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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30대 취업,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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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6월말 현재 청년 실업자 수는 38만여명이고 수치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수까지 감안하면 약 70만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청년실업문제가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다. 갈수록 경제는 불투명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고 기업들의 고용시장도 잔뜩 움추려들고 있다. 정작청년실업률을 계산하는 나이는 15세에서 29세까지이다. 남자들의 경우 군문제와 어학 연수 등을 고려하면 취업 재수,삼수 후에 곧바로 30대에 접어들게 된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정하고 있는 제한 연령을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취업 연령 때를 벗어난 30대들은 소수의 경력직 재취업을 제외하고는 다시 취업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희망의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공기업 중심으로 신입사원 연령제한이 폐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공 서열 중심의 기업 문화
뿌리 깊어


대기업 취업연령이 대부분 만 28~29세로 정해져 있다. 아직까지는 대다수의 기업들이 취업연령을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년실업이 심각해지고 상대적으로 취업이 어려워지다보니 연령이 높아질수록 취업에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한살이라도 적은 것이 취업에 유리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보편화 된 현실에서 상대적으로 30대에 접어든 구직자들은 자신의 실력과는 무관하게 나이만으로도 열등감을 갖게 된다.

20,30대 실업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던 2000년 이헌재 부총리가 재경부 장관이던 시절 경제5단체장들이 신입사원 채용 때 연령제한을 없애기로 약속했다. 실업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에 기업들이 기꺼이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그럼에도 대다수 대기업들은 아직도 신입사원 공채 시 연령제한을 두고 있다. 정부에서는 기업들에 대해 취업연령을 폐지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권고 사항일 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외국에서는 취업에 있어 성별, 연령 등을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이른바 ‘고통 차별법(미국)’을 법제화하여 취업 시 나이에 의해 제한 받는 것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정부는 공기업과 공무원 선발시험을 위주로 나이제한을 없애가고 있다.

기업들이 쉽사리 연령제한을 없애지 않는 나름대로의 이유는 기업들의 연공서열 조직문화가 가장 큰 이유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기수 중심의 공채문화를 쉽사리 바꿀 수 없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공기업을 중심으로 이러한 연령제한이 점차 폐지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대다수의 기업들은 향후 일정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굳이 조직 문화를 바꾼다는 것이 기업에 마이너스가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 보는 것이다.

다양한 특이 인재 채용에 고용주도 ‘만족’

주로 공기업 중심으로 연령제가 폐지되고 있다. 수출보험공사, 한국관광공사, 금융감독원 등이 이미 작년부터 연령제를 없앴으며 한국전력, 에너지관리공단, 안정성평가연구소, 근로복지공단, 예금보험공사, 마사회, 한국토지공사 등을 비롯한 220여개 정부투자기관 가운데 20%정도가 올해부터 나이 제한을 없앨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사 중에는 KBS가 이미 작년 공채에 연령제를 폐지하고 신입사원을 선발하였다.

정부관련기관 외에 민간기업들도 조금씩 연령에 대한 문을 허물고 있는데 이랜드는 이미 수년 전부터 연령제를 없애고 대학생들까지 미리 사원으로 선발하는 폭넓은 인재 선발을 시행하고 있으며 대교와 샘표식품, 제일화재 등도 올해 상반기 나이제한을 없앴다. 2006년부터는 교원임용시험에서도 연령제가 폐지된다고 한다.
이처럼 공기업을 중심으로 나이제한을 폐지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역할면으로 볼 때 환영할만한 일이다. 나이제한을 넘겨버린 구직자에게는, 특히 30대에 접어든 구직자나 실업자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생긴 것이다. 방송사 처음으로 신입 사원 공채 시 나이제한을 폐지한 KBS 인사담당자 이전택씨는 "청년 실업 대란의 해결을 위한 공기업으로서 책임의식도 큰 영향이 있었지만 정부의 권고를 떠나 방송사 특성 상 다양한 경험의 특이 인재 선발의 목적도 이번 연령제 폐지의 큰 이유 중의 하나"라고 말한다. 이처럼 사용자 측면에서 볼 때도 연령제 폐지가 가져오는 긍정적인 면은 다양하다. 기업들의 생존력을 장기적으로 생각해 볼 때 정부의 실업대책의 일환으로만 연령제를 바라볼 문제는 아니다. 연령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인재들의 채용은 인재 활용과 더불어 상하적인 수직관계에 얽매여 있을 수 있는 폐쇄적 문화에서 벗어나 좀 더 유연하고 개방적인 기업문화를 이끌 수 있으며 나아가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고령자의 기업 문화 적응도가 문제

하지만 기존의 연공 서열과 기수 중심의 문화 속에 연령제 폐지 문화가 얼마만큼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부작용도 거론되고 있다. 선발된 신입사원 중에서 소수를 차지할 수 밖에 없는 고령자들이 얼마만큼 기존의 문화에 잘 적응하는 지는 순전히 개인의 역량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연령제 폐지 후 입사한 모기업의 32세의 신입사원은 "나이가 문제될 수 있는 것은 기업의 문화가 얼마나 개방적이냐 아니냐의 것에 매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경우 처음의 어색함이 있긴 했지만 다른 사원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의 문화 역시 매우 개방적이고 상하 관계의 문화가 아닌 수평적 관계의 분위기 때문에 생각보다 빨리 적응했고 6개월이 지난 지금 나이에 따른 걱정은 없다고 말한다.

헤드헌트업체 관계자는 “향후 대기업들이 연령제 폐지에 동참할 경우 심각한 이직 현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즉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다는 요지인데 이에 대해 KBS 이전택씨는 이직 현상의 부정적인 면만을 볼 것이 아니라 개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보장과 업체간의 선의의 경쟁, 즉 사원들의 근로 여건이나 복지 향상 면을 고려할 때 이직 현상이 나쁘게만 인식돼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연령제한폐지가 사회적으로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우리나라의 기업 문화상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조심스런 전망이다. 일본이나 우리나라 같은 유교권 문화에서는 연공서열 문화가 쉽사리 파괴되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한 우리나라 대부분의대기업들의 오너 경영체제가 상하의 서열문화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전문경영인 체제에서보다는 연령제와 같은 개방적 문화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민호 기자 coeur@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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