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년 11월생 만 25세입니다. 서울 4년제 대학 3학년까지 마쳤구요. 혈액형은 AB형, 키 163cm, 좌우 시력 1.5로 매우 건강… 아버지 학력도 대학원 박사급이시고 친가 쪽이 대부분 고학력(의사, 교수)이십니다… 금액은 출산 전후로 나누어 받을 생각입니다”.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있는 대리모 관련 카페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글이다. 이 여성은 자신의 프로필을 비교적 상세하게 적어놓고 대리모를 해 주겠다며 홍보하고 있었다. 그는 또 자신은 ‘출산 경험이 없으며, 임신 기간 내내 최선을 다해 태교를 할 생각’임을 덧붙였다.
미니홈피, 메일주소, 연락처 공개 등 지원자 홍보 치열
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 상업적 대리모 지원이 성행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는 ‘대리모’에 관련된 지원과 문의, 상담에 관한 글들이 수시로 올라 와 있다.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대리모’ 관련 까페만 7개나 됐다. 현재 대리모를 통한 출산은 불임부부에게 하나의 해결방법으로 은밀하게 거래되고 있다. 대리모를 통한 출산은 그 목적에 따라 상업적인 것과 이타적인 것으로 구분되는데, 최근에는 생계를 목적으로 한 젊은 여성들의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 보통은 20대 중반에서 30대 후반까지의 여성들로,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들거나 이혼 후 생계가 막막해 대리모를 하기로 했다는 여성들이 많았다.
한 대리모 까페는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최근 대리모 지원 여성들이 부쩍 늘어 하루에도 10여건의 지원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대리모 지원 여성들은 나이와 혈액형, 학력, 직업, 건강 등 비교적 상세한 자기소개를 하고 연락처 또는 휴대폰 번호까지 써 놓았다. 출산 경험이 있어 자신있다(?)는 한 여성은 자신의 신변이 공개되는 미니홈피까지 밝히며 홍보에 열을 올려 충격을 주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경제적인 이유로 대리모를 결심하게 됐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리모 지원자들은 적게는 3,500만원에서 1억원까지의 사례금과 임신 기간동안의 거처를 요구한다. 사례금은 임신 10개월간의 임금 상당액과 출산 부담에 대한 보상금, 병원비 등을 기본으로 포함한다. 여기에 학력, 나이, 외모, 초산 여부 등에 따라 ‘프리미엄’을 요구하기도 한다. 불임부부에게 대리모를 알선하는 브로커가 활개를 치면서 직거래를 요구하는 지원자들이 는 것이다. 대리모를 지원한 한 여성은 “직거래를 하면 3,500만원이면 될 것을 브로커가 끼면 7,000만원이나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가운데서도 브로커나 불임부부를 가장해서 접근하는 남자들이 적지 않아 대리모 지원 여성들의 눈물을 빼고 있다. 물론, 일부 사기성 있는 대리모들이 있기도 하다. 한 여성은 “이런 까페에 진실한 불임부부와 대리모들이 30~40%나 될까 모르겠다”며 “대리모를 요청한 메일을 받은 게 10통인데 그 중 6~7통은 불임부부라고 속이고 접근한 늑대같은 남자들이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젊은 여성들의 국내 불임부부가 100만 쌍으로 추정됨에 따라 대리모를 통한 출산은 늘고 있지만, 뚜렷한 법 규정이 없어 이를 막을 방법도 없는 상황이다. 대리모를 통한 출산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리모와 의뢰한 부부 사이의 친권문제는 아직 명확한 정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돈을 목적으로 한 대리모 계약이 유효한지에 대한 법적 논란도 분분하다.
홍경희 기자 metell@sisa-news.com