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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수면위로 떠 오른 ‘개헌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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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최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개헌논의’을 주장하고 나섰다. 하지만 김 대표가 가뜩이나 쟁점 법안에 대한 입장정리도 안된 상황에서 ‘개헌논의’을 내세운 것은 개혁법안의 조기처리를 비켜가기 위한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과 일부 정치권에서는 김 대표의 ‘개헌논의’을 계기로 대통령임기제 등이 새로운 관심사로 떠 오르고 있다.


대통령 단임제 문제 노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재임시 지난 79년 일어난 10·26사건으로 인해 유신체제가 무너지자 박 정권의 적통을 그대로 물려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80년부터 7년동안 임기를 채우고 물러난 지난 87년 이후 채택된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가 현재까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대통령 5년 단임제는 국정 정책목표를 잡고 이를 수행하기에 지극히 짧은 기간으로 인해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의 경우 정권이 바뀔때 마다 일관성을 잃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는게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뿐 만 아니라 5년이란 기간은 각종 전국적 선거와 주기가 맞물려 돌아가면서 사회·경제적 손실이 유발해 왔다는 주장도 제기돼 왔으며 실질적으로 선거공약 등과 맞물린 각종 규제철폐 및 이행 등으로 인해 이해집단간 실력행사로 자주 변질되기도 했다.
여기에다 집권 3년차로 접어들기 시작할 무렵부터 ‘레임덕’ 현상이 발생, 차기 대권을 향한 계파·정당, 지역주민간의 무한 경쟁을 부추겨 왔으며 그 결과 국론분열 현상까지 발생하곤 했다.


열린우리, 차기대선 근접
한나라, 역학 구도상 필요

대통령 단임제의 문제점과 함께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 역시 개헌론 제기와 연관성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지난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올해는 전국 단위의 선거가 없는 해라, 정치개혁의 좋은 기회”라며 “조심스럽지만 당리당략을 떠나 개헌 문제에 대한 연구도 진척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국회 대표연설에서 개헌론을 공식 제기한 것과 함께 공교롭게도 열린우리당내에서도 이날 권력구조 개편 문제가 공식 거론되는 등 정치 상황에 따라 ‘개헌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게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현재 집권여당으로서 차기 대권에 대한 어느정도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 여당내에서 먼저 개헌논의를 제기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으나 이번 기회에 개헌논의에 박차를 가해 대통령 중임제가 관철될 경우 차기 대권에 더욱 근접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고 볼수 있다.
한나라당 역시 대선 역학구도상 개헌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한나라당이 차기 대선에서 이길 수 없는 이유 5가지’에서 영남권과 비영남권으로 재편된 현 상황에서 정·부통령제 신설로 인한 비영남권 인사를 내세운다면 승산이 있다는 결론을 내놓고 있다.
윤건영 여의도연구소장이 “한나라당은 지역구도상 역포위 됐다”고 밝힌 대목에서 영남권 고립화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제도상 변화를 뜻하는 개헌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내년 지방선거 이후 본격추진

4년 중임의 정·부통령제 유력

정치권의 개헌론에 먼저 불을 지핀 것은 노무현 대통령 쪽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대선을 전후해 “분권형 대통령제를 실시하고 그 성패를 바탕으로 2006년에 개헌논의에 착수, 2007년에 개헌을 마무리 한다”는 스케줄을 제시한 바 있다. 이후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2월 노 대통령 공약 사항임을 근거로 ‘4년 중임제’ 개헌안을 당 정책위에 제안한 바 있으며 이해찬 국무총리와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도 지난해 하반기에 “개헌논의는 2007년 이전에 본격화 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도 지난해 4월 “개인적 소신인 개헌을 당론 수렴을 통해 추진한다”고 하는 등 여야 주요 인사들이 간헐적으로 개헌 주장을 펴왔다.

개헌은 4년 중임의 정·부통령제가 가장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자민련을 중심으로 국회의원직 유지에 좋은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지역분할’ 구도를 전제로 하고 있는 내각제 논의도 함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개헌 추진 움직임 없이 물밑에서만 제기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개헌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현재 어려운 경제와 민생을 뒷전으로 하고 당장 개헌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아무래도 정치권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따라 본격적인 개헌 논의 시기는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으나 2007년 대선전에는 실질적인 논의를 끝내야 한다는게 현실이다.


김 원내대표 ‘개헌론’은 계략?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의 ‘개헌논의’ 발언은 열린우리당과의 쟁점법안을 피해가기 위한 계략으로보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 대표연설에서 “국가보안법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등 쟁점사안에 대해 일정기간 냉각기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며 이는 지난해 말 올 2월 임시국회에서 과거사법을 처리하고 나머지 쟁점법안을 다루기로 한 여야 합의를 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나라당은 4자 회담을 통해 ‘4대 법안의 합의처리와 연내처리 최선’을 다짐해 놓고도 이를 지키지 않았으며 국가보안법의 경우 상임위 상정조차 막은 전례로 인해 김 원내대표의 ‘개헌논의’ 발언에 대해 의심만 더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개혁법안 유보 이유로 민생 경제를 우선해야 하며 쟁점법안 처리를 시도하다보면 다시 정쟁의 도가니가 돼 상생정치와 경제 활성화를 방해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으나 이는 쟁점법안과 관련된 약속를 이행하지 않으려는 정략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뿐 만 아니라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후속대책 마련에 한나라당의 비협조 역시 이같은 맥락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민철기자 chull@sis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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