는 선진국에 비해 훨씬 뒤떨어져 있다. 각종 까다로운 법이 기부문화를 막고 세제지원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연탄메일과 카드사 적립 포인트로 기부

기부문화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외국 원조에 의존하던 사회복지기관들이 부족한 정부 보조금을 보충하기 위한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기부금품을 모집하기 시작한 이래 모금 규모와 내용이 많이 발전했다. 기부금액의 규모가 선진 외국에 비해서는 작은 편이지만 기부활동 참여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와 대기업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자선활동은 다양하게 확산되고 있다. 기부형대도 시간의 1%, 재능의 1%, 상속의 1% 등과 같이 다양화하고 있다.

과거 기부금은 연말연시에 집중적으로 쏟아졌고 기증물품도 재해가 발생할 때만 일시적으로 모아졌으나 이제는 자선행태가 여러모로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수입의 1% 나누기’라는 개념이 기부를 어렵게만 생각했던 일반인들의 모금을 증폭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이동통신사나 카드사에서 적립된 포인트를 일부 떼어 기증하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현금으로 전달되는 정보화시대 특유의 방식도 등장했다.

기부자가 매월 보험료를 내고 사망하면 보험금은 유족이 아닌 병원의 무연고 환자들에게 돌아가는 ‘기부보험’도 늘고 있다. 외국에선 보편적인 기부보험이 국내에선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으나 최근 의외로 인기를 끌면서 보험사들이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휴대폰 결제를 이용해 구세군에 기부를 할 수도 있다. 거리의 자선냄비를 찾아갈 필요없이 인터넷과 휴대폰만 있으면 간단한 정보를 입력하고 2,000원에서 1만원의 금액을 기부한다.

서울시는 교통카드인 티머니(T-money)로 구세군 자선기금을 기부할 수 있게 했다. 거리를 지나다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대면 자선냄비에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기부할 수 있다. 1회 기부때마다 1,000원씩 자동으로 기부된다.


나눔경영 활용하는 기업들 늘어

기업체들의 기부모금도 활성화 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를 시발로 기업들이 불우이웃 돕기에 적극 나서고 있고, 삼성·LG 등 주요 대기업도 성금을 내놓고 있다. 액수도 예년보다 크게 늘었고 불우이웃을 돕는 방법도 진취적으로 변했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조합원 급여명세서 중 1,000원 미만을 매달 일괄 공제해 소년소녀가장과 불우이웃을 돕고 있다.

기업과 기업인들의 기부행위도 과거의 ‘생색내기’식 단타성 기부에서 지속적인 사회 봉사활동과 나눔의 미학을 실천하고 있다. 나눔의 미덕은 자신과 후손을 위한 일이나, 의식이 앞선 기업들은 이미 나눔경영을 경영전략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요즘 사회는 기업과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다. 고객의 기여가 없이 기업은 살아남기 어렵다. 이런 사회적 추세에 맞춰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는 것도 곧 고객의 기여가 없었다면 불가능하다.

때문에 이런 나눔경영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시장에서의 기업에 대한 신뢰와 기업문화 발전에 긍정저인 영향을 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익명'을 조건을 단 기업체 인사들의 기부도 잇따르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공동모금회 등에 기부를 하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알리면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선의의 협박을 할 정도로 소리없는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개인 기부는 아직도 ‘가뭄의 콩 나듯’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아직 선진국들에 비해 낙후돼 있다. 불우이웃 돕기 기부금만 해도 미국의 20분의 1 수준이다. 아름다운 재단에 따르면 미국인 한 사람의 연평균 기부금은 120만원인데 비해 우리 국민은 5만8,000원꼴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개인기부는 미미하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참여하는 준조세 성격의 기업 성금이 대부분이었다.

기부행위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적다. 미국인이 98%, 영국인 75%가 어떤 형태로든 기부행위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의 기부 참여도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미국의 경우 기부금의 80%이상이 개인 기부로 이뤄지는 반면, 우리나라나는 기업이 모금의 70%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기업이미지는 긍정적이지 못한 것 같다. 과거 투명하지 못한 운영과 변칙적인 증여 등에 의해 기업의 선행이 가려졌기 때문이다.

개인 기부는 아직도 제한된 사람들에 의해 비정기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기부금액의 대부분이 현금 명목으로 종교기관에 집중돼 있고 사회적으로는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기부가 대부분이다. 시기도 연말연시에 집중되는 일회성 기부가 많다.

이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 선진국들은 기업의 사회기여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세제혜택 등 각종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특히 미국 같은 선진국들은 기부를 많이 하는 부자일수록 영웅으로 대접하는 사회 여론 조성을 통해 기부를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상생하는 문화를 정착시킨 지 오래다. 이에 비해 한국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도 인센티브를 주는 데는 인색하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초 국내 239개 기업과 78개 기업 재단 담당자를 대상으로 ‘사회공헌 활동 애로요인’을 조사한 결과, 50.7%의 기업과 46.7%의 기업재단이 기부금 손비 처리 확대를 포함한 세제지원을 첫 번째로 꼽았다.

현재 관련법에 따르면 법인의 경우 소득금액의 5%(법인세법)를 손금으로, 개인은 10%(소득세법)까지를 소득공제해 주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개인 기부금에 대해서는 무려 50%, 기업은 10% 까지 세금을 공제해준다. 일본은 개인과 법인 보두에게 소득의 25%까지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세제혜택에 따른 기부문화 기여도는 미국의 경우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미국은 81년 기업의 기부금 세금공제 혜택을 5%에서 10%로 확대한 뒤 기업 기부 활동이 두드러지게 촉진됐다.

또 기부하는 부자들을 존경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그저 ‘돈이 얼마나 많으면 저럴까’ 내지는 ‘생색내기로 한 번쯤 하는 거겠지’라는 의심스런 눈초리를 보낸다. 심지어 기부사실이 알려지기라도 하면 여기저기서 ‘나도 좀 도와달라’고 손을 뻗치는 사람이나 단체들이 몰려와 기부자가 곤란을 겪는 경우도 많다.

나눔문화의 확산은 정부와 기업 언론, 시민 모두가 참여할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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